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제계와 접점을 늘리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선고가 다가오며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중도층 확장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5일 오후 국회에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만났다. 민주당과 한경협의 공식 만남은 10년 만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전국경제인연합회(한경협 전신)의 회원사들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자 민주당은 이들과 거리 두기를 시작했다. 이에 류진 한경협 회장은 "옛날에 차였던 여자 친구를 만나는 느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만남에 대해 당내에서도 강한 반대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대표는 "전쟁 중인 적군도 만나는데 국가 경제 발전의 중추 역할을 하는 기업을 당연히 만나서 의논해야 한다"며 "지향하는 것들이 다를 수 있지만 안 만날 이유는 없다"며 만남을 환영했다.
이 대표는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꺼내기도 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비공개 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규제를 대대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들이 연구개발(R&D) 예산을 집행할 때도 사소한 항목까지 일일이 보고해야 하는 등 비효율적인 행정 절차가 많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조 수석대변인은 "구체적인 법안을 논의한 건 아니지만 규제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다"며 "필요한 규제는 유지하되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대표는 오는 20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사피(SSAFY)를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도 만난다. SSAFY는 삼성전자와 고용노동부가 참여해 청년들의 취업 경쟁력 향상과 소프트웨어(SW) 교육을 목표로 운영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프로그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제위기 속에서 가장 고충이 큰 청년들의 사회 진출을 위한 심도 깊은 대화와 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이 대표의 연이은 친기업 행보를 외연 확장을 위한 우클릭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우클릭' 전략은 중도층 일부에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정치 고관여층이 아닌 사람들 중 중도 성향을 갖고 있는 이들은 뉴스를 보고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 평론가는 "(당의) 지도자라면 손해 보는 행동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 대표는 자신한테 유리한 것만 골라 이슈를 주도한다"며 "철학이 있는 게 아니라 표만 되면 다 하는 계산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소신이 없어 보이고 당의 정체성과도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치인의 진정성을 평가하려면 입을 보지 말고 지나온 궤적을 봐야 한다"며 "이 대표는 정확한 좌표를 찍지 않고 정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