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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국회에 BTS가?…알고 보니 '탄핵 반대 집회' 주역
-전한길 한국사 강사가 국회를 찾았다고?
-응.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강사 전한길 씨가 지난달 26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했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각하를 촉구하기 위해서야. 전 씨가 탄핵 반대 목소리를 내고, 집회에 나오면서 2030 젊은 층의 지지가 늘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인지 취재 열기도 뜨거웠어. 국회소통관 기자회견장은 전 씨가 국회에 떴다는 소식이 돌자마자 모여든 기자들로 가득 찼어. 심지어 몇몇 국회 직원도 '인증샷'을 찍기도 하더라.
-전 씨가 입은 옷도 눈길을 끌었어. '노량진 BTS(방탄소년단)'로 불리던 전 씨는 한 스포츠 의류브랜드와 방탄소년단이 협업한 옷을 입고 왔더라고. 이날 소통관 1층 로비에 마련된 TV 앞에는 전 씨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기자회견장이 중계되는 채널로 바꿔달라"며 대기하고 있기도 했어.
-전 씨에게 기자회견장을 대관해 준 인물은 누구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을 쓰려면 현역 의원의 예약이 필수인데, 윤 의원이 이를 주선한 거지. 전씨는 "헌재가 살고 국민들도 분열되지 않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방법은 기각보다 각하"라며 "(탄핵 인용 시) 헌재는 그 권위가 땅끝까지 추락해 존립 이유가 없을 것이고 가루가 되고 말 것"이라고 밝혔어. 앞서 서부지법 폭동사태도 있었다 보니 '헌재가 가루가 되고 말 것'이라는 표현 자체가 과격한 선동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잖아. 하지만 전 씨는 "건물이 폭파된다는 뜻보다는 존재 의미가 없다는 뜻"이라면서 "폭력은 절대 반대"라고 선을 그었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8일 윤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어. 이른바 백골단(반공청년단)의 기자회견을 주선한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에 이은 '제2 백골단 사태'라고 규정했어.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변론 절차가 마무리됐는데, 앞으로 여야 간 탄핵을 둘러싼 신경전이 고조될 전망이야.
◆"저는 계몽됐습니다"…尹 탄핵심판 '스타' 또 주목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의 발언이 큰 주목을 받았다지?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인 김계리 변호사는 지난달 25일 열린 11차 변론기일 최종변론에서 "비상계엄 직후 담화문을 찬찬히 읽어보고 임신, 출산, 육아를 하느라 몰랐던 더불어민주당의 패악과 일당 독재, 파쇼 행위를 확인하고 이 사건 변호에 참여하게 됐다"며 "저는 계몽됐다"고 말했어. 윤 대통령 측과 지지층에서는 계엄령이 아니라 '계몽령'이라고 주장해 왔는데 이를 법정에서 언급한 거지. 이런 예상하기 힘든 발언에 당시 취재를 위해 모여있던 기자들 사이에서도 술렁임이 있었다고 해. 순간 헛웃음, 탄식, 한숨 등이 교차했다는 후문이야.
-이전에도 김 변호사는 이번 탄핵심판 과정에서 눈에 띄는 장면을 남긴 적이 있었다면서.
-응. 지난 13일 8차 변론기일에서 윤 대통령이 증인으로 출석한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에게 직접 질문하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하는 과정이었어. 당시 윤 대통령은 "규정상 직접 물을 수 없게 돼 있나"라고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에게 질문하자 김 변호사도 "규정의 근거가 뭔지"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항의했어. 이렇게 김 변호사가 상기된 모습을 보이자 오히려 윤 대통령이 급히 손으로 김 변호사의 팔을 툭툭 치면서 제지하고, 문 대행을 향해 알겠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이 현장 카메라에 잡혔어. 대리인이 당사자보다 더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 화제가 된 거지. 이런 김 변호사의 모습에 윤 대통령 지지층은 열광하는 반면 각종 SNS 등에서는 그를 '김계몽' 등으로 칭하며 비꼬는 사례도 많다고 해.
-윤 대통령은 마지막 변론기일에 직접 69분간 최종진술을 하며 스스로를 변호했어. 대부분의 시간을 기존 주장대로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항변하는 데 썼는데, 막바지엔 개헌을 제안해 시선 끌었어. 대통령 임기 단축, 책임총리제 등 구체적인 방안을 언급하며 직무에 복귀한다면 임기 후반부는 개헌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어. 이를 두고 적절한 명분을 제공해 탄핵 기각을 이끌어내려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많아. 이미 마지막 변론 전부터 일각에서 대통령이 전략적으로 개헌을 제안할 수 있다는 예측이 있었는데 실제로 언급이 있었던 거지. 이에 여러 야당 의원은 입을 모아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깎아내렸어.
◆"이준석이다! 안철수다!" 국회 본회의장 찾은 학생들, 감탄 연발
-지난달 27일 열린 본회의장에 참관객들이 많았다며?
-응. 10여 명의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주민들을 국회로 초대했더라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본회의 시작 전 "김재원 혁신당 의원실 측이 초청한 '새싹시민의회' 학생들과 이준석 의원실을 통해 초청된 화성시 지역주민이 참관하고 있다"고 밝혔어. 우 의장이 "많은 국민들 환영합니다"라고 말하자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박수치기도 했지. 참관석을 향해 흐뭇한 미소를 짓는 의원들도 있었고,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참관객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어.
-국회의원에 대한 참관객들의 반응은 어땠어?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천하람 원내대표와 함께 본회의장에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학생들이 먼 거리에서도 이 의원을 알아보더라고. 그러면서 "우와 이준석이다! 신기하다!"라고 감탄하면서 사진을 찍기도 했어. 이 의원이 어린 연령층한테 인기가 많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지. 학생들이 생각보다 정치인들 얼굴을 잘 아는 것 같더라고(웃음).
-다른 의원들에 대한 반응도 있었어?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새로운 안내견 '태백'이 본회의장에 처음 등장했는데 참관객들이 태백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어. 몇몇 학생들은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더라고. '웃픈'(웃기면서 슬픈) 장면도 있었는데. 학생 몇 명이 갑자기 "안철수다! 안철수!"라고 외치는 거야. 사실 그 당시 본회의장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없었는데, 여전히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어.
-본회의에 상정된 주요 법안 중 하나는 국민의힘이 반대했던 '명태균 특검법'이었잖아. 표결 전 웃긴(?) 장면이 만들어지기도 했다고?
-맞아. 표결에 앞서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찬성 토론을 했는데 뜻밖의 상황이 발생했어. 서 의원이 의문형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탈탈 털어 수사한 특검이 누구입니까?"라고 묻자 야당 의원들이 일제히 "윤석열!"이라고 외쳤는데, 참관객들도 "윤석열이요!"라고 따라 하는 거야. 서 의원이 다시 "박근혜 대통령이 공천 개입했다고 탈탈 털어서 3년을 구형한 그 특검이 누구입니까?"라고 묻자 참관석에서 또다시 "윤석열!"이라는 대답이 나왔어. 여야가 치열하게 대립하는 와중에도 참관객들과 예상치 못한 상호작용(?)이 펼쳐진 순간이었지.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동현 인턴 기자, 이하린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