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동현 기자]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러시아와 밀착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멀어졌던 중국과의 거리를 다시 좁히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이같은 행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이후를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주북한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북한 주재 중국 지원군 열사 표양 대표처'에 근무하는 중국 인력은 지난달 31일 북한에 입국했다. 해당 시설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을 지원하기 위해 참전한 중국군을 추모하기 위한 곳이다. 중국 측 인력 복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북한이 폐쇄됐던 이래 5년 만이다.
앞서 지난 1일에는 왕야쥔 주북한 중국대사가 해당 추모 시설을 방문했다. 왕 대사는 현장을 방문해 "올해는 중국인민지원군의 항미원조 출국 작전 75주년"이라며 "대표처가 조선(북한) 측과 소통·협조를 강화해 지원군 열사 기념 시설을 잘 수선·보호하고, 위대한 항미원조 정신과 중조 전통적 우의를 잘 전승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과 중국은 지난해 수교 75주년을 맞아 '북중 우호의 해'를 가졌지만, 이상기류 설이 제기될 정도로 양국 관계는 심상치 않았다. 다만 이같은 교류를 계기로 삼아 관계 회복에 차츰 시동을 거는 형국이다.
양국은 올해 초부터 고위급 교류를 통해 관계 개선 분위기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달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3월 중국을 처음 방문한 사실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환대를 재조명했다.
외무성은 "북중 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린 사건"이라며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가진 북중 친선 관계를 보다 높은 단계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는 데서 획기적인 이정표를 마련한 사변으로, 앞으로도 북중 친선은 끊임없이 강화발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에는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주북한 중국대사관을 방문해 왕 대사를 만났다. 당시 회동은 약 1년 만에 이뤄진 북중 외교당국 간 고위급 소통이었다.
대사관은 "박 부상은 양국 최고 지도자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북한과 중국의 우호 관계를 부단히 발전시킨다는 것이 북한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양측이 교류·협력을 강화해 북중 관계를 더욱 높은 단계로 나아가도록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정부도 지난해 러시아와 밀착했던 북한이 올해 들어 중국과의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통일부는 지난달 27일 '최근 북한 동향' 자료를 통해 북한이 접경지인 나선 지역 중국인 단체관광 추진과 중국 관영매체 기자들의 북한 복귀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에 대해 "지나치게 러시아에 의존적인 상황에 대한 리스크를 헤징(상쇄)하는 차원"이라며 "기본적으로 북한이 민생과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원활한 교역 관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이와 함께 10년 넘게 방치됐던 신압록강대교 북측 구간의 공사를 재개 중인 것으로도 파악됐다. 신압록강대교는 지난 2011년 착공해 2014년 다리 본체가 완공됐지만 세관, 도로 등을 포함한 북측 공사가 미비해 개통되지 못했다.
신압록강대교는 4차로로 구성된 길이 3030m의 대교로 완공 시 북중 교역량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과 중국을 잇는 압록강철교(중조우의교)는 1차로에 불과한 데다 1943년 개통돼 노후 문제를 동반하고 있다.
북한이 중국과 관계를 다시 밀착하려는 배경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러우 종전 협상이 진행됨에 따라 군병력을 지원하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에 한계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북한 입장에선 러우 전쟁의 종결 이후에도 러시아와의 관계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 전략적 예측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전쟁 중에는 러시아라는 뒷배가 있지만 종전 후에는 중국을 업고 미국과의 대화나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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