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도 검찰 조직 해체보다는 일부 문제점을 교정하는 방식을 시사했다. 강경한 이미지를 덜어내 향후 펼쳐질 조기 대선 국면에서 중도층을 겨냥하기 위한 전략적 메시지로 풀이된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달 27일 SBS 유튜브 '정치컨설팅 스토브리그'에 출연해 집권 시 정치 보복 여부를 우려하는 질의에 "복수한다고 해서 그걸로 맨날 싸우고 그러면 일은 언제 하는가. 소는 누가 키우냐"라고 답했다. 이어 "10분이라도 신경 써서 뭘 하고, 설득하고, 토론·연구도 해야 되는데 '저거 잡아 죽여야지' '저번에 나한테 뭐 어떻게 했었지' 이런 걸 하는 게 얼마나 무의미하냐"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일은 다 추억 같은 것이다. 지난 일을 따지면 뭐하는가"라며 "미래가 더 중요하지, 옛날 일을 뒤져서 복수의 감정에서 뭘 하면 행복한가"라고 강조했다. '당한 대로 하지는 않으시겠다는 것인가'라고 진행자가 묻자 "그럴 시간과 관심이 없다"라고 했다.
검찰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 대표는 "검찰을 없애면 기소와 공소유지는 누가 하는가"라며 "제도는 필요한데 지휘하는 사람이 문제인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검찰 일부, 정치화된 특수부 라인은 문제가 있다"면서도 "그 문제를 교정해야지 검찰을 통째로 없앨 수는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들어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히고 있다. 계엄 이전인 지난해 11월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통합에 가장 큰 위험 요소가 정치보복"이라며 "보복은 보복을 부른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도 "정치보복은 절대로 안 된다. 이게 끝이 없지 않냐"며 "국민 통합이라는 당연히 해야 될 일을 위해서라도 정치 보복은 단어조차 없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조기 대선이 가시회되는 상황에서 중도층 공략을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미 강한 지지층을 형성한 상태지만 확고한 승리를 위해선 중도층과 비판적 지지층까지 끌어들여야 한다. 최근 당내에서 논란이 됐던 '중도보수 정당'이라는 발언 역시 이와 맥락이 닿아있다.
자칫 중도층에 거부감을 줄 수 있는 기존의 강경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도이기도 하다. 통합과 포용을 강조하면서 안정감을 심어줘 부담감을 줄이는 차원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 정치보복을 가장 세게 할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하지 않나. 중도층에서도 그런 공포감 때문에 이 대표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 '보복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국면으로 국민 분열이 가속화된 상황에서 국민통합을 주요 의제로 삼으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가 검찰을 활용해 정적을 겨냥한 수사에 집중했다는 비판을 받는 만큼 본인은 포용과 통합을 강조하며 차별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복 정치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고 중도층과 비판적 지지층의 표심을 확보하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민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이 대표가 행정부까지 장악하게 된다면 일당 독주 체에 대한 우려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한 견제 심리를 완화하고자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권은 3년간 (이 대표에게) 정치적 탄압을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우리한테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많이 하는 것 같다"며 "그런데 본인은 그렇게 할 생각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안심의 메세지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켜봐야겠지만 대표는 콘텐츠가 있고 유능한 사람이기 때문에 사정정국으로 정치를 주도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 대표의 전략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이 대표가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지난 총선에서의 공천도 그렇고 국민들에게 이 대표는 (강경한 이미지로) 보일 것이다. 법과 제도적인 차원에서 견제나 균형 장치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데 보복을 안 한다는 걸 어떻게 믿겠나"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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