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헌일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서 조기 대선이 현실화됐다.
곧 여야 대선주자들이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결정하고 이전한 용산 대통령실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린다.
헌재는 4일 오전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전원일치로 탄핵을 인용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주문을 읽는 순간 판결의 효력이 발생해 윤 전 대통령은 즉각 파면됐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은 예정보다 빨리 대선 국면에 돌입하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21대 대통령 선거는 올 6월 3일까지 치러져야 한다.
시일이 촉박한 만큼 여야에서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히는 인사들의 행보도 바빠지게 됐다. 향후 5년 국가를 이끌어갈 공약을 만들면서 당내 경선도 치러야 한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용산 대통령실'도 화두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년여 간 야당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비판이 제기된 문제기 때문이다.
지금의 용산 대통령실은 윤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2022년 3월 전격적으로 발표하고 추진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으나 경호 등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용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야당을 중심으로 즉각 반발이 터져나왔다. 왜 수십 년간 대한민국 대통령의 관저와 집무실로 사용됐던 청와대를 굳이 떠나 혈세를 낭비하냐는 지적이었다. 국민에게 더 가까이 가겠다는 윤 전 대통령이 내세운 명분도 설득력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은 하루이틀로 끝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진행 중이다. 이전 비용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가운데 대통령 관저에 호화시설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 이전 결정에 무속적 영향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만큼, 야당이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실 재이전을 포함한 사안을 이슈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대통령실을 옮긴 당사자가 실정을 저질러 탄핵됐기 때문에 이런 구상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
범야권 잠재적 대권주자 다수는 이미 대통령실 세종 이전을 언급했다. 청와대로 되돌리는 방안은 윤석열 정부에서 청와대를 개방하면서 내부 구조가 속속들이 대중에 공개됐기 때문에 경호 및 보안 문제 등으로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또한 대선에서 늘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는 충청권 표심을 잡겠다는 의도도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월 말 확대간부회의에서 대통령실 세종 이전과 관련해 지역구 의원에게 현황 파악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이전 검토를 지시한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그는 앞서 지난 대선에서도 행정수도 명문화 개헌 추진,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2월 말 본인 유튜브 채널 등에 올린 '대한민국을 바꾸는 시간(대바시) 2탄-기득권 까기'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불법으로 쌓아 올린 '내란 소굴' 용산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며 대통령실의 세종시 이전 등을 제안했다.
개혁신당이 일찌감치 대선 후보로 확정한 이준석 의원도 지난달 중순 대전에서 일정을 소화하면서 세종에 명품 대통령 집무실을 설치하자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대통령실 세종 이전을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내세워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위헌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