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최근 정계에 복귀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국민의힘을 동시에 직격했다. 윤한(윤석열-한동훈)갈등의 시초가 됐던 김건희 여사 문제 등에 대해서도 "명백히 대통령이 잘못 판단하고 있었다"며 소신을 지켰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이 대표에게도 거부감을 느끼는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전 대표는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청년문화공간JU에서 열린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북콘서트에서 이 대표를 향해 각을 세웠다.
한 전 대표는 이 대표와 민주당을 겨냥해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대단히 위험한 세력이고 위험한 사람들"이라며 "이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기본적 가치에 반하더라도 이익이 되면 뭐든지 하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나"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탄핵 시도를 두고는 "막장 스포츠에서도 눈을 찌르면 안 된다 정도의 암묵적인 룰은 있다. 그런데 이 정치 세력은 그런 것과 상관없이 눈이라도 찌르겠다고 나온다"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한 전 대표는 최근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듯한 이 대표의 발언과 정치 행보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이 대표의 'K-엔비디아 지분 30% 국민 공유' 발언을 두고 "정말 위험한 분이라는 생각을 다시 했다"라며 "남미의 독재정권이 국유화하던 그림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전폭 지원해주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제반 여건을 마련해주는 게 다이다"라며 "괜히 폼 잡으면서 엔비디아 얘기를 하는 것 동네 창피한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가 최근 내세우고 있는 '중도보수론'에 대해선 "중도보수든 뭐든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라며 "이야기하고 빠지지 말고 논의의 틀로 올라오시라"라고 도발했다. 한 전 대표는 상속세 개편을 예로 들며 "정확한 입장을 갖고 논의해 결론을 내버리자고 말씀드리고 싶다"라며 "'나는 무엇이다' 규정할 게 아니라 진심을 보이고 실천하면 된다. 당당히 나와서 좋은 정책 만들어내자"고 덧붙였다.
한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그를 압박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는 "만약 제가 이 대표처럼 사법리스크를 갖고 대통령이 됐다 생각해 보라. 제가 계엄령을 발동해 사법부를 누를 거라 예상할 수 있나"라며 "법을 바꿔서 나에 대한 범죄는 죄가 아닌 것으로 바꿔 버릴 것 같나. 이 대표는 어떨 것 같나. 그게 (이 대표와 저의) 차이"라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친윤계도 겨냥했다. 한 전 대표는 "다 사정이 있었겠지만 대통령을 자주 만나고 자랑하며 다닌 분들 많지 않나"라며 "그분들이 그 시간에 직언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직격했다. 정치를 시작한 이상 충성의 대상은 국민이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김여사, 의정갈등, 명태균 의혹, 이종섭·황상무 사태,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등 윤한갈등의 뇌관으로 꼽힌 문제들을 언급하며 "명백히 대통령이 잘못 판단한 거였다. 국민들도 다 바꿔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라며 "그 상황에서 저는 제가 불편하고 공격을 받더라도 조금이나마 궤도를 수정하기 위한 일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전 대표는 강성 지지층에 동조하고 있는 당 일각의 행보도 직격했다. 그는 이날 북콘서트가 마무리된 이후 기자들과 만나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고 하는 주장에 대해 "국민은 계몽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은 계엄을 옹호하는 정당이 아니라 계엄을 저지한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또 "광장에 나가신 분들도 애국심을 갖고 자기 시간을 써서 나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정성에 대한 열망도 있다. 폄훼하거나 반박할 생각은 없다"라면서도 "공당이 조금 더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한다는 점에서는 예전부터 생각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다만 조기 대선 가능성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한 전 대표는 북콘서트를 연 이유에 대해 "책이 나왔으니까 소개시켜 드리는 콘서트를 한 거고 그것을 넘어선 앞으로의 일정같은 것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앞둔 상황에서 속단해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이른바 반한동훈계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인지'에 대해선 "정치는 공통점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다른 생각이나 다른 점도 많지만 큰 틀에서 공통점 많다. 위험한 세상이 오는 것을 막고 대한민국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에서 당이 모두 같은 생각일 것이다. 공통점을 찾겠다"고 답했다.
북콘서트에는 고동진·곽규택·김건·김소희·김예지·김상욱·박정하·박정훈·배현진·우재준·정성국· 진종오·한지아 의원 등 친한(친한동훈)계가 대거 참석했다. 애초 친한계로 분류되지 않았던 김태호·정연욱 의원도 참석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과 윤희석 전 대변인 등도 함께 했다.
팬미팅장을 방불케 했던 북콘서트장은 한 대표의 발언마다 지지자들의 연호와 함성으로 가득 찼다. 협소한 장소 탓에 북콘서트장으로 들어오지 못한 지지자들은 행사 전부터 건물 앞에서 '한동훈 응원합니다' 팻말을 들고 기다렸다. 북콘서트를 찾은 이들 중 최고령 지지자는 한 대표에게 "이렇게 국민을 위해 애쓰는 분이 없다"라며 "국민을 위해줘서 고맙다. 안아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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