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을 고리로 야권이 똘똘 뭉치고 있다. 그러나 정책 논의를 위한 자리인 국정협의회는 파행돼 민생이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간 정치적 대립이 계속되면서 국정 운영이 표류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검찰이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를 포기하자 '내란 종식 민주 헌정 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가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원탁회의는 의제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난항을 겪어왔다.
원탁회의에 참석하는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은 전날 심우정 검찰총장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공동 고발했다. 이들은 심 총장이 즉시 사퇴하지 않을 경우 탄핵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고발 기자회견에 참석한 차규근 혁신당 의원은 "심 총장이 즉시 사퇴하지 않는다면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권은 같은날 오후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공동 비상시국 범국민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들은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고 "내란 옹호 세력들은 윤석열의 구속취소에 이어 탄핵까지 부결시켜 윤석열을 다시 복귀시키겠다고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는 자신의 권력과 안위를 지키기 위해 국민에게 총칼을 겨눈 대통령을 즉시 파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5당 지도부들은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단식에 나선 시민단체의 농성장을 찾아 원탁회의 연석회의를 열고 연대의사를 밝혔다.
이같이 윤 대통령의 석방 이후 야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지만, 국정협의회는 정쟁 속에 겉돌고 있다.
전날 오후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국정협의회는 연금개혁과 관련해 여야 간 이견으로 30분 만에 파행됐다. 원내 지도부는 빈손으로 회담을 마쳤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회동을 마치고 "아무런 소득이 없다"며 "회담 결렬"이라고 말했다.
다음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갈 길이 아직 멀다"며 "국민의힘이 '못한다'며 나가버렸는데 다음 회담을 어떻게 잡겠냐"고 주장했다.
한편 야권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전까지 광화문 비상집회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국정협의회 논의는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정쟁에 몰두하는 동안 민생이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당분간 여야 간의 극한 대치 국면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민생이 뒷전이 된 지는 이미 오래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당리당략을 위해 민생을 희생시키는 선택을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윤 대통령 탄핵 선고까지) 분위기를 더 강경 대응으로 몰고 가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과 관련한 여야 간의 감정 싸움으로 민생이 실종됐다"며 "헌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는 여야가 조금 자중해서 기다려야 하는데 모든 논의가 정쟁으로 가다 보니 정작 중요한 민생 현안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서로의 탓만 하며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다 보니 정작 중요한 중도층과 일반 국민들의 정서적 이해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중도층이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고려하지 않으면 국민들은 불편함만 느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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