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상욱 "보수에서 낸 尹…보수가 '제조물' 책임져야"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5.03.31 00:00 / 수정: 2025.03.31 14:49
"분명한 옳은 일에 뒷걸음질 치고 비겁해선 안 돼"
"한동훈 한계 보이는 듯해 아쉬워…그래도 응원해"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모두가 '예스(Yes)'라고 할 때, '노(No)'라고 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 2000년대 초반 어느 광고에서 쓰였던 이 말은 현재 정치판을 관통하고 있다. 정치적 이념이 같은 집단(정당) 속에서 극소수 의견을 내기란 보통의 용기와 결단이 아니고서는 매우 힘든 일이다.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뿐 아니라 자칫 정치 생명까지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본디 가시밭길보다 꽃길을 걷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정치인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까. 당 주류에 속해 대세를 따른다면 어느 정도 출세와 성공이 뒤따를 수 있다. 그런데 자기의 정치적 가치를 소신껏 지키고 실행하면서 험로를 걷는 이가 있다. 김상욱(45·울산 남구갑·초선) 국민의힘 의원이다. 대표적인 '탄찬파' 김 의원은 당원들과 보수 지지층에서 소위 '배신자'로 낙인 찍혔다. 정치인으로서는 치명적인 주홍글씨다. 전통적으로 보수가 강세인 지역구를 둔 그는 왜 외로운 정치의 길을 걷는 걸까.

지난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만난 김 의원은 환하게 웃으면서 취재진보다 더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초선 의원이라고 해도 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태도가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의 지역구인 울산 산불 피해를 묻자 내내 환한 그의 표정이 순간 변했다. "당연히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임도(산길)가 부족해 진화 인력이 불을 끄러 들어가지를 못하더라. 산불 진화와 연계해 임도 확보·확장의 필요성을 느꼈다."

김 의원은 많은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주변인들에 대한 괴롭힘과 가깝게 지냈던 이들이 자신에게 등을 돌린 부분은 힘들고 외롭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김 의원은 많은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주변인들에 대한 괴롭힘과 가깝게 지냈던 이들이 자신에게 등을 돌린 부분은 힘들고 외롭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비난과 위협받아…보수의 가치 지킬 것"

12·3 비상계엄이 위헌적이라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김 의원은 많은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당협위원장직 사퇴와 탈당을 요구받고 있다. 심지어 무더기 고소·고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전부 무혐의로 굴레를 벗어나고 있지만 생존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려는 시도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보다 주변인들에 대한 괴롭힘, 가깝게 지냈던 이들이 자신에게 등을 돌린 건 더 힘들다고 했다.

동시에 회유와 설득하는 조언도 듣는다고 한다. 그때마다 보수의 가치를 떠올리는 그다. "포퓰리즘과 극단주의를 막고, 민주당을 견제하는 힘도 필요하다. 건강한 보수로 미력하나마 계속 노력한다면 우리 정치를 더욱 건강하게 하고 축소 사회와 경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견제받지 않는 정치와 권력,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수구 정치가 된다면 사회는 급격하게 붕괴할 수 있다. 힘닿는 데까지 애를 많이 쓸 생각이다."

왜 본인이어야만 하는지 궁금했다.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 정치가 국민을 향해야 한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이익 싸움이 돼선 안 된다. 헌법 수호와 민주주의가 소중하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려 한다. 제 말과 행동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들이 같이 고민하고 변화를 일으키는 데 나서주면 저는 성공한 것이다. 그게 제 역할인 것 같다. 사실 달걀로 바위 치기다. 그렇더라도 느끼는 사명감은 강하다."

김 의원은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지금 12·3 비상계엄 당일 죽더라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실제 죽는 것도 각오했다. 그런 마음을 낸 뒤 (지난달 24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사진을 직접 보니, '이익 때문에 무엇이 옳은지 분명한 일에서 뒷걸음질 치고 비겁하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생각했다. 그 판단만큼은 확실하다. 보수는 포용할 수 있어야 하고 품위와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

정치적 이념에 따라 극단적으로 분열된 양상 속에서 보수와 진보는 상생 관계라고 강조한 김 의원이다. 진보가 시대 정신을 반영해 창의적인 도전을 계속하면서 새로운 내재적 가치를 발견해내고, 그 결과물을 사회가 받아들이게 되면 다시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가 된다는 지론에서다. 예컨대, 진보가 투쟁해서 만들어간 민주주의 가치를 우리 사회가 받아들였고, 이제는 보수가 수호해야 할 가치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한동훈 전 대표는 비상계엄이라는 위중한 시국이 가장 분명한 메시지를 내고 행동으로 옮겼다. 높이 평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회=이새롬 기자
김 의원은 "한동훈 전 대표는 비상계엄이라는 위중한 시국이 가장 분명한 메시지를 내고 행동으로 옮겼다. 높이 평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회=이새롬 기자

◆"한동훈·유승민에 세 모아야만 당 건강해질 수 있어"

헌법 수호와 민주주의 법치국가를 보수의 가치로 여기는 김 의원. 그래서일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자신의 보수의 가치와 정면충돌한 중대한 사건이었다. "비상계엄 사태는 명백히 위헌적·반민주적 행동이라고 평가한다. 보수주의자들은 모든 걸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 특히 (윤 대통령은) 보수에서 낸 대통령 아닌가. 따라서 일종의 제조물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 애프터서비스를 해줘야 국민이 다음에도 보수를 선택해 줄 수 있지 않겠나."

보수의 가치관을 지켜가는 대가는 혹독하다. 고립무원이다. 한때 친한계(친한동훈)로 분류됐지만 이제는 과거의 일이 됐다. 그러나 반전이다. 그는 "한동훈 전 대표는 비상계엄이라는 위중한 시국이 가장 분명한 메시지를 내고 행동으로 옮겼다. 높이 평가해야 한다. 한 전 대표가 건재해야 얼마 남지 않은 소장파 의원도 건재할 수 있다. 건강한 보수 세력의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여권 잠룡 중 한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에게 세를 모아가야만 당이 건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쓴소리도 남겼다. 김 의원은 "한 전 대표가 한계를 보이는 듯해 아쉽다. 보수가 보수답기 위해선 아닌 건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비상계엄은 정치·언론 활동을 막고 정치적 반대 세력을 처단하는 것이지 않았나. 그건 보수의 가치가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 최근 한 전 대표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더라도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을 맺었다.

보수와 진보가 정치적 이념이 달라도 국민을 위한 정치로 보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헌을 통해 양당 구도에서 다당제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만 다양한 국민의 요구를 입법이나 정책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이유다. 하지만 여야가 서로 상대 메신저를 공격하고 거기서 정치적 이득을 얻어 기득권을 지키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런 정치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민주주의가 없는 지배층과 피지배층으로 나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끝으로 그는 당원과 보수층을 향해 간절한 호소의 말을 남겼다.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민주주의와 헌법 질서가 지켜지는, 공정하고 합리적·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국민의힘이라서 지지한다'는 게 아니라 '공정한, 합리적인,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나가니까 지지한다'가 됐으면 좋겠다. 당과 진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이고 그것을 실현하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주시면 한다. 그것이 알맹이니까."

shincomb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