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4일로 확정하면서 일정을 재촉하던 더불어민주당의 표정도 한층 밝아졌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도 검토했지만 윤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점'에 집중하기 위해 전략을 재조정한 모습이다. 선고 결과에 따라 정치지형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만큼 불필요한 전선은 피하겠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헌재가 오는 4일 오전 11시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한다고 이날 공지하자 민주당은 한숨을 돌린 모습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장장 4개월에 걸친 국민들의 기다림에 마침내 헌재가 응답했다"며 "내란수괴 파면을 통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국체·국헌을 수호하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12월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헌재는 108일간 고심을 거듭해 왔다. 변론이 종결된 지도 38일이 지났지만 선고기일이 좀처럼 잡히지 않자 민주당 내에선 불안한 기류가 감지됐다. 특히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종료되는 18일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다시 '6인 체제'로 탄핵심판이 표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이런 배경 속에서 민주당은 헌재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마은혁 후보자의 임명 촉구와 함께 한 대행에 대한 탄핵카드까지 꺼내 들며 압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권한대행으로 복귀한 지 9일째인 지금 이 순간까지도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마 후보자 임명은 하지 않았다"며 "오늘까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다면 헌법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헌정 붕괴를 막고 국민을 지키기 위해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한 대행을 탄핵 대상에 포함하는 '쌍탄핵' 방안도 검토되기도 했다. 길어진 탄핵심판 일정 속에서 국정 책임자로서의 한 대행과 최 부총리의 책임을 부각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헌재가 선고일을 확정하면서 민주당의 기류는 빠르게 정리됐다. 한 대행 탄핵은 일단 접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확전보다는 '집중'을 택한 셈이다. 조 수석대변인은 "최 부총리 탄핵안은 본회의가 열리면 예정대로 보고될 것"이라며 "한 대행에 대해선 중대 결심을 얘기했고, 탄핵은 거론을 안 했기 때문에 일단은 오늘 지켜보겠다"라고 말했다.
정치적 리스크 관리를 위한 판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권력을 독점한다'는 게 민주당이 제일 조심해야 하는 프레임인데 (지금 한 대행을 탄핵한다면 윤 대통령 탄핵 인용될 경우 있을) 대선에 도움이 안 되지 않겠나"라며 "국민을 자극할 수 있는 탄핵 남발을 왜 하겠나"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선고기일까지 국회 안 비상대기 돌입과 함께 광화문광장에서 진행 중인 비상행동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원내지도부는 의원들에게 "매우 민감한 시기다. 헌재 선고일까지 SNS에서나 언론 인터뷰에서 각별히 신중하고 절제된 언행을 해주시길 당부드린다"라는 공지를 전달하며 기강을 다잡았다.
일각에선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도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본회의에 보고는 하지만 법사위에 회부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일단 내일(2일) 본회의를 하니까 보고하고 적절하게 조절하겠다"며 "아직 결론이 난 게 아니다. 예를 들자면 4일 결정을 보고해도 되는 거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야권 관계자도 통화에서 "이제 곧 대선 국면일텐데 한 대행을 탄핵할 이유가 없다"며 "최 부총리도 미국 국채 투자 등 문제가 심각하지만 현상황에선 하지 않는게 적절하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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