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 정치' 이어 '관저 정치'?…尹 행보는
  • 이헌일 기자
  • 입력: 2025.03.10 14:16 / 수정: 2025.03.10 17:59
석방 이후 관저서 대통령실 참모·국힘 지도부 예방
민주당 "사실상 관저 정치 재개…자중하라"
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5시 40분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오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5시 40분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오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탄핵심판 선고와 형사재판 본격화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여론전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그간 윤 대통령은 꾸준히 직간접적으로 메시지를 내면서 지지층을 독려했는데 이번에도 '관저 정치'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10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8일 석방된 뒤 관저에 머무르며 심신을 추스리는 모습이다.

석방 당일에는 관저에서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실 참모 등과 저녁식사를 가진 뒤 휴식을 취했고, 전날에는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관저에서 맞이해 이야기를 나눴다.

여전히 직무정지 상태이긴 하나 수감자 신분을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되면서 향후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했고, 내란죄 형사재판을 앞둔 중요한 시점인 만큼 더욱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이목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이미 여야를 비롯해 탄핵 찬반 양 측은 윤 대통령의 석방을 두고 치열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수사에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형사재판뿐 아니라 탄핵심판에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석방을 야기하고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을 비판하는 한편 이번 결정이 탄핵심판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은 관계자를 통해 윤 대통령이 외부활동을 자제한 채 메시지도 절제된 수준으로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겸허하고 담담하게 헌재 선고를 기다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이렇게 중요한 시기인 만큼 윤 대통령이 법률대리인과 참모, 여당 의원 등을 만나며 간접적으로 꾸준히 입장을 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접견인을 통해 메시지를 전했던 '옥중 정치'에 이어 '관저 정치'가 다시 시작되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된 지 사흘째인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경찰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장윤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된 지 사흘째인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경찰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장윤석 기자

윤 대통령이 석방 이후 직간접적으로 전한 메시지에는 수감 생활을 돌아보는 내용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지지자와 여당을 향한 감사와 함께 수사의 문제점을 짚기도 했다.

그는 석방 당일 법률대리인단을 통해 내놓은 입장문에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응원을 보내준 많은 국민들, 미래세대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도 "당을 잘 운영해줘 고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으로는 석방 입장문에서 "불법을 바로 잡아준 중앙지법 재판부의 용기와 결단에 감사드린다"며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관저에서, 서울구치소에서, 헌법재판소에서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꾸준히 메시지를 내면서 지지층을 독려하고 스스로를 변호했다. 탄핵안 국회 통과 뒤 관저에 칩거하며 침묵을 지키다가 새해 첫 날 석동현 변호사를 통해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친필 서명이 담긴 메시지를 전하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구속 이후에도 설 연휴를 기점으로 일반인 면회가 허용되자 참모진과 국민의힘 지도부,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을 통해 옥중 정치를 이어갔다. 탄핵심판도 3차 변론기일부터 꼬박꼬박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

이런 여론전 가능성에 민주당은 선제공격에 나섰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9일 서면브리핑에서 "국민들은 내란 트라우마로 잠 못 이루는데, 구치소에서 두 발 뻗고 숙면을 취했나"며 "제발 국민께 사죄하는 마음으로 겸허하게 탄핵 선고를 기다리십시오"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10일 브리핑에서도 "(윤 대통령이) 사실상 관저 정치를 재개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자중하며 헌법재판소의 정의롭고 평등한 심판을 기다리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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