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했다. 현실로 다가온 조기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거리 설정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당시처럼 출당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파면된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이후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묻는 취재진에 "오늘은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관련 논의는 나중에 원내대표가 정리해 밝힐 것"이라고 답했다.
권 위원장은 앞서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윤 전 대통령을) 공식적으로 출당을 시킨다고 단절이 되나"라며 "인위적인 거리두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수민 원내대변인도 이날 의원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숙고한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이었다"며 "그 부분(윤 대통령과 당 관계 설정)에 대해 특별히 논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탄핵 국면에서 친윤(친윤석열) 성향 의원들이 지도부에 다수 포진됐고, 탄핵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었던 박 전 대통령 파면 때와 달리 탄핵 반대 여론도 컸던 만큼 당내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7년 3월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직후, 인명진 당시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인위적 징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5월 조기 대선이 치러진 뒤 같은 해 10월 당 윤리위원회가 박 전 대통령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내렸고, 11월에는 당시 홍준표 대표가 직권으로 제명했다.
이 같은 전례에 비추어 봤을 때 국민의힘 내 윤 전 대통령의 탈당 또는 출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조기대선 준비기간이 두 달로 짧은 점을 고려했을 때 출구전략 중 하나로 탈당 추진에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당의 지지율을 이끄는 핵심층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인데, 탈당을 추진하게 되면 이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상당수가 윤 전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깊은 등 친윤이 당의 주류 세력으로 자리잡은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에 "윤 전 대통령의 탈당 권유나 출당 논의가 당내에서 이뤄지지 않았다"며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로 단일 구도가 형성돼 있지만, 우리 당의 경우 다수 후보 간 경선이 불가피한 만큼 지금은 조기 대선 준비에 박차를 가할 때"라고 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부터 21대 대통령 선거 예비 후보자 등록을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60일 이내에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자를 확정하는 등 조기 대선 준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