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이헌일 기자]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시끄러운 정국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무죄 판결로 또다시 들썩였다. 이 대표는 1심 결과를 완전히 뒤집은 이번 판결로 사법 리스크를 상당 부분 해소하며 일극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판결 당일 법원 앞과 광화문 등 곳곳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층의 분노가 교차하며 극심한 여론 분열이 다시 확인됐다. 또 1심 판결의 주요 근거로 작용한 이 대표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같이 찍힌 사진을 2심 재판부가 조작된 것으로 판단한 것을 두고 큰 논란 속에 '밈'도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여야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탄핵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등을 두고도 여론전을 지속하는 모습이다.
-한편으로는 경북 지역 산불 피해가 계속 불어나는 가운데 "호마 의식이다" "간첩 소행이다" 등 정치적 목적의 음모론이 제기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실도 즉각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며 확산 차단에 나섰다. 광화문에서는 민주당이 천막당사를 치고 장외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안그래도 불편한 자리에 강풍에 비까지 겹치며 녹록지 않은 환경이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러 가능성이 주목을 받는 가운데 일부 공장에서 중국산 브랜드 재봉틀이 다수 발견돼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 일었다. 국토와 국민 마음을 할퀴고 있는 화마가 하루빨리 잡히길 바라며 이번 주 정치권 이슈를 살펴본다.
◆이재명 2심 무죄 이끈 '조작된 사진'…논란 일파만파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기자들에게 자신을 확대한 사진을 쓰지 말라고 했다고?
-응. 권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언론인 여러분, 저를 클로즈업한 사진은 쓰지 말라. 서울고등법원에 가면 사진 조작범이 될 수 있다"고 말하자 현장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무죄 판결을 한 재판부를 비꼰 거야. 1심에서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21년 1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던 이 대표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이 같이 찍힌 사진이 이 대표의 허위사실 혐의의 근거로 인정됐지만 2심에서는 안 됐어. 재판부가 사진이 원본이 아니라는 점에서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거든.
-이 사진의 원본이 따로 있어?
-응. 원본을 보면 이 대표와 김 전 차장을 포함해 호주-뉴질랜드 해외 출장을 함께 간 공무원 10명이 같이 찍은 단체 사진인데, 박 의원이 올린 사진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4명만 한 프레임으로 잘라내 보여줬다는 점을 재판부가 문제 삼은 거야. 이 사진을 최초 공개했던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즉각 반발했어. 이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무죄 선고가 나온 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졸지에 제가 사진 조작범이 됐다. 옆 사람에게 자세하게 보여주려고 화면을 확대하면 사진 조작범이 되는가"라며 "속도위반 카메라에 찍힌 번호판 확대사진은 모두 조작이라 과태료를 안 내도 되는가"라고 했어.
-이 최고위원은 자기가 '조작 밈'의 창시자가 됐다고 표현하던데, 어떤 밈이야?
-국민의힘 의원들 중심으로 사진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내가 사진 조작범이다'라고 풍자했어. 김은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려견 사진을 확대하는 자신의 모습을 찍어 "김모의원 조작현장! 실시간"이라고 패러디했고, 김미애 의원도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각하' 릴레이 시위를 하며 다른 의원들과 찍은 사진의 일부를 확대해 "이 사진은 '조작'인가"라고 반문했어.
반대로 여권의 풍자를 재반박하는 패러디물도 올라왔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진실만 말하는 확대밈 모음'에는 사진의 일부를 잘라냈을 때 원본과 전혀 다른 의도 또는 의미가 담기도록 편집한 건 조작이 맞다는 취지의 사진들이 포함돼 올라왔어. 예를 들어 '죄인'이란 단어 옆 권 원내대표, '약' 옆에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대통령 술 전문' 옆에 윤석열 대통령만 담기게 사진을 의도적으로 잘라내서 비꼬았어.
◆李 무죄 판결 당일, 서울 곳곳 환호성·눈물
-판결 당일인 26일 이 대표의 무죄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 일대가 떠들썩했어. 민주당이 광화문에서 천막당사를 운영하는 거 알고 있지? 이날 당직은 박선원 민주당 의원이었는데 천막 근처에서 유튜브로 판결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았어. 무죄 선고가 내려지자 박수를 치는 사람도 있었고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는 지지자들도 있었지. 경복궁을 지나던 외국인 관광객들도 신기한지 영상을 찍더라.
-국회 반응도 장난 아니었겠다.
-당연하지. 국회의원회관에서도 환호성이 터졌대. "무죄!"라고 소리치는 사람들도 있었고, 박수 소리도 엄청 컸다더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법원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
-맞아. 아예 일렬로 서서 판결을 기다리고 있었어. 이 대표는 의원들에게 "법원 현장에 오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당 지도부를 포함해 무려 70여 명의 의원들이 몰려왔어. 다들 초조한지 핸드폰이나 스마트워치를 보면서 속보를 확인하더라. 전화를 돌리는 사람도 많았어.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박찬대 원내대표는 활짝 웃더라고. 다른 의원들도 기쁜 마음을 표출했어.
-이번 판결로 이 대표도 사법 리스크가 일부 해소돼서 마음이 좀 편해졌겠다. 정치 활동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겠네.
-그렇지. 법원에서 나온 이 대표는 지지자들에게 웃으며 고개 숙여 인사했어. 그리고 "진실과 정의에 기반한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지. 그러면서 이 대표는 "검찰이,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역량을 산불 예방이나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됐겠냐"고 검찰과 윤석열 정부를 직격했어.
◆최상목 탄핵 철회·마은혁 임명 '핑퐁'…여론전 지속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피해가 커지면서 정쟁을 멈추고 현장으로 달려간 여야가 여전히 여론전을 지속하는 모양새야.
-그러게 말이야.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연일 최상목 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을 공식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실익도 없고 명분도 없다는 이유에서야. 정략적으로 탄핵안 카드를 꺼내지 말고 민생을 돌보라는 지적도 함께.
-애초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보고할 방침이었어. 하지만 심각한 산불 사태 영향으로 본회의는 취소됐어. 이에 따라 최 부총리 탄핵 절차도 미뤄졌어. 민주당은 최 부총리 탄핵 사유로 특검 후보자 미추천, 헌법재판관 미임명을 들었어.
-민주당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고 있어.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8일 서면 브리핑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대행 지위를 회복한 지 벌써 5일째인데, 10분 아니라 1분도 안 걸리는 일을 왜 안 하냐"며 불만을 터트렸어. 또 마 후보자 임명 거부는 내란 공범으로 처벌될 수밖에 없다며 '마지막 경고'라고 했어.
-심지어 야권 일각에서는 한 대행을 재탄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덕수가 마은혁을 임명하지 않으면 즉시 탄핵해야 한다"라고 썼어.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지정하지 않으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정치권 일각에서는 거대 양당이 최 대행 탄핵안 철회와 마 후보자 임명을 두고 옥신각신하면서 우호적 여론 형성에 매몰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와.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서다빈 기자, 이동현 인턴 기자, 이하린 인턴 기자
☞<하>편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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