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개가 무슨 잘못일까…이재명·한동훈 '개' 설전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5.03.01 00:00 / 수정: 2025.03.01 00:00
이재명, '친문계' 임종석 만나 통합 행보
김정은, 완공된 평양종합병원서 흡연 논란
한동훈(오른쪽) 전 국민의힘 대표의 책 국민이 먼저입니다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한 전 대표 사이에 공방이 오갔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양당 대표회담에서 이 대표와 한 전 대표의 모습. /남윤호 기자
한동훈(오른쪽) 전 국민의힘 대표의 책 '국민이 먼저입니다'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한 전 대표 사이에 공방이 오갔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양당 대표회담에서 이 대표와 한 전 대표의 모습. /남윤호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기나긴 겨울이 지나 봄의 길목에 들어선 것처럼 느껴지는 요즘, 정치권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쟁점 법안인 반도체특별법, 상법 개정안과 연금개혁안을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여야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두고서도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급기야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잰걸음 중인 여야 대권 잠룡들 간 날 선 발언이 오갔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전도 위험 수위에 달한 모습이다.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는 헌법재판소를 겨냥해 "탄핵이 인용되면 전 국민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계리 변호사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저는 계몽됐다"라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12·3 비상계엄이 '계몽령'이라고 주장하는 강경 보수층과 같은 시각을 보였다. 평범한 국민의 뒷목을 잡게 하는 정치권의 최근 일을 되짚어 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는 것이고, 개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한다라고 언급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을 겨냥해 계엄 등 극단적 수단을 쓸 수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받아친 것이다. /배정한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는 것이고, 개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한다"라고 언급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을 겨냥해 "계엄 등 극단적 수단을 쓸 수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받아친 것이다. /배정한 기자

◆"개 눈엔 뭐만" "핸드폰 비번도 못 까고"…한동훈 책에 날 선 민주당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책을 출간했다지?

-맞아. '국민이 먼저입니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지난달 26일 판매가 시작됐어.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때부터 당대표직 사퇴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한 전 대표의 정치관과 철학에 대한 의견이 담겼어.

-한 전 대표의 책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내용도 담겼대. "이재명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전례를 내세워 사법부를 통제하고 자신의 유죄 판결을 막으려고 몇 번이나 계엄을 할 수 있다"며 "지금 계엄을 엄정히 단죄하지 않으면 이재명의 계엄을 막을 명분이 없다"라는 내용이 등장해. 아울러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경우 자신에 대한 유죄 판결 확정을 막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도 주장했어.

-책 내용이 알려지면서 민주당에선 격한 반응이 쏟아지더라. 법무부 장관 시절 한 전 대표와 악연이 있는 추미애 의원은 SNS를 통해 "자신의 죄를 덮으려고 핸드폰 비밀번호도 못 까고, 자신을 위해 감찰방해 수사방해를 저지른 윤석열의 범죄를 덮어주기 위해 법무부 장관으로 패소할 결심으로 패소시키고 상고마저 포기해 상식과 법치를 조롱했던 윤석열의 법률집사"라며 한 전 대표를 맹비난했어. 이어 "속죄부터 하기 전에 이재명 상대로 막말한다고 용서가 되나"라며 "그런다고 용이 되나"고 날 선 반응을 보이더라고.

한 전 대표의 저서 한동훈의 선택-국민이 먼저입니다 발간일인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책을 구매한 지지자들이 책을 살펴보는 모습. /서예원 기자
한 전 대표의 저서 '한동훈의 선택-국민이 먼저입니다' 발간일인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책을 구매한 지지자들이 책을 살펴보는 모습. /서예원 기자

-당사자인 이 대표와도 설전이 오갔지. 발매 당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 대표는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는 것이고 개의 눈에는 뭐만 보인다"라고 발끈했어. 이에 한 전 대표도 SNS를 통해 "저는 기꺼이 국민을 지키는 개가 되겠다"라고 받아쳤지.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아무 말이나 막 던진다고 진리가 되지도 않을뿐더러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며 "한마디로 못된 언어"라고 목소리를 높였어. 부승찬 의원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한 전 대표는 윤석열과 김건희에 빨대를 꽂아서 에너지를 받았다면 이제는 뭐가 없지 않나"며 "대선은 나가고 싶고 뭔가 정치의 기지개를 켜고 싶고 그러면 지지율이 가장 높은 사람을 '디스'(깎아내리기) 해야 하니까 이재명에다가 빨대를 꽂는 것"이라고 질타했지.

-이런저런 날 선 반응이 나오면서 한 전 대표 책의 화제성도 올라가는 분위기야. 2월 4주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더라고. 한 전 대표는 오는 5일 북콘서트를 시작으로 정치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할 것으로 보여. 이 대표, 민주당과의 신경전이 벌써 뜨거운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

이재명(왼쪽)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의 한 음식점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나 양측 모두발언이 끝난 뒤 비공개로 전환하며 서로 시선을 다르게하고 있는 모습. /임영무 기자
이재명(왼쪽)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의 한 음식점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나 양측 모두발언이 끝난 뒤 비공개로 전환하며 서로 시선을 다르게하고 있는 모습. /임영무 기자

◆임종석 면전 쓴소리에도…"뿌리는 하나" 외친 이재명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7일 이른바 '비명계' 잠룡으로 꼽히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만나며 당내 통합 행보를 이어갔어. 그런데 이 대표가 "뿌리는 하나"라며 통합 의지를 보인 것과 달리, 임 전 실장은 이 대표 면전에 '쓴소리'를 쏟아냈다고 하던데?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4·10 총선 이후 약 1년 만인데, 임 전 실장은 회동에 앞서 이 대표에게 "왕십리에서 보고 처음 보는 거죠? 술 한잔 사시라니까"라고 운을 뗐고, 이 대표는 "그러게요. 술 한잔해야 하는데"라고 답하며 어색함을 풀었어.

