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탄핵 정국이 술렁이고 있다.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이면서다.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대통령실과 여권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윤 대통령의 직무 복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형사 재판과 탄핵 심판은 무관하다며 애써 당혹스러운 모습을 감추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사법부의 판단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여야 대선 주자들은 저마다 시민과 소통의 면을 넓히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지자들도 온라인상에서 뭉치는 모습이다.
◆尹 구속 취소에 '직무 복귀'까지 기대…대통령실 반색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인 이후 대통령실이 바로 입장을 냈다지.
-대통령실은 구속 취소 결정이 알려진 지 약 1시간 만에 법원 결정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냈어. 특히 "대통령실은 국민과 함께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 복귀를 기대한다"고도 밝혔어. 곧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탄핵심판 선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거지. 헌법재판소(헌재)는 변론을 마무리하고 평의를 진행 중인데 다음주쯤 선고를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 그동안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헌재가 탄핵을 기각 또는 각하해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바라는 그룹이 있었다고 해. 아마도 그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여. 다만 이런 기대감을 두고는 지나친 확대해석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와. 형사재판과 별개로 진행되는 탄핵심판의 결과와 연관짓는 건 무리라는 거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도 있었어. 대변인실은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보여주기식 불법 수사가 뒤늦게나마 바로 잡혔다"고 평가했어. 윤 대통령 측과 여당 등이 줄곧 주장했던 공수처 수사의 문제점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는 판단이야. 윤 대통령도 지난달 체포 직후 공개한 대국민담화 영상을 통해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서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어.
-재판부도 이런 문제점을 일부 인정한 모습이야. 재판부는 일단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기소됐다고 판단했어. 체포적부심사를 위해 수사 관계 서류 등이 법원에 있었던 기간도 구속 기간에 산입해야 하고, 구속 기간은 '날 기준'이 아니라 '시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거야. 또, 설령 구속기간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된 것이라 해도 구속 취소 사유가 인정된다고 봤어. 공수처 수사 범위와 공수처 검찰 간 수사 절차 논란에 대해 "관련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도 없는 상태"라며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구속취소 결정을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했어.
-결국 탄핵 반대 여론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 탄핵심판과는 무관한 결정이라 해도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을 사법부에서 일부 인정한 모습이 윤 대통령 지지층에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야. 이번 주말에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는데 탄핵 반대파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야.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 여론 간극도 커지겠지. 정치권에서 국민의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야.
◆찢긴 한동훈 사인 종이…'북콘서트' 현장 이모저모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북콘서트에 다녀왔다고?
-응. 지난 5일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출판을 기념해 직접 책 소개에 나선 한 전 대표의 북콘서트에 다녀왔어. 북콘서트 공간이 생각보다 넓지 않다고 해서 행사 시작 전 1시간쯤 미리 갔는데도, 행사가 진행된 서울 마포구 동교동 청년문화공간 JU 앞에는 한 전 대표의 지지자들로 붐비더라. 도로를 끼고 양쪽으로 '한동훈 응원합니다'가 적힌 빨간색 손팻말을 든 지지자들이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이 도착할 때마다 그들의 이름을 연호하며 반겼어. 인원 제한 때문에 행사장에 못 들어가는 지지자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부럽다', '잘 듣고 와라' 말을 건네기도 하더라고.
-행사장 안은 어떤 분위기였어?
-한 전 대표의 지지자들은 행사 전 미리 도착해 입구에 마련된 책을 사거나 미리 구매한 책에 친한계 의원들과 관계자들의 사인을 받고 사진을 함께 찍었어. 고동진·곽규택·김건·김소희·김예지·김상욱·박정하·박정훈·배현진·우재준·정성국· 진종오·한지아 의원 등 친한계로 알려진 의원들 외 김태호·정연욱 의원이 등장하자 이들의 이름을 외치며 "감사하다"라고 전하기도 했어. 한 전 대표가 발언할 때마다 호응하고 소리 지르는 모습을 보니 흡사 연예인 팬미팅장 같은 분위기가 나더라고.
-대학생과의 백문백답 토론회는 어땠어?
