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9일 "현 상황에서는 대선·개헌 동시투표가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판단한다"라며 "국민적 공감대에 기초한 제 정당의 합의로 대선 이후 본격 논의를 이어가자"라고 밝혔다.
우 의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대선과 개헌의 동시투표 제안을 사흘 만에 철회한 배경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부정적인 반응,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 최측근인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한 것이 결정적이다.
우 의장은 "위헌‧불법 비상계엄 단죄에 당력을 모아온 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이 당장은 개헌 논의보다 정국 수습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라며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개헌이 국회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이라면 사실상 합의가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 대행은 자신의 권한을 벗어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함으로써 국회를 무시하고, 정국을 혼란에 빠뜨렸다"라면서 "안정적 개헌 논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우 의장은 "현재로서는 제기된 우려를 충분히 수용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향후 다시 한번 각 정당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여야가 생산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개헌 제안의 배경을 명확히 밝혀뒀다. 우 의장은 "대선 동시 개헌을 제안한 것은, 지난 30년 동안 반복한 개헌 시도와 무산의 공회전에서 벗어나기 위해"라며 "대선 전이 대통령 임기를 정하는 4년 중임제를 합의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우 의장은 "4년 중임제에 대해서는 이미 각 정당 간 상당한 수준으로 의견 수렴이 이뤄진 상태이고, 파악된 사회 각계의 의견과 국민 여론도 흐름을 같이 한다"라며 "이를 구체적인 개헌안으로 합의하려면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기 전에 매듭을 짓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차기 대통령의 임기에 관해 제기되고 있는 여러 주장을 정치적 셈법이나 호불호에 구속되지 않고, 논의하고 정리할 방안이기도 하다"라고 부연했다.
우 의장은 "4년 중임제 개헌은 국민의 의사를 받들고 국민과 소통하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책임 정치가 구현되어야 한다는 의장의 소신과도 일치한다"라면서 "의원내각제로는 책임 정치 풍토를 정착시키기 어렵다"라고 했다.
우 의장은 "둘째, 12.3 비상계엄이 불러온 국가적 위기와 혼란을 제도적으로 방지하는 방안에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개헌은 광범위한 사회적 요구를 높은 수준에서 제도화시킬 방안"이라고 했다.
우 의장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자의적 권한 행사를 방지할 필요도 있다"라며 "헌법 재판으로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가 국회의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침해하는 것임이 확인됐다"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그 후에도 행정부에 의한 국회 권한 침해 상태는 해소되지 않았고,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행위까지 발생했다"라며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를 더는 해석의 영역에 남겨둬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셋째,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압도하는 폐단을 해결해야 한다"라면서 감사원의 회계 검사권 국회 이관 등을 대표적 의제로 제시했다. 또, "정부 예산안의 총액 범위 안에서 국회의 예산 자율권을 확보해 이른바 '곳간지기'인 기획재정부의 예산권 남용을 예방하는 것도 삼권분립 강화를 위해 오랫동안 제기돼온 의제"라고 했다.
우 의장은 "위헌‧불법 비상계엄이 초래한 막대한 피해와 대한민국을 추락시킬 뻔한 권력의 일탈은 반드시 책임을 묻고 단죄해야 한다"라며 "동시에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것 역시 국회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헌의 골자를 각 정당 대선주자가 공약으로 제시해 주기를 기대하고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우 의장은 끝으로 "내각제 개헌을 주장한 적이 없다"라며 "6월 민주항쟁의 결실인 대통령제를 버리는 내각제는 국민적 동의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 의장의 일관된 견해"라고 밝혔다. 이어 "어떤 이유로 의장의 개헌 제안이 내각제 개헌으로 규정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매우 유감스럽다"라면서 "합리적이고 진지한 토론을 위축시키고 봉쇄하는 선동"이라고 불쾌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