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와 석방이라는 결과에 더불어민주당이 크게 당황한 분위기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 앞서 조기 대선 국면을 주도하려던 당 전략 수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번 사태를 반전의 계기로 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 결정에 대한 비판 여론을 활용해 여론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7일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 이후 민주당은 비상행동에 돌입했다. 긴급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연이어 개최해 윤 대통령의 석방을 둘러싼 정치적 후폭풍을 수습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매일 의총과 비상대기를 이어가는 등 계엄 사태 직후와 마찬가지로 총력전에 나선 모습이다.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발언도 강해졌다.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는 "검찰이 해괴한 잔꾀로 내란수괴를 석방해 줬다"며 "저런 계산 방법을 동의할 수도 없거니와 당연히 상급심 판결을 받아봐야 하는데 무죄가 나오더라도 악착같이 항소, 상고하며 괴롭히는 검찰이 윤 대통령에게만 왜 이리 관대한 건지 잘 모르겠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민주당의 이같은 반응은 예상치 못한 윤 대통령의 석방으로 인해 정국 상황이 꼬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은 이르면 이번주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그에 맞춰 대응 전략을 구상해 왔기 때문이다. 탄핵 심판이 인용될 경우 정치적 주도권을 쥐고 조기 대선 국면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였지만 석방으로 변수가 만들어졌다.
당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헌재 심리와는 무관하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보수층 결집 등 여론 지형의 변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우려하며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청한 정치권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입장에선 의도치는 않았지만 꽤 상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민주당 입장에선 상황이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다시 보수 정치권의 구심점으로 등장했고, 검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격의 여지를 만들 수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심우정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여론전에 집중하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심 총장은 염치가 있다면 스스로 사퇴하고 사과해야 마땅하지 않겠나"라며 "양심이라는 게 있다면 구질구질하게 굴지 말고 즉시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야당과 함께 심 총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기도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입장에선 (윤 대통령의 석방은) 지지자들이 더 똘똘 뭉친 계기가 됐다"며 "검찰의 부정적인 면이 적나라하게 비쳤다는 점에서 오히려 민주당 목소리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심 총장의 거취 문제를 두고는 여전히 고심이 깊다. 심 총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수사팀과 대검 부장 회의 등 여러 의견을 종합해 적법 절차에 따라 소신껏 결정을 내렸다. 그게 사퇴 또는 탄핵 사유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민주당의 사퇴 요구에 선을 그었다. 민주당 내에선 철저한 단죄가 필요하다는 강경한 의견도 있으나 계속된 탄핵이 가져올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를 앞두고 있는 데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탄핵 추진으로 직무에서 배제된 상태이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탄핵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는 현시점에서 심 총장의 탄핵까지 추진하는 건 민주당으로서도 적잖은 부담이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론이 나온 뒤 심 총장의 거취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현실론 역시 만만찮다.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난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신 총장과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과 관련해 구체적 시기가 논의됐나'라는 질문에 "이런저런 의견을 내고 있다"며 "아직 언제하자 이렇게 정리된 건 없다"라고 답했다. 다만 박 원내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내란수괴를 풀어주고 증거인멸과 도피를 도운 책임자가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변명했다"며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고발 조치에 그치지 않고 책임을 묻겠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