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프라이머리' 띄우는 혁신당·비명계…응답 없는 민주당
  • 김세정 기자
  • 입력: 2025.03.10 00:00 / 수정: 2025.03.10 00:00
李 독주 속 변수 기대? 야권연대 강화 시도
민주당 내부선 "받을 가능성 없지 않겠나"
"당원들 의견은 어쩌고" "신중 검토해야"
조국혁신당의 오픈프라이머리(국민경선) 제안에 비명계(비이재명계) 잠룡들이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해 제안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18일 이 대표가 김선민 혁신당 대표 권한대행과 만난 모습. /이새롬 기자
조국혁신당의 오픈프라이머리(국민경선) 제안에 비명계(비이재명계) 잠룡들이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해 제안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18일 이 대표가 김선민 혁신당 대표 권한대행과 만난 모습.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조국혁신당의 오픈 프라이머리(국민경선) 제안에 비명계(비이재명계) 잠룡들이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국민 누구나 참여해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반윤석열' 연대를 구축해 정권교체에 성공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해 제안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혁신당은 지난 4일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 오픈 프라이머리를 공식 제안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포함해 야권의 모든 대선 후보가 참여하는 원샷 방식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결정이 임박한 상황에서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 결집을 강조하는 동시에 향후 야권 내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선민 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결선투표제를 통해 정치협상에 기댄 단일화의 폐해를 예방할 수 있다"며 "단일화를 제도화해 단일후보를 조기에 선출한다면 본선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권교체 길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며 "국민의 절박한 마음을 더 모으고 모아야 비로소 이뤄낼 수 있다"라고 했다.

조국 전 혁신당 대표도 편지를 통해 "중차대한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모든 야권 정당의 역량이 100% 집결돼야 한다"며 오픈 프라이머리 제안에 힘을 실었다. 그는 "각 정당의 비전과 정책에 차이가 있지만, 공통분모를 만들어내고 연대하고 연합해야 한다. 연대와 연합 없이 승리는 보장되지 않는다"며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 100% 단결해야 하며, 최종 후보를 모두의 후보로 받아들이고 승리를 위해 뛸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조국 전 혁신당 대표도 편지를 통해 중차대한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모든 야권 정당의 역량이 100% 집결돼야 한다며 오픈프라이머리 제안에 힘을 실었다. /장윤석 기자
조국 전 혁신당 대표도 편지를 통해 "중차대한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모든 야권 정당의 역량이 100% 집결돼야 한다"며 오픈프라이머리 제안에 힘을 실었다. /장윤석 기자

민주당의 비명계 주자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혁신당의 오픈 프라이머리 구상은 야권의 선거연합을 통해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제안"이라며 "단순 정권교체가 아니라 압도적 승리를 통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현재 민주당 경선 구도는 이 대표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이 경선에 참여한다면 새로운 변수가 생길 수 있어 비명계도 환영의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 2심이 이달 말 결론 난다는 점도 긍정적 반응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1심과 마찬가지로 당선무효형이 유지된다면 이 대표의 대권 가도는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당내 경선에선 판결과 무관하게 이 대표 외의 후보가 부각되긴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면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해 일반 국민까지 경선에 참여한다면 대안 주자들도 자연스럽게 주목받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작용한다. 이같은 불확실성을 고려한다면 오픈 프라이머 방식이 비명계에겐 조금이라도 유리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혁신당은 잠정적 협상 시한까지 정하며 민주당을 압박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미지근하다. 혁신당 핵심 관계자는 "(당초 9일을 협상 시한으로 정했던 것은) 11일에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결정이 나온다는 걸 전제로 한 것이고 탄핵 선고일이 정해진다면 조금 더 여유가 있다. 민주당도 내부 논의가 있는 것 같다"라고 했지만 민주당 내부에선 제안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게 다수 의견이다.

이 대표에 대한 야권의 지지가 확고한 현 상황에서 불확실한 변수를 굳이 받아들여 경선 구도를 조금이라도 흔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혁신당의 전략에 동조할 이유도 없고, 힘을 합치지 않더라도 이 대표 독자적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시각이 강하기도 하다.

역선택 우려 역시 민주당이 제안을 수용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 세력이 결집한 상황인 만큼 이들이 야권의 경선 과정에 개입하면서 의도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배정한 기자
역선택 우려 역시 민주당이 제안을 수용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 세력이 결집한 상황인 만큼 이들이 야권의 경선 과정에 개입하면서 의도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배정한 기자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오픈 프라이머리를 고려해 볼 수 있겠지만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는 것 같다"며 각 정당에서 후보를 선출한 다음에 정치적 협상을 하거나 정리해야지 한 번에 다 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역선택 우려 역시 민주당이 제안을 수용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 세력이 결집한 상황인 만큼 이들이 야권의 경선 과정에 개입하면서 의도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또 다른 의원은 "야권이 연합해 민주수호 세력 결집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함께 경선을 하는 것엔 이견이 있다"며 "정당은 당원들의 대의를 대변하기도 하는데 그런 점에서 (오픈 프라이머리는 당원 선택의) 왜곡 우려가 있지 않겠나"라고 물었다.

해당 의원은 "현재 상황이 굉장히 혼란스러워서 극우세력들이 역선택을 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한 중진 의원도 통화에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헌재 탄핵 결론이 얼마 안 남지 않았나. 결과를 받은 뒤 내부적인 논의를 거쳐 찬성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혁신당은 역선택 방지 조항을 설치해 보수 지지층의 경선 참여를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혁신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도 선거인단 모집할 때 방지조항을 넣는 걸로 아는데 (해당 부분을 혁신당은) 수용 가능하다"라고 했다. 아울러 오픈 프라이머리를 택할 경우 경선 흥행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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