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또다시 사법리스크와 마주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도 중형을 선고받을 경우 조기 대선 국면에서 민심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내 경선에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만일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헌법84조 해석을 둘러싼 논란은 이 대표를 따라다닐 전망이다.
27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서울고법에서 열린 선거법 위반 혐의 2심 결심공판에서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구형받았다. 이 대표는 최후진술에서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한 건 제 잘못이지만 표현상 부족한 점을 감안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결심공판 당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차원의 통상특위 설치와 상법 개정안 처리 촉구 등 민생 경제 메시지를 내는 데 주력했다. 법원 앞에서도 "세상의 이치라고 하는 게 다 상식과 원칙대로 가게 돼 있다"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MBC '100분 토론'에서도 '2심 결과가 향후 정치행보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저는 낙관하는 입장"이라며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이 대표의 이같은 여유로운 태도는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서 안정감을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대표가 1심과 같은 형량을 선고받을 경우 본격적인 조기 대선 국면에서 사법리스크가 다시 부각돼 민심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표의 1심 형량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은 당선무효형 기준을 훌쩍 넘어 향후 10년간 선거 출마가 제한될 수 있는 중형으로, 만약 1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다음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국민의힘이은 연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재부각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대표가 처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며 "이 대표는 세상의 이치에 따라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기현 의원도 이날 SNS를 통해 "이 대표가 2심에서도 유죄가 선고된다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에서 1심과 같은 형량이 나오더라도 대선 가도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1심과 같은 형량이 나와도) 여론에 영향은 줄 수 있지만 이 대표를 반대하는 사람들과 찬성하는 사람들이 단결해 진영 논리로 가기 때문에 이 대표에게 지장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된 만큼 지지율에 이미 반영돼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더팩트>에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이미 2년여 간 진행됐고 국민들이 다 지켜봐 왔다"며 "중형이 선고된다면 오히려 당내 경선 과정에서 우려가 제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비명계를 중심으로 후보 대안론이 대두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평론가는 "비명계를 중심으로 '조기 대선 전에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으리란 법이 있느냐'는 우려가 분출될 것"이라며 "이에 이 대표 독주 체제로 손도 써보지 못하고 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대표의 항소심 선고는 내달 26일로 예정돼 있다. 같은 달 중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이뤄져 인용이 결정되면 60일 이내인 5월 중순께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3심의 법정 선고 기한은 6월 26일인 만큼 그 전까지 이 대표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이에 이 대표의 대선 출마에는 제약이 없지만 상고심 판단 전 당선되면 '선고 중지'가 가능한지 여부가 쟁점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또 선거법 사건을 제외하고도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성남FC·위증교사·대북송금·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등 이 대표가 이미 소추된 형사사건이 5건에 달하는 만큼 속행 공판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를 두고도 법조계의 해석이 분분하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에 따라 이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기존에 진행되던 재판은 중지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헌법 제84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소추는 검사가 제기해 수행하는 것으로 공소 제기와 '공소 유지'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통령 재직 중 기존의 형사재판도 중지되는 게 헌법과 법률상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더팩트>에 "소추는 '공소 제기'를 뜻하는 만큼 불소추 특권과 재판 정지는 엄연히 다르다고 봐야 한다"며 "이미 소추가 돼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선고를 앞둔 사건을 정지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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