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 이후 국민의힘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애초 윤 대통령과의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꿈쩍하지 않던 국민의힘이 거리를 좁힐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여전히 신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의 의원들이 '강경 대응' 행보에 뛰어들면서 장외 투쟁으로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는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장외 투쟁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야당에 맞대응하지 않겠다던 국민의힘은 사실상 헌재를 향한 압박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 60여명은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촉구' 24시간 릴레이 시위에 나서기로 했다.
첫 주자로 윤상현·강승규 의원이 나섰고, 박대출 의원은 이날부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장외투쟁으로 헌재를 압박하지 않겠다는 지도부 방침과 개별적으로 릴레이 시위에 동참하겠다는 의원들이 늘면서 13일부터는 5명씩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나경원 의원 주도로 여당 의원 82명은 탄핵심판을 각하해달라는 내용의 2차 탄원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윤 대통령의 구속이 취소되는 등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었던 만큼 평의 과정에서 적법절차의 원칙이 철저히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76명이 서명했던 1차 탄원서 제출 당시보다 그 수가 늘었다. 다만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인사들은 서명하지 않았다.
나 의원은 중도층 민심을 고려해야 한다는 비판에 대해 "법과 상식에 따른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며 "이러한 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 모두에게 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 지도부와 (탄원서 제출과 관련해) 소통했다"며 "내용 자체가 법에 따른 합의 민주주의에 대한 원칙에 대한 언급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특별히 말씀은 없었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내 헌재 압박 움직임을 두고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야당의 장외투쟁은 헌재를 압박하는 행위라고 비판하면서도 여당 의원들의 장외 투쟁은 방목하면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원 각자의 판단에 의해 본인의 정치적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나가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야당을 겨냥해 "우리는 5명씩 릴레이 시위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은 매일 의원총회를 열고 로텐더홀 농성하고 단식·삭발하고 오늘은 행진까지 한다고 한다"라며 "이런 것이 진짜 헌재 압박을 위한 행위다"라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까지 엿보였다. 권 원내대표는 "5명씩 릴레이 시위는 본인의 정치 의사 표시를 위한 수단으로 이해하는 게 맞다. 헌재가 그에 압박을 받겠나"라고 말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장외투쟁이라기보다는 1인 시위이다. 우리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이 자발적으로 시위를 조직하는 부분에 대해 우리가 방해 또는 저지하지 않고 알아서 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헌재를 압박하는 여권의 분위기가 통제되지 않는 현재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도부가 강경 대응에 형식적으로나마 선을 긋고 있지만 의원 개인의 소신 행동으로 보기에는 여당 소속 의원의 절반 이상이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한 초선 의원은 "윤 대통령이 밖에 나와 있다 보니 대통령의 입김이 더 많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라며 강성 지지층을 인식할 수밖에 없는 당내 분위기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