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의 핵심 인물인 심우정 검찰총장을 향한 전면 공세에 나섰다. 외교부 채용 과정에서 불거진 심 총장 딸의 특혜 의혹을 고리로 공정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우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단순한 도덕적 검증을 넘어 조기 대선 정국을 앞두고 청년층과 중도층의 정서를 환기하고, 윤 대통령과 검찰 권력을 함께 겨냥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2일 '심우정 검찰총장 자녀 특혜 채용 비리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심 총장 딸 심모 씨의 채용 과정에 대한 본격 검증에 나섰다.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에서 기간제 연구원으로 채용돼 일하던 심 씨는 지난 2월 외교부 공무직에 최종 합격했다. 민주당은 외교원과 외교부 두 채용 과정 모두 심 씨가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교원 연구원의 경우 '해당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자'가 채용 대상인데 심 씨의 경우 지원 당시 석사학위 취득예정자 신분이었다. 외교부 공무직은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서 해당 분야 실무경력 2년 이상'으로 제한했는데 민주당은 심 씨가 외교원에서 일한 8개월 외에는 기준에 부합하는 경력이 없다고 본다. 반면 대검찰청은 국제대학원 연구보조원, UN 산하기구 인턴까지 2년 이상의 경력 요건을 채웠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외교부가 지난 1월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였던 자격 요건을 한 달 뒤 국제정치 분야로 바꿔 심 씨를 채용했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심 씨의 채용 의혹에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으며 채용 역시 보류된 상태다.
조사단장을 맡은 한정애 의원은 출범식에서 "특혜를 넘어선 권력형 비리라고 단언컨대 말씀드린다"라고 말했다. 이날도 조사단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 씨가 지원한 (외교원) '다급 채용과정'에서 석사학위 취득예정자가 채용된 사례는 심 총장 자녀가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도 심 씨의 외교부 채용 과정에서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있는 외교부 국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심 씨 의혹에 전면전을 선포한 이유는 명확하다. 공정성 문제가 청년층의 감정선을 정면으로 건드린 사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채용 특혜 의혹에 2030세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김지호 경기도당 대변인은 "우리 청년들은 부모를 잘못 만난 죄인인가"라며 "정부는 그동안 공정과 상식을 강조해 왔다. 그런데 정작 그 공정은 권력자와 가까운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사치였나"라고 심 씨 의혹을 직격했다.
조기 대선의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프레임을 바탕으로 청년층과 중도층의 관심을 환기할 수도 있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 2심 무죄 판결 이후 정당 지지율 상승 흐름과 맞물려 심 씨 이슈가 일정한 정치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당 한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사회 초년생들이 불공정에는 분노하기 때문에 이번 사안은 아주 폭발력이 강한 이슈"라며 "당에서도 폭발력이 커지면 화력을 더 집중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라고 물었다.
이번 공세가 심 총장 개인을 넘어 윤 대통령과의 관계까지 겨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되는 지점이다. 심 총장은 윤석열 정권에서 검찰 내 요직을 관통해 왔다.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불기소 처리했고, 최근에는 즉시항고를 포기하면서 윤 대통령의 석방 지휘까지 하면서 정권의 최후 방어선으로 인식된다.
한 중진 의원은 "심 총장이 내란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우리는 갖고 있었고, 실제 구속 취소나 석방지휘도 있었지 않나"며 "내란 연루에 대한 의혹을 갖던 차에 딸의 채용 의혹이 번졌으니까 당연히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란을 극복해 가는 일환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단순한 채용비리 의혹 제기가 아니라 검찰 권력에 대한 상징적 견제 시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일종의 여론적 탄핵으로 봐야 한다"며 "이 대표가 2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니까 검찰의 무도함을 동시해 겨냥해 사법정의를 입증하는 보조제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