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으로 야당의 총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로에 섰다. 정국 주도권 확보에 여념 없는 야당은 최 권한대행의 '마은혁 임명·명태균 특검 수용' 여부를 이번 주로 못 박는 분위기다. 최 권한대행이 데드라인을 넘길 시 탄핵도 불사하겠다는 압박이다.
10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윤 대통령 석방'이라는 최대 변수가 현실화하자 최 권한대행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이번 주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과 명태균 특검법 공포의 최종 시한"이라고 밝혔다. 최 권한대행이 이번 주 안으로 두 사항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탄핵 소추에 돌입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여전히 8:0 파면 전망이 우세하지만, 그래서 과도한 우려는 경계해야 하지만, 시간이 지체되고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소수의견이 5:3을 도모해 볼 유혹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라며 "마은혁 재판관 합류로 9인 체제가 될 가능성이 커질 때 8인 중 소수가 8:0에 협조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9인 체제, 무슨 방법이 있을까"라며 "저는 최상목 탄핵뿐이라고 본다. 보장책은 아니지만 정의에 부합하고 가능성 높이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최 권한대행은 지난달 27일 '마 후보자 미임명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선고 이후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난 4일 국무위원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의견 수렴을 거친 끝에 마 후보자 임명을 보류하기로 했다. 헌재 결정이 내려진 지 열흘이 지난 이날까지도 최 권한대행은 마 후보자 임명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은 내지 않고 있다.
마 후보자 임명 건과 달리 명태균 특검법(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 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시한은 명료하다. 지난달 27일 민주당 등 야권 주도로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명태균 특검법 시한은 오는 15일까지다. 이에 따라 최 권한대행은 이번 주 안으로 명태균 특검법을 거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명태균 특검법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뿐 아니라 여권 주요 인사까지 겨냥한 법안이다. 특검법에 명시된 수사 대상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비롯된 명 씨 관련 여론조사 조작 의혹과 공천 개입 의혹 등이다. 여기에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도 포함돼 있어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의 연루자로 언급된 대통령 부부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최 권한대행으로서는 야당의 탄핵 압박뿐 아니라 여당 눈치와 최근 석방된 윤 대통령까지 고려해야 하는 처지다. 여당은 이미 최 권한대행에게 마 후보자 임명 거부와 명태균 특검법 거부를 명확히 전달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관저로 복귀한 뒤 정진석 비서실장 등과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앞으로도 대통령실이 흔들림 없이 국정의 중심을 잘 잡아주길 바란다"고 주문한 바 있다.
명태균 특검법은 시기상으로 따져봤을 때 이르면 오는 11일 정례 국무회의에서 상정될 수 있다. 다만 최 권한대행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헌재 탄핵 심판 선고 가능성을 고려해 이번 주 후반까지 숙고를 거듭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회의는 정례 외에 별도의 임시 국무회의를 통해서도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최 권한대행이 명태균 특검법을 거부한다면 대행직을 수행하면서 발동한 여덟 번째 거부권이 된다. 앞서 최 권한대행은 △1·2차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 △방송법 개정안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 등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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