-임 전 실장이 언급한 '왕십리'는 그가 당시 자신이 출마를 희망했던 서울 중·성동갑에서 공천 내홍 끝에 컷오프되고, 전현희 후보가 그 자리에 전략공천된 이후 '원팀' 체제를 강조하기 위해 이 대표와 함께 합동유세에 나섰던 곳이야. 임 전 실장으로선 앙금이 남아있는 곳이지.

이 대표와 임종석 전 실장이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해 3월 28일 서울 왕십리역 광장에서 당시 중구성동갑 전현희 후보와 중구성동을 박성준 후보 지지 유세를 하며 포옹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 대표와 임종석 전 실장이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해 3월 28일 서울 왕십리역 광장에서 당시 중구성동갑 전현희 후보와 중구성동을 박성준 후보 지지 유세를 하며 포옹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임 전 실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가 더 넓어져야 한다"는 이유로 "이재명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을 성원하고 지지하겠다"며 사실상 '이재명 체제'에 각을 세우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어.

-이 대표가 임 전 실장의 '역할론'도 띄웠지만 임 전 실장은 "개인적으로 별다른 욕심이 없다"며 선을 그엇다고?

-이 대표는 "헌법 질서를 무시하고 파괴적 폭동 행위를 하는 게 일상이 돼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저희에게 기대를 거는 분들도 그 점을 걱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실장님이 하실 역할이 상당히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어. 이에 임 전 실장은 "저는 욕심이 없어 앞으로도 대표께 좋은 소리보단 쓴소리를 많이 할 것"이라며 "가까이에서 못하는 소리, 여의도에서 잘 안 들리는 소리를 가감 없이 하려고 한다"고 재차 작심 발언을 했어.

-임 전 실장은 역할론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지방분권과 개헌을 포함한 연합정치 의견 수렴기구 등을 이 대표에게 적극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어. 최근 비명계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며 '통합 시험대'에 오른 이 대표가 이들의 다양한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지 주목돼.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년 만에 완공된 평양종합병원을 돌아봤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정말 긍지스럽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병원 내부에서 흡연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은 지난 2020년 김 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방문해 현지 지도하는 모습. /AP. 뉴시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년 만에 완공된 평양종합병원을 돌아봤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정말 긍지스럽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병원 내부에서 흡연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은 지난 2020년 김 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방문해 현지 지도하는 모습. /AP. 뉴시스

◆김정은, 평양종합병원 둘러보며 '극찬' 중 흡연 논란?

-북한이 5년 만에 평양종합병원을 완공했다지?

-맞아.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완공된 평양종합병원을 돌아봤다고 보도했어. 김 위원장은 병원 구석구석을 살펴본 뒤 "인민들의 건강을 믿음직하게 지킬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현대적 의료봉사기지를 갖게 돼 정말 긍지스럽다"고 극찬했지. 통신은 총 39장의 사진을 함께 보도했는데 얼핏 보기엔 한국 대형 병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

-사진을 보면 병원 외관은 본관을 비롯해 1동과 2동으로 나뉘어 있어. 외부 주차장은 꽤 큰 규모였고 지하 주차장도 마련된 상태였지. 옥상에는 휴게 시설로 보이는 자그마한 공원들과 헬기 착륙장까지 있었어. 병원 입구 쪽에는 응급 환자를 이송하기 위한 '구급과' 팻말도 보이더라고. 병원 내부로 들어가게 되면 1층 로비 중앙에 '평양종합병원, Pyongyang General Hospital'이라는 문구가 게재돼 있었고, 접수과와 환자들이 대기할 수 있는 공간부터 약국도 들어선 것으로 보여.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8일 공개한 사진을 살펴보면 병원 내부에서 관계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김 위원장 옆으로 담배와 재떨이, 성냥이 놓여 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김 위원장이 평양중등학원 현지 시찰 중 담배를 들고 등장한 모습. /조선중앙TV 갈무리.뉴시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8일 공개한 사진을 살펴보면 병원 내부에서 관계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김 위원장 옆으로 담배와 재떨이, 성냥이 놓여 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김 위원장이 평양중등학원 현지 시찰 중 담배를 들고 등장한 모습. /조선중앙TV 갈무리.뉴시스

-병원 내부는 어느 정도 공개됐지만 의료 장비들은 보이지 않았다고?

-응. 사진을 보면 2층에는 안과, 흉부외과, 호흡기내과, 피부과, 혈액질병치료과 등이 설치돼 있었고 3층에는 소아과, 산부인과 등이 있었어. 6층에는 순환기내과, 류마티스내과 등도 있었지. 하지만 의료 장비들은 따로 공개되지 않았어. 우선 외관만 갖춘 상태고 장비들은 아직 갖춰지지 않은 것 같아. 병원 내부에 설치된 의료상품점 내 판매대도 텅 빈 상태였지.

-평양종합병원의 본격적인 개원일은 오는 10월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는 때라고 해. 김 위원장은 이번 평양종합병원이 완공된 데 대해 "우리 인민들이 가장 선진적인 의료봉사와 함께 문명하고 훌륭한 편의를 보장받으며 병을 완치하고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게 된 것이 참으로 기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어. 그런데 사진을 보면 병원 내부에서 관계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김 위원장 옆으로 담배와 재떨이가 보이더라고. 개원을 앞둔 병원에서 흡연한 걸까. 한국이었다면 그 자체로도 난리가 났겠지? 해당 사진은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도 게재됐더라고.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동현 인턴 기자, 이하린 인턴 기자

☞<하>편에 이어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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