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여권 대선주자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 지연에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무죄 선고라는 부정적인 변수가 더해졌다. 안 그래도 '탄핵 정국'이라는 제약을 달고 조심스레 대권 행보를 이어오던 상황에서다. 사법리스크를 일부 덜어내고 대권가도에 박차를 가하는 이 대표와 달리 존재감마저 사라져가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 주자들의 지지율은 몇주째 지지부진한 상태다. 한국갤럽이 25~27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문항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8%,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5%, 오세훈 서울시장·홍준표 대구시장 3%,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1%으로 나타났다.
여권 주자들 모두 지지율이 10%를 넘지 못한 건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다. 반면 이 대표는 34%로, 여권 주자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10%P 넘게 차이가 난다.
한 자릿수에 갇혀 있는 지지율은 이들이 처한 난감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한참 늦어지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조기대선을 대비해야 한다'는 조급함은커녕 '탄핵 각하 또는 기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기대감이 늘어났다.
게다가 조기대선 언급이 금기시되는 분위기는 이전보다 심화됐다. 만약 조기대선이 열리기라도 한다면 공직선거법 위반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 대표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조기대선 가능성을 아예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여권 주자 측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에 "이제 '이재명 사법리스크'라는 표현을 쓰기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며 "이 대표가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고, 여권 모두에게 상황이 불리해졌다"고 전했다.
무죄를 선고받자마자 산불피해가 심각한 경북 안동을 찾는가 하면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처음으로 방문하는 등 대권을 향한 광폭행보에 돌입한 이 대표와 다르게 여권 주자들의 행보는 그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최근 '오 시장과 한 전 대표의 대선준비 비공식 캠프가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등의 지라시와 받글(받은 글)이 돌기도 했다. 양측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중도확장성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소위 '탄핵 찬성(탄찬)파'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무죄 선고가 자신들로 하여금 기대감을 걸어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는 "여권 주자 누구에게도 유리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인 건 맞지만 보수 지지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확장성이 있고 승리 가능성이 있는 이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을까 기대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반대의 의견도 있다. 이 대표가 강해진만큼 보수층이 강성 목소리를 내는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보수가 결집하면 탄핵 찬성파보다는 반대파, 즉 윤석열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는 인사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결국 여권 내부 이견이 억눌리는 상황이 와서 탄핵 찬성파의 말과 행동의 범위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사에 포함된 여론조사는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3.0%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