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평의가 길어지면서 광장을 두쪽으로 가르는 대규모 장외 여론전이 한 주 더 펼쳐질 공산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일단 정치적 메시지를 자제하며 선고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13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 부장검사 탄핵 사건 선고기일을 열 예정이다.
최 원장 탄핵심판 변론은 지난달 12일 마무리돼 선고만 남은 상태였다. 이 지검장과 조 차장검사, 최 부장검사의 탄핵심판 변론도 지난달 24일 끝났다.
헌재가 이 사건의 선고기일을 먼저 잡으면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통령 탄핵심판 전례를 감안하면 선고기일로 14일이 유력했는데, 헌재는 통상 이틀 연속 선고기일을 잡지 않기 때문이다. 이틀 연속 선고한 사례는 지난 1995년이 마지막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대통령 탄핵심판 중 변론 종료 이후 가장 긴 평의가 이어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변론 종료 뒤 선고까지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11일이 걸렸는데, 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변론 종료 뒤 이날로 이미 16일째다. 노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모두 금요일에 선고한 점을 감안하면 오는 21일 선고가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찬반 양측이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목소리를 높이는 주말을 한 번 더 보내게 된다. 전 사회를 뒤흔드는 극한 대립이 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특히 선고를 앞두고 윤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양 측의 여론전은 구호를 넘어 적극적인 행동으로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은 전날 헌재에 82명 의원 명의로 2차 공개 탄원서를 제출했다. 소추동일성 없는 내란죄 철회를 불허하고 각하 결정을 내려달라는 요구다. 아울러 "본안 심판에 나아간다 하더라도 내란행위를 입증할 충분하고 신빙성 있는 증거가 없다"며 "계엄이 헌법 또는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의 의회독재의 심각성을 고려해 기각 결정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이 조직한 대통령 국민변호인단은 지난 4일부터 연일 헌재 앞에서 무제한 필리버스터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대학생, 종교계, 시민단체 등 각 계 인사들이 탄핵 반대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참가자들의 삭발도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 석방을 규탄하고 조속한 탄핵심판 선고를 촉구하는 동시에 철야농성, 탄핵 촉구 집회 참석 등 장외 투쟁에 본격 나섰다. 전날에는 의원과 지지자 등이 함께 국회부터 광화문까지 8.7㎞를 걷는 파면 촉구 도보행진을 시작해 매일 이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의원 선수별로 기자회견과 삭발, 인간띠 잇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탄핵 인용 여론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이렇게 여론전이 과열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석방 이후 관저에 머물며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그간 대통령실 참모들과 여당 지도부가 윤 대통령을 예방한 것 외에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아울러 대국민담화를 비롯해 정치적인 메시지도 자제하는 모습이다.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관저 정치'를 이어간다는 비판을 경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여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당을 잘 운영해줘 고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모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잠을 많이 자니 더 건강해졌다", "성경을 열심히 읽었다" 등 주로 수감 생활 소회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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