-6일 서울 서대문구 코지모임 공간 신촌점에서 열린 '2025 대학생 시국포럼 : 제1차 백문백답 토론회' 연사로 참석한 한 전 대표는 행사 대부분을 대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으로 할애했어. 다소 날카로운 질문에도 끝에는 "답할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마무리하더라고. 행사 이후 마련된 백브리핑 시간엔 "오늘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꼭 묻고 싶다"며 질문하는 대학생들도 있었어.
-한 전 대표 앞에서 사인을 찢은 대학생이 있었다고?
-응. 행사 막바지에 한 학생이 한 전 대표 앞에 서서 "재작년에 카이스트에서 받은 것"이라며 사인이 된 종이를 찢어버렸어. 이를 본 한 전 대표는 "괜찮습니다"라면서 학생을 제지하려던 이들을 말렸어. 상황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자 한 전 대표 측은 "한 전 대표를 친중 좌파로 오해하고 실망과 항의의 표시로 찢은 것"이라며 "이후 한 전 대표와 대화하고 닭갈비도 먹으며 오해를 풀었고, 다시 사인을 받고 돌아갔다"고 설명했어.
그런데 그 학생은 7일 한 전 대표 측의 설명을 반박하는 글을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비대위 갤러리'에 올렸어. 그는 '한동훈 앞에서 찢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저는 한 전 대표를 친중 좌파로 오해하지 않았다. 배신자라 생각했고 PC(정치적 올바름) 행보가 우려됐을 뿐이다"라고 밝혔어. 또 "한 전 대표와는 겸상하지도 않았고 우재준 의원과 다른 테이블에서 이야기했을 뿐"이라며 "우 의원의 요청에 따라 얼떨결에 사인을 받았고, 사진을 찍은 것이 전부"라고 부연했어.
◆'北 곡산 훈련장'...남북 냉각기 때 본격 운영?
-북한 황해도 곡산에 남측 지형을 모방한 훈련장이 있다고?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의 증언에 따르면 곡산에 그런 훈련장이 있다고 해.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우크라이나에서 만난 북한군 포로와의 면담 육성 파일을 공개했어. 북한군 포로는 황해도 곡산에 서울 종로구나 부산, 대구, 전주, 제주도 지형을 구사한 훈련장이 있다고 증언했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6일(현지시간) 곡산 지역 위성 사진을 토대로 '남침용 지역 훈련장'이 있다고 보도했어. 실제로 구글어스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군사 훈련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이는 시설들을 확인할 수 있어. 훈련장은 산기슭 아래(?)로 보이는 곳에 마련돼 있는데 다양한 크기의 건물들부터 모형 비행기, 모형 탱크로 추정되는 것들도 설치돼 있더라고.
-훈련장은 언제부터 존재했던 것 같아?
-구글 어스를 통해 볼 수 있는 가장 마지막 과거 사진은 2003년 5월 11일이야. 이때에도 해당 부지는 군사용 훈련장으로 사용됐던 것 같아. 2022년 11월 26일 사진과 비교해 보면 대체로 비슷한 모습이거든. 모형 비행기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물론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지. 과거에 없던 건물이 신설되기도 했고, 모형 탱크도 새로 설치됐거든. RFA가 분석한 시가지 훈련 구역도 예전에는 없는 시설이었어. 어떤 목적으로 설치된 훈련장인지 현재로서 알긴 어렵지만, 어느 순간부터 남침용 훈련장으로 변화한 게 아닌가 추정돼.
-한 가지 주목되는 건 2019년 5월에서 2020년 5월로 넘어가는 사이야. 이때부터 훈련장이 본격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나 싶어. 훈련장 본부로 추정되는 건물의 지붕이 새로 설치되기도 했고, 훈련장 주변에도 변화가 있었거든. 숲 사이로 없던 길이 생기고 토지가 개척된 듯한 모습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어. 공교롭게도 해당 시기는 북미정상회담의 결렬로 남북 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든 때야. 나아가 북한이 남북연락소를 폭파한 때이기도 하지. 단순히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있을까.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서다빈 기자, 이동현 인턴 기자, 이하린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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