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MBTII(Myers-Briggs Type Indicator·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는 정치인의 성향과 행보를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되고 있다.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지만, 정치인이 정책을 접근하는 방향성을 가늠하는 데 참고할 만한 요소라는 것이다. <하>편에선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의 MBTI를 통해 그들의 정치 스타일을 살펴본다.
◆홍준표, 현실적이고 직설적인 ESTJ형 리더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MBTI가 ESTJ(엄격한 관리자)라고 직접 밝힌 바 있다. 그는 본인의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의 꿈'에서 "MBTI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엄격한 관리자랍니다"고 댓글을 달았다. ESTJ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 능력과 강한 추진력을 갖춘 유형이다. 타인과 자신의 감정보다는 논리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특징이 있다.
홍 시장은 이러한 성향을 바탕으로 직설적인 언변과 빠른 결단력으로 정치적 입지를 구축해 왔다. 그는 지난 1월 25일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영남·호남 지역민들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광주~대구 달빛내륙철도 건설'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렇듯 신속한 사업 추진을 보장하는 법안의 통과는 현실적인 정책 집행을 중시하는 ESTJ의 성향과도 부합한다.
지난달 26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최근 정치 활동을 재개한 한 전 대표를 향해 "한동훈이라는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 만들어준 인형"이라며 "법무부 장관도 깜이 됐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상대방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ESTJ의 성향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오세훈, 미래지향적 전략가 ENTJ형 정치인
첫 4선 서울시장을 역임하며 여권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그는 지난 22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 '오세훈 TV'에서 "제 MBTI는 ENTJ이다"고 밝힌 바 있다. ‘대담한 통솔자’로 불리는 이 유형엔 강한 리더십과 전략적 사고를 갖춘 지도자형 인물이 많다. 오 시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불도저 스타일"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그는 강한 추진력과 체계적인 행정 스타일을 보여왔다. 대표적 정책으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있다. 한강 공원과 세빛섬 조성 과정에서 시민단체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오 시장은 개의치 않고 계획대로 행정을 추진해 목표를 달성했다.
그는 2023년부터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한강 르네상스 2.0)’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3,000원 한강 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2030 서울시 도시재생 전략계획’ 등 장기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장기적인 정책 설계를 중요하게 여기며, 행정가로서 체계적인 접근방식을 유지하는 점에서 ENTJ의 특성과 부합한다.
◆안철수, 논리적이지만 유연한 INTP형 정치인?
안철수 의원의 MBTI는 INTP(논리적 사색가형) 또는 INTJ(전략가형)로 추정된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의사나 사업가, 교수, 정치인을 거치면서 MBTI 결과가 달라졌다고 밝힌 바 있다. INTP는 분석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중요시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유형이다. 안 의원은 서울대 의대 출신이면서도 IT 사업을 창업했다. 이후 정치권으로 진출한 이력을 보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성향이 강하다.
특정한 이념보다는 논리를 중시하는 성향은 그의 정치 행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론에 따라 대다수가 본회의장을 떠났다. 하지만 안 의원은 자리를 지키며 찬성표를 던졌다. 이러한 행보는 전체 의견보다 개인의 소신을 중시하는 INTP 성향과 부합한다.
한편,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계획적이고 주도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INTP와 INTJ 사이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