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매년 30년이 지난 기밀문서를 일반에게 공개합니다. 공개된 전문에는 치열하고 긴박한 외교의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전문을 한 장씩 넘겨 읽다 보면 당시의 상황이 생생히 펼쳐집니다. 여러 장의 사진을 이어 붙이면 영화가 되듯이 말이죠. <더팩트>는 외교부가 공개한 '그날의 이야기'를 매주 재구성해 봅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외교비사(外交秘史)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감춰져 있었을까요?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1993년 외무부(외교부)는 각 재외공관에 북한의 1992년도 교역실적, 주요 수출입 품목의 직전년도 대비 특이 사항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오스트리아, 리비아, 불란서(프랑스), 호주, 칠레, 인도, 홍콩, 영국 등 주재 공관에서는 외무부 본부에 관련 사항을 전달하게 된다.
주오스트리아 대사관은 1992년 오스트리아의 북한 교역액이 수출 46%, 수입 65%로 모두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오스트리아가 수입한 북한 품목은 △의류(163만4000달러) △금속가공 기계(24만달러) △화학제품류(16만1000달러) 등이었다.
주오스트리아 대사관은 "수출 증가는 북한이 오스트리아 금속 가공 공장 등의 철거 또는 교체로 인한 중고 공작 기계류를 다량 도입한 결과"라며 "수입 증가는 오스트리아가 북한의 의류 수입을 221% 늘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리비아 대사관은 리비아 내 대외 교역 실적을 발표하는 통계 제도가 정비돼 있지 않아 공식적 자료는 파악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대신 리비아 측으로부터 입수한 제한된 자료를 토대로 리비아의 북한 수입 실적을 보고했다.
리비아는 북한으로부터 △식용 동물 △화학 제품 △공산품 △기계·운송 장비 △기타 제품 등을 1987년 61만6000달러를 수입했다. 하지만 1988년에는 23만1400달러로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1989년과 1990년에도 북한 수입은 각각 5만5600달러, 4만9800달러로 감소세를 보였다.
주불란서 대사관은 1992년 불란서의 북한 수입 39%가 내화물의 주원료인 마그네시아류에서 비롯됐다고 전했다. 또한 각종 섬유 및 의류 제품이 전체 수입의 4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란서는 북한에 △윤활유 첨가제(16%) △광학 기기 등 부품(14%) △낙농기계 및 부품(11%) △코냑류(3.4%) △설탕 과자류(1.2%) 등을 수출하고 있었다.
1992년도 불란서의 대(對)북한 교역은 전년도에 비해 약 28% 증가했다. 수출은 1990년도 수준을 회복했지만 수입은 최근 5년 내 최고치를 기록, 570만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봤다.
주호주 대사관은 북한이 호주의 교역국 중 최하위 그룹에 속한다며 수입 규모가 미미하다고 보고했다. 호주는 1992년 북한으로부터 △전자 집적 회로(13만9000달러) △안경알(1만8000달러) △플라스틱 판(1만5000달러) △철강제(1만달러) △사무용 기기(1만 달러) 등을 사들이고 있었다. 호주의 북한 수출 품목은 밀이 95.9%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주칠레 대사관은 칠레가 1992년 북한으로부터 △고무벨트(3만3000달러) △정량 저울(1만1000달러) △주사기 및 주삿바늘(1만달러) △온도계 등(6000달러) △기타(1만8000달러) 등 모두 7만8000달러를 수입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도 전체 수입 1만달러에 비하면 약 8배 증가한 수치였다.
다만 주칠레 대사관은 "전년도와 비교해 보면 수입 품목이 전자, 통신, 자동차 부품에서 고무 제품 등으로 바뀐 것이 주목되지만 전체 교역액은 20% 감소한 미미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칠레는 북한에 △냉동어류 △식료 조제품 △기타 냉동식품류 등을 팔고 있었다.
주인도 대사관은 인도와 북한 간 무역 규모 중 특이할 만한 추세는 없었지만 1992년 인도가 북한으로부터 5000만달러 규모의 수송 장비를 수입하면서 교역액이 급증했다고 보고했다. 주인도 대사관은 "인도의 개방화 정책에 따라 특정 품목의 일회적 교역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1990~1992년 인도의 북한 수입액은 △1160만달러 △1407만달러 △7012만달러 순으로 폭증했다.
인도의 북한 수입 품목은 수송장비를 비롯해 △플라스틱 △직물 제품 △전기 기기 △유기화학품 △금속제품 △광학기기 △철·강철 △재생 섬유 △기계공구 △가죽 △화학제품 등이었다.
주홍콩 총영사는 홍콩이 1992년 북한으로부터 △의류 △섬유원료 △직물류 △식물류 △인삼 △견과류 △TV 부품 등을 수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입 총액은 4800만달러로 직전년도 4000만달러에 비해 20% 증가한 수치였다. 다만 홍콩의 교역 총액에 비해 북한과의 교역량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주영국 대사관은 1992년 영국의 북한 수입이 △금속기기(35만6490달러) △수송 장비(2만9070달러) △유기화학물(2만4480달러) △신발류(2만4480달러) △과학기자재(2만4480달러) △섬유류(1만6830달러) △기계류(1만6830달러) △잡제품(1만8360달러) 등 51만1020달러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1992년 영국의 북한 수출은 1158만9318달러로 직전년도 990만5400달러에 비해 17% 증가한 값이었다. 다만 북한 수입은 직전년도 62만8200달러와 비교했을 때 18.6% 감소한 수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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