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한 행보에 나섰다. '한국판 엔비디아' 구상을 내놓은 데 이어 당은 50조 원 규모의 국민펀드를 조성해 미래 전략 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이슈를 연일 띄우면서 중도층 확장을 가속화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민펀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인공지능(AI) 강국위원회 주관 토론회 'AI 시대, 대한민국 새로운 길을 찾다' 출범식에 참석해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의 시대, 과학의 시대가 새롭게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원래 당 대표가 위원장을 맡는 일이 잘 없다"며 "AI 강국위원회는 매우 중요하고 당도 주력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에 위원장을 맡았다"며 첨단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초기 투자를 정부 또는 국민이 대규모로 하고 직원만 확보한다면 연금이나 적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미래가 안정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자신의 한국판 엔비디아 발언에 대한 여권의 반발을 언급하며 "일부러 곡해했는지 모르겠지만 '공산당이냐, 사회주의냐'라는 공격을 많이 받았다"며 "다행히 그런 엉터리 반격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게 돼서 참으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국민, 기업, 정부, 연기금 등 모든 경제 주체를 대상으로 50조원 규모의 국민 참여형 펀드를 조성해 국내 첨단산업 기업에 투자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6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 참여형 펀드를 최소 50조원 규모로 조성하고 이를 국내 첨단산업 기업이 발행하는 주식이나 채권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국민들이 투자해 배당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소득공제 및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겠다"며 "정부 정책 금융, 연기금 등이 펀드에 투자할 경우에는 중순위나 후순위로 출자를 해 투자 리스크를 일정 부분 분담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반 국민들도 안정적으로 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AI 전문가들도 이 대표의 구상에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문가들도 (한국형 엔비디아가) 당연히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엔비디아가 전세계 그래픽처리장치(GPU)의 50%를 독점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독점하는 기업만 바라보고 있으면 우리가 종속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변인은 "기업들을 만드는데 국가가 또 투자하고 민간도 같이 투자해서 민관이 같이 출자하는 형태로 하면 나오는 수익을 분배할 수 있다"며 "그런 식의 제안을 이 대표와 진 의장이 했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이야기라고 위원회에 오셨던 분이 말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민주당의 50조원 국민펀드 추진은 이 대표가 주장한 한국판 엔비디아에 현실성을 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이같은 전략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다만 경제 전문가는 국민펀드 방식의 실효성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국민펀드 방식으로 하면 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일반적으로 이런 펀드는 매출 조건을 다는데, 매출이 아니라 고용을 조건으로 거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국민펀드 방식은 자본이 충분한 기업에게는 필요성이 낮고, 자본이 부족한 기업들에게는 의존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 "국민이 직접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보다는 금융회사나 민간 기업들이 지분을 일부 매입할 수 있도록 금산분리 완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 대표가 최근 AI·경제 이슈에 집중하는 것을 중도층을 겨냥한 '우클릭' 행보의 일환으로 진단한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통화에서 "이 대표가 보수 쪽 표를 의식하고 있다"며 "첨단산업 육성을 강조하는 것은 중도층 표심을 잡으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국민의힘이 '사회주의적', '반기업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는데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한국판 엔비디아 정책 자체는 나름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양쪽이 토론을 통해 장단점을 조율하면 될 문제고 정책적으로 논의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