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내 소비자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 플랫폼 업체들의 해외직구 물품에서 기준치 이상의 유해 물질이 검출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저가를 앞세우는 테무·알리익스프레스 등 C커머스 업체를 이용하는 국내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국회 차원에서도 안전성 점검을 강화하는 입법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품 구매액은 느는 추세다. 지난해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은 7조9583억원으로 전년보다 19.1% 증가했다. 특히 중국은 4조7772억원으로 48% 늘었는데, 전체 해외 직접 구매액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1조6873억원으로 전체 구매액에서 21.2%의 규모의 미국보다 3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C커머스 이용 증가에 따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문제는 C커머스로 유통되는 물품에서 꾸준히 유해 물질 등이 검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알리·테무 등에서 판매한 장신구와 어린이용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중금속이 다량 검출돼 사회적으로 파장이 일었고, 최근에는 화장품이나 가습기, 반려동물용품, 학용품 등 다양한 품목에서 독성 물질, 발암물질 등 유해 성분이 검출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테무·쉬인에서 판매하는 학용품 16개를 대상으로 안전성 검사를 한 결과, 7개 제품(수첩·볼펜·연필·연필깎이·지우개·색연필·물감세트)에서 납과 카드뮴, 프랄레이트계 가소제 등 유해 물질이 국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밝혔다. 특히 볼펜 심에서는 암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납이 국내 기준의 231배 초과 검출됐다.
성인은 물론 어린이 소비자들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범정부 차원에서 중국 등 해외 직구 물품에 대해 모니터링과 통관검사,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추세지만 소비자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제품의 국내 반입을 원천 차단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해외 직구 제품은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되는 특성상 위해성분 포함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소비자의 피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박성민·더불어민주당 오세희 의원이 각각 관련 법안(제품안전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법안 모두 △통관단계에서 위해 가능성 제품의 반송·폐기 △해외 직구 제품 안전성 조사 결과 공표 △유해성이 확인되는 경우 판매페이지 삭제를 플랫폼 사업자에게 명령하도록 하는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발의된 제품안전기본법은 사실상 여야 간 쟁점이 없는 셈인데, 입법 논의는 더딘 상황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오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상임위에 법안이 상정됐지만 논의하기 위한 소위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중국발 해외 직구 제품의 위해성을 우려하면서 정부 측과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국회 측의 해당 법안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보면, 현행 관세법상 통관단계에 있는 해외 직구 제품에 대해 안전성 조사를 할 수 있어 일부 신설 조항은 불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안전성 조사 결과 위해성이 확인된다는 전제로 해외통신판매중개자에 대해 사이버몰에서 해당 제품의 삭제 등 조치를 권고할 근거를 마련하는 것에 대해선 소비자의 피해 최소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해외 직구 플랫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신속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통화에서 "국내 안전성 기준에 맞는 해외 직구 제품이 국내에 들어오는 게 중요하기에 해외 직구 플랫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직구 제품의 안전성 문제는 민생과 국민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문제"라며 "정치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말고 신속한 입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