이재명·한동훈, 같은 날 대권 도전…닮은 듯 다른 '비전'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5.04.11 00:00 / 수정: 2025.04.11 00:00
출마선언문에 '대한국민' 'K문화' 키워드 담겨
李 "국민의 훌륭한 도구"…韓 "강력한 리더십"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유력 후보들의 출마 선언부터 뜨겁다. 10일 오전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영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같은 날 오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에서 지지자들 앞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재명TV 갈무리·박헌우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유력 후보들의 출마 선언부터 뜨겁다. 10일 오전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영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같은 날 오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에서 지지자들 앞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재명TV 갈무리·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본격적으로 대선 정국에 접어든 가운데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거대 여야를 이끌었던 두 전직 대표는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처방 내용이 담긴 비전을 제시했다.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이 전 대표와 시대를 바꾸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한 전 대표가 닮으면서도 다른 견해차를 보여 눈길을 끈다.

대선 출정식은 형태부터 달랐다. 이 전 대표는 이날 11분 37초 분량의 영상을 공개하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한 전 대표는 국회에서 수많은 지지자를 앞에 두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사전 녹화된 영상 속에서 이 전 대표는 담담하고 차분한 말투로 경제 회복에 방점을 찍었다. 한 전 대표는 이 전 대표를 겨냥해 "위험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괴물정권이 탄생해 나라를 망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두 전 대표는 '대한국민'이라는 표현을 썼다. 1987년 개정된 헌법 전문에 대한국민이 나온다. 대한국민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으로 시작하는 헌법 전문의 주어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선포를 두고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며 파면했는데, 두 전 대표는 평상시 잘 쓰지 않는 대한국민이라는 상징적 표현을 따온 것으로 보인다. 국민이 최고법인 헌법의 주인이자 헌법권력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어 보이는 대목이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10일 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11분36초 분량의 다큐멘터리 형식의 출마 영상에서 이 전 대표가 제안한 핵심 키워드는 진짜 대한민국이다. /이재명TV 갈무리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10일 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11분36초 분량의 다큐멘터리 형식의 출마 영상에서 이 전 대표가 제안한 핵심 키워드는 '진짜 대한민국'이다. /이재명TV 갈무리

최근 헌재가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문에서 국민과 민의를 강조한 것처럼 두 전 대표 역시 국민의 저력을 치켜세웠다. "우리 국민의 위대함이 대한민국 위대함의 원천"(이 전 대표), "어떤 위기 상황에도 국민이 주체가 돼 스스로 역사를 개척해왔다"(한 전 대표)고 말했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 위임받은 권한을 국민을 위해 쓰겠다는 대목도 공통점이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 안전과 먹고 사는 경제에 초점을 맞췄고, 한 전 대표는 시대교체를 공언했다.

이 전 대표는 스스로를 도구로 칭했다. 그는 영상 말미에서 "대한민국은 대한국민이 만들어 간다. 그 대한국민의 훌륭한 도구. 최고의 도구, 이재명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국가수반인 대통령은 평범한 국민을 위해 일하는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대통령의 신분이 국민의 아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전 대표는 "많은 사람이 희망을 가지고 행복한 삶을 꿈꾸는 세상이 봄날 아니겠나.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한 전 대표는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능동적·적극적으로 국가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경향이 뚜렷했다. "작은 정부가 아니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유능하고 '좋은 정부'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87 헌법은 권력구조만 대통령직선제로 바꿨을 뿐, 70년대 유신헌법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다는 대목에서 국민이 온전히 나라의 주인이 되지 못했다는 인식이 엿보인다. 다수의 횡포를 개혁하고 기득권을 타파해 반목과 분열의 구시대를 청산, 미래세대가 꿈꿔온 삶을 살 수 있는 새로운 시대의 마중물이 되겠다는 포부가 인상적이다.

우리나라가 문화예술이 강한 만큼 전 세계에 일고 있는 한류 열풍을 가속화해 대한민국을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은 같다. 이 전 대표는 "우리가 비록 규모는 적지만 소프트파워 측면에서는 세계를 여러 영역에서 선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지역별 특색에 맞게 문화사업과 활동을 총괄하는 '지역문화 협력센터'를 설치해 전국 각지의 다양한 문화 자원을 활성화하겠다"라고 공약했다.

이 전 대표는 'K-이니셔티브'라는 새 국가 비전을 내놨다. 한국의 문화가 단순히 K-드라마, K-팝(POP) 등에 그치는 게 아니라 불의에 맞서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문화 역시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문화의 영역을 한층 확장한 것이다. "이제는 K-민주주의, 두 번에 걸친 무혈의 평화 혁명으로 현실 권력을 끌어내리는 세계사에 없는 일들이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이뤄졌다.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여러 영역이 있다. 이런 것들을 K-이니셔티브라고 통칭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shincomb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