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여권 잠룡들이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 8일 윤 대통령의 석방으로 잠시 주춤했던 조기 대선 준비가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 헌재가 이르면 이번 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을 선고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여권 잠룡 중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저서 출판과 북콘서트를 시작으로 전국 곳곳을 다니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 전 대표는 18일 오후 경북대학교에서 '개헌, 시대를 바꾸자'라는 주제로 토크쇼를 진행한 뒤 기자들과 만나 "헌재 결정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헌재가 헌법과 헌법정신에 맞는 결정을 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날 한 대표는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방문해 총무원장인 진우스님과 45분간 면담했다. 이곳에서 그는 "어떤 결론이 나든 지도자들이 국론을 화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언론이나 방송 출연 등으로 대중과 접촉면을 넓히며 정치적 메시지를 내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청계재단에서 기업가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해 조언을 들었다. 이 전 대통령이 "국민 통합만이 이 나라를 제대로 세울 수 있는 길이다"며 "이런 위기 때일수록 당도 화합해야 하고, 안 의원이 당 화합에 앞장서야 한다"고 하자 안 의원은 "네 그렇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7일 소규모 건축물의 용적률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정책의 첫 적용 대상지인 서울 구로구 오류동 재건축 사업 현장을 방문했다.
그는 "빌라 등 소규모 재건축·재개발이 자잿값 상승, 건설 경기 침체로 지체되거나 무산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고 했다. 또 오 시장은 지난 14일부터 정치 비전을 담은 '다시 성장이다' 저서의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오 시장은 예약 판매 시작 날,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오는 24일 출간을 앞둔 저서에 대해 "솔직히 말씀드려서 조기 대선 행보"라고 했다.
한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건설근로자 고용 개선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청년과 여성이 건설 현장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맞춤형 취업 정보 제공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오는 19일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이 주최하는 토크콘서트에서 '시대 정신'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한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 시 조기 대선이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 여권 잠룡들이 대선 주자로서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최선의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탄핵의 화제성이 워낙 커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화제에 오르지 않으면 (다른 이슈에) 밀릴 수 있다"며 "잠재적 대선 주자 후보로서 현재 위상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이면서 동시에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행보"라고 했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김 장관을 제외하고 여권 대선 잠룡들의 지지율이 엇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권 내 경쟁이 불가피한 이유다.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여권 대권 잠룡 중에선 김 장관이 17.3%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한 전 대표(5.4%), 오 시장(5.1%), 홍 시장(4.9%),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2.8%), 김동연 경기도지사(2.5%), 유승민 전 의원(1.6%) 순이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