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 기각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심 선고까지 겹치면서 국민의힘은 연일 대야(對野) 공세를 거세게 퍼붓고 있다. 여당이 줄곧 주장해온 '거대야당의 입법 폭거' 프레임을 부각해 정국 반전을 노려볼 수 있는 기회라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의 한 총리 탄핵심판 기각 결정을 환영함과 동시에 민주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이 주도한 탄핵소추안이 연속 기각된 점을 언급해 '정략적 탄핵' 프레임을 부각시키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의원 20여명은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 모여 "탄핵남발 9전9패 민주당은 사죄하라", "졸속탄핵 헌정농단 이재명은 사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자리엔 당대표·원내대표를 맡았던 중진 의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5선 중진인 나경원 의원은 한 총리의 탄핵 기각 결정에 대해 "만시지탄이지만 사필귀정이었다"며 "민주당의 정략 탄핵의 민낯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최상목 부총리의 탄핵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나 의원은 "이재명이 어떤 사람이냐. 전과 4범에 8개의 사건에서 12개 혐의로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며 "이재명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조기 퇴진을 외치면서 그들의 재판 결과가 확정되기 전에 대선을 치르기 위해 온갖 획책을 했다. 178회의 조기 퇴진 집회가 그것을 말해준다"고 했다.
앞서 오전 7시쯤 헌재 앞에서 나 의원과 정점식 의원이 1인 시위를 하는 도중, 박홍배 민주당 의원과 자리 문제를 두고 마찰을 빚기도 했다.
나 의원은 전날 김기현 의원(5선), 박대출 의원(4선)과 함께 한 총리의 탄핵심판 선고를 직접 방청했다. 또 지난 21일엔 김 의원과 박 의원, 윤상현 의원(5선)과 조배숙 의원(5선) 등 32명의 국민의힘 의원들과 헌재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 각하·기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선 헌재를 향한 의원들의 압박성 발언이 잇따랐다. 김 의원은 "이미 절차적 적법성조차 갖추지 못한 것임이 드러난 대통령에 대한 탄핵청구는 각하돼야 마땅하다"며 "조작된 증거와 왜곡된 증언으로 내란 몰이를 한 진실이 명백히 드러났으므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청구는 기각돼야 한다"고 밝혔다. 윤 의원도 "헌재가 다음 주 후반부라도 빨리 이 사건을 기각·각하시켜야 한다"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와 관련해 "과거 탄핵소추위원으로서의 경험, 현재의 여론,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헌법 재판 구조가 다르고 사안 자체도 다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기각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의원들의 장외 정치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오랜 정치 경력을 바탕으로 혼란을 종식시키고 사회 통합을 이뤄야 할 이들이 오히려 진영 논리를 부추겨 사회 갈등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으로 제도권 안에서 활동하고자 했다면, 국회 안에서 국민 전체의 미래를 위해 진정 필요한 일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광장에 나가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한 활동을 요구하고, 시민들을 선동하고 확증편향을 부추기는 것은 일종의 세뇌에 가까운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통화에서 "지금은 국민들이 생업에 종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며 "사법부는 본연의 판단에 전념할 수 있게끔 하고, 국회의원들은 여의도에서 국정을 돌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