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에 기운 野 대선 '무게추'…비명계는 복잡한 셈법
  • 김세정 기자
  • 입력: 2025.03.28 00:00 / 수정: 2025.03.28 00:00
2심 무죄로 굳어진 '1강'…"경선 해볼 것도 없다" 반응도
환영한다 입장 냈지만…복잡해진 비명계 전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 항소심 무죄 판결로 정치권이 뜨겁다. 대권 가도를 가로막던 최대 장애물을 걷어낸 만큼 이재명의 시간이 본격 시작됐다는 평가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 항소심 무죄 판결로 정치권이 뜨겁다. 대권 가도를 가로막던 최대 장애물을 걷어낸 만큼 '이재명의 시간'이 본격 시작됐다는 평가다.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 항소심 무죄 판결로 정치권이 뜨겁다. 대권 가도를 가로막던 최대 장애물을 걷어낸 만큼 '이재명의 시간'이 본격 시작됐다는 평가다. 이 대표의 입지 강화와 함께 민주당의 권력 지형도 사실상 정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2심 선고에 맞춰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던 비명계(비이재명계)의 입지도 확연히 줄어들며 이들의 생존 전략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서울고등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게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이후 이 대표는 차기 대선 구도에서 완전한 1강 체제를 굳혔다는 분석이 많다. 탄핵 국면의 반격을 시도하던 국민의힘도 당황했지만, 플랜비를 기대하던 비명계 역시 예상하지 못한 듯 적잖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사법리스크 족쇄가 풀리며 이 대표의 당내 입지는 더욱 견고해졌고, "조기 대선이 확정된다면 경선을 해볼 것도 없다"는 말까지 민주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 잠룡들은 이 대표의 무죄 소식에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SNS에 "무죄는 당연한 결과다. 애초부터 야당 대표를 겨냥한 정치 보복성 수사이자 무리한 기소였다"며 "어려운 조건에서도 현명하게 판결을 내려준 항소심 재판부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는 글을 남겼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다행이다. 당원으로서 한시름 덜었다"는 내용의 글을 썼고, 김동연 경기지사는 "사필귀정"이라며 "검찰의 과도한 기소를 이제라도 바로 잡아 다행"이라고 했다. 김두관 전 국회의원은 "검찰의 정적 죽이기와 표적 수사에 대한 사법부의 경종"이라는 평가를,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은 "법원 결정을 환영한다. 이제 온 국민의 마음을 모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나아가자"고 남겼다.

짧고 간결한 반응이지만 의미는 길어 보인다. 판이 기운 걸 인정하면서도 존재감을 놓치지 않으려는 일종의 표정 관리로 해석될 수 있다. 독주 체제가 더욱 굳어진 이상 정면승부를 시도하기엔 현실적인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가뜩이나 이 대표의 입지가 확고한데 (선거법 2심 무죄까지 나왔으니) 이제는 비명계, 친명계 의미가 없다"며 "경선도 의미가 없다. 누가 대적을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비명계 주자들의 전략은 다양한 방향으로 분화될 전망이다. 당장 존재감을 낮추고 관망하는 '정중동' 기조를 유지하며 이 대표를 향한 메시지를 최소화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대표와의 직접적 대립은 피하되 소극적 차별화를 통해 '비이재명'의 색채만 남긴 채 정치적 체력을 비축한다는 흐름이다. 친명계의 균열이나 지방선거 이후의 당 권력 재편 등 변곡점을 기다리는 장기전 구도다.

야권 잠룡들은 이 대표의 무죄 소식에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SNS에 무죄는 당연한 결과다. 애초부터 야당 대표를 겨냥한 정치 보복성 수사이자 무리한 기소였다며 어려운 조건에서도 현명하게 판결을 내려준 항소심 재판부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는 글을 남겼다. /이새롬 기자
야권 잠룡들은 이 대표의 무죄 소식에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SNS에 "무죄는 당연한 결과다. 애초부터 야당 대표를 겨냥한 정치 보복성 수사이자 무리한 기소였다"며 "어려운 조건에서도 현명하게 판결을 내려준 항소심 재판부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는 글을 남겼다. /이새롬 기자

목표는 이번이 아닌 다음 판이라는 인식도 있다. 이번 대선에선 이 대표를 사실상 추대하는 흐름에 협조하면서 이미지 다듬기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경선에서 승산은 영점에 수렴하지만 당내 존재감을 완전히 잃지 않고 미래를 대비하려는 계산이다.

이런 분위기는 당내 인사들의 반응에서도 감지된다. 친명계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처음부터 (비명계 주자들은 이 대표와) 경쟁이 안 됐다. 전날 판결로 원사이드하게 이 대표 체제로 정리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의 판결로 비명계 주자들의 입지가) 힘들어졌다기보단 새롭게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다만 끝난 게 아니라는 신중론도 있다. 이 대표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은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고 보기도 한다.

비명계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 간사 양기대 전 의원은 SNS에 "대법원이 조기에 확정판결을 통해 롤러코스터같이 혼란을 준 1,2심의 엇갈린 판결을 정리해 줘야 할 것 같다"며 "이 대표와 민주당도 앞으로 분열과 대립보다는 국민통합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라고 했다. 최종심이 남아있다는 전제와 함께 당의 리더십은 여전히 국민 신뢰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뜻으로 유추된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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