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기각·각하'를 자신하던 국민의힘 내부에조차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국민의힘은 '판결에 승복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마지막까지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승복 선언' 공세에 몰두했다. 윤 대통령의 복귀를 암시하는 자신감마저 보였다. 한편 일각에선 탄핵이 인용될 경우 한발 늦게 조기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3일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동시에 민주당이 사실상 불복을 예고했다며 선고 이후 예상되는 사회적 갈등의 책임을 돌렸다. 민주당과 자신을 비교해 '책임 있는 정치세력'임을 부각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는 승복 여부를 묻는 질문에 '승복은 윤석열이 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불복을 선언했다"라며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이에 대비한 빌드업인지, 마지막까지 헌재를 압박하기 위한 대국민 겁박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느 쪽이든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의 태도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은 '헌재의 불의한 선고에 불복할 수 없다'라며 사실상 불복을 선언하고, 대중 봉기를 유도하고 있다"라며 "이런 극언을 내뱉으며 마치 자신이 독립운동가라도 되는 듯이, 자신이 정의의 수호자라도 되는 듯이 망상에 빠져 있겠지만 사실은 내란 선동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승복선언을 촉구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지도부는 여러 차례 탄핵심판에서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라며 "민주당은 불법과 폭력을 획책하고, 내란까지 선동하는 저급한 언어 배설을 즉각 멈추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복귀를 염두에 둔 차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권 위원장은 "헌재의 심판결과가 대통령 직무복귀로 결정된다면 우리 당도 서둘러 적극적으로 개헌을 추진하겠다"라며 "대통령께서도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만큼 국민의 뜻을 모아 시대정신에 맞는 헌법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기각·각하'를 확신하는 분위기는 국회 밖으로까지 이어졌다. 일부 의원들은 거리로 나가 막판 여론전에 힘썼다. 국민의힘 의원 50여명은 서울 종로구 헌재 옆 안국역 5번 출구 인근에서 전날부터 선고 당일까지 '48시간 밤샘 릴레이' 시위를 이어간다. 선고 당일엔 아침 일찍부터 집결해 기각·각하를 촉구할 예정이다.
릴레이 시위에 참석한 나경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내일 헌재의 선고는 '이재명 민주당'의 '의회 독재', '반헌법적 국정 찬탈 시도'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자 법치주의, 헌정질서 파괴 행위에 대한 '탄핵'"이라며 "헌재는 흔들리는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만약 탄핵이 인용돼 조기대선에 돌입하게 된다면 맞게 될 불리한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하락세를 보일 뿐 아니라 차기 지도자 선호도에서도 여권 대선주자들이 부동의 지지율 1위인 이재명 대표에게 밀리기 때문이다. 꾸준히 대선 행보를 다져온 이 대표와 달리 탄핵 기각을 전제로 조기대선에 대비하지 못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이 지난 31일부터 2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 선거 구도와 관련된 조사에서는 '정권 교체를 위해 야권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1%로 나타났다. 반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여권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3%로 집계됐다.
당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당은 현재 여러 상황을 종합해봤을 때 (대통령 탄핵) 인용은 안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라며 "조기대선을 아예 고려하지 않아 준비를 할 수 없던 상황에서 대선이 열린다면 사실상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선고 당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생중계를 함께 지켜볼 예정이다. 이후 대응 방안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는 헌재에 방문할 계획이 없지만 일부 의원 20여명은 직접 헌재를 찾아 방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에 포함된 여론조사는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22.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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