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예비비' 두고 與野 공방 격화…"예비비 충분" vs "추경 필요"
  • 이하린 기자
  • 입력: 2025.03.29 00:00 / 수정: 2025.03.29 00:00
與 "민주당의 주먹구구식이고 근시안적 태도에 유감"
野 "국민의힘, 정당화·합리화 수작…'산불 추경'해야"
최근 경상북도 등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과 관련해 여야 간 예비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악수하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최근 경상북도 등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과 관련해 여야 간 '예비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악수하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최근 경상북도 등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대응과 관련해 여야 간 '예비비 증액' 추가경정예산안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가 예비비는 4조 8700억 원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즉시 사용 가능한 예산은 6000억 원에 불과하다"며 추경 편성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민의힘은 2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산불 대응을 위한 국가 예비비가 충분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사실 확인도 없이 엉터리 숫자놀음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기획재정부에서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낸 입장문을 통해 "국가 예산은 원칙과 기준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지 쌈짓돈처럼 마구잡이로 쓰는 것이 아니"라며 "이 대표의 국가 예산에 대한 주먹구구식이고 근시안적인 태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국회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2025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예비비는 당초 정부가 제안한 4조 8000억 원에서 국회 본회의 심의를 거쳐 2조 4000억 원이 감액된 규모로 최종 확정됐다.

국민의힘은 이중 재난·재해 등에 활용이 가능한 목적 예비비는 1조 6000억원이며, 여기서 1조 2000억원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고교 무상 교육 등 사업 소요 경비로 지출하도록 확정돼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목적 예비비는 약 4000억 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각 부처 재난재해비는 9270억 원이지만, 이 중 즉각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1998억 원에 그친다고 강조했다. 9270억 원 중 4170억 원은 지난해 발생한 재해에 대한 복구비이기 때문에 제외하면, 올해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은 5100억 원이다.

또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의 1850억 원 규모의 예산은 가뭄, 태풍에 사용하게 돼 있다. 산불 등 재난엔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즉시 가용할 수 있는 목적 예비비와 각 부처 재난재해비를 합치면 국민의힘이 말하는 ‘즉시 가용 가능한 재난 대응 예산’은 약 6,000억 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또 국가채무 부담 예산으로 책정된 1조 5000억 원도 시설 복구 등에만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고, 사실상 '외상'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산불 피해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민을 폄하하고 기만하는 거짓말을 그만 멈추고 신속한 산불 진화와 복구 지원을 위해 이 대표는 정치 행위를 하지 말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민주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마치 예산이 삭감돼 산불 대책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예산은 충분하다. 현재 산불 대책에 사용할 국가 예비비는 총 4조8700억원이 있다고 했다. 사진은 최고위원회의 참석한 이 대표(왼쪽)와 박찬대 원내대표. /배정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민주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마치 예산이 삭감돼 산불 대책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예산은 충분하다. 현재 산불 대책에 사용할 국가 예비비는 총 4조8700억원이 있다"고 했다. 사진은 최고위원회의 참석한 이 대표(왼쪽)와 박찬대 원내대표. /배정한 기자

반면 민주당은 현재의 예비비를 우선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마치 예산이 삭감돼 산불 대책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예산은 충분하다. 현재 산불 대책에 사용할 국가 예비비는 총 4조8700억원이 있다"고 말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정말로 (국민의힘이) 산불 대책에 예산을 쓸 의지가 있다면 고교 무상교육 지원법을 이번 추경에서 합의 처리하고 그 예산을 본예산에 별도로 편성하면 된다"며 "그렇게 되면 예비비 총칙에 규정된 ‘꼬리표’를 떼고 해당 재원을 산불 재해 대책비로 사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세부적인 사안을 두고 여야 간 입장차가 있긴 하지만 추경 편성이 성사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산불 피해가 심각한 만큼 재난 관련 추경을 해야 한다는 입장은 여야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진 의장은 '산불 추경'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의장이 제시한 각 정부 부처의 예산 집행 상황에 대해 "우리는 여당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각 부처 예산 집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긴 어렵다"며 "국민의힘이 기획재정부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얘기하는 것이라 이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면 (국민의힘은) 필요한 산불 예산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추경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예비비 증액만 주장하는 것은 결국 쌈짓돈으로 가져다 쓰려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려는 수작"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추경 논의는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예산 총괄 사령탑인 최상목 부총리에 대한 (민주당의) 무모한 탄핵 발의 시도부터 철회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한편, 이 대표가 각 부처 재난재해비가 9700억 원이라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선 '실무상 착오'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장은 "이 대표가 받은 자료엔 9720억 원으로 잘못 기재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9270억 원이 맞고 단순한 실무적 오류"라고 설명했다.


underwat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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