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로 몰아가는 정치 해로워"…한동훈의 탄핵 찬성 이유
  • 김수민 기자
  • 입력: 2025.02.27 00:00 / 수정: 2025.02.27 00:00
26일 '국민이 먼저입니다' 출간
"계엄 단죄 안 하면 이재명 계엄 막을 명분 없어"
"용기 있게 대통령 잘못 바로잡으려 한 사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본격 정치 행보에 앞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을 직접 해명하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국회=박헌우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본격 정치 행보에 앞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을 직접 해명하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국회=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본격 정치 행보에 나서며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을 직접 해명하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자신이 계엄에 반대할 수밖에 없었던 정당성을 설명하고,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 등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12·3 비상계엄 국면에서 씌워진 '배신자 프레임'을 극복하고 중도보수뿐만 아니라 강성 지지층을 설득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한 전 대표는 26일 발간한 저서 '한동훈의 선택-국민이 먼저입니다'에 비상계엄 당일부터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담았다. 한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 것은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적었다. 그는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것은 나에게도 굉장히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라면서도 "불법계엄을 해도 조기퇴진도 거부하고 탄핵도 당하지 않으면서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는 전례를 만든다고 가정해 보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전례를 내세워 사법부를 통제하고 자신의 유죄 판결을 막으려고 몇 번이고 계엄을 할 수 있다"라며 "지금 계엄을 엄정히 단죄하지 않으면 이재명의 계엄을 막을 명분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앞서 탄핵에 반대하다가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약속한 '질서 있는 조기 퇴진' 수용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12월 12일 이뤄진 대국민담화를 언급하며 "대통령이 조기퇴진 약속을 뒤집고 대통령직을 유지한 채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에 대한 체포·구속 등 시도가 이뤄질 경우, 군 통수권과 같은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이용해 공권력까지 내전처럼 충돌할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더 나아가 새로운 계엄 같은 극단적 행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담화를 보니 신속한 직무정지가 더 절실해졌다"라며 "법적으로 가능한 방법은 고통스럽지만 탄핵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했다.

한 대표는 자신은 기본적으로 일관된 입장이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계엄 해제 의결 후 저의 확고한 생각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대통령은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둘째는 대통령은 물러날 때까지 군 통수권 등 직무를 수행해선 안 된다"라며 "이 두 가지 명제는 바뀐 적 없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계엄에 반대할 수밖에 없었던 정당성을 설명하고,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 등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서예원 기자
자신이 계엄에 반대할 수밖에 없었던 정당성을 설명하고,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 등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서예원 기자

한 전 대표는 일각에서 자신을 '배신자'라고 비판하는 데 대해 "특정인을 배신했냐 아니냐는 식으로 몰아가는 정치는 나라와 국민에 해롭다"라며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권력자가 명백히 잘못된 결정을 해서 나라와 국민을 어렵게 한다면 권력자에게 바른말을 하는 게 쉬울까 눈감고 입을 열지 않는 게 쉬울까. 힘들어도 직언하는 것이 충정인가. 그렇다"라고 했다.

한 전 대표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들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해명했다. 한 전 대표는 2023년 12월 말 자신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워장으로 내정됐을 당시 윤 대통령이 '비대위워장을 포기하고 법무부 장관직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고 적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무슨 일인지 알아봤더니 그날 '조선일보' 보도 때문이었다"라며 "여당 관계자의 멘트로 '김건희 여사 특검을 총선 이후에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 것이다. 대통령이 그 멘트를 제가 한 것으로 잘못 안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은 제가 한 게 아니었다"라고 부연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김 여사 관련 문제를 비공식적인 경로로 여러 차례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공적인 의견 제시를 비공식적으로 열심히 했는데 매번 전혀 수용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또 '검사 출신 정치인'이라는 편견을 탈피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자신은 흔히들 말하는 '검사의 부정적 정체성'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의 비교에 선을 긋기도 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 비대위원장, 당대표 등을 역임한 경험을 언급하며 "3년 동안 그 어느 누구보다도 전례 없이 강도 높은 단련을 받은 셈"이라고 자평했다.

아울러 "검사들이 상명하복 문화가 강해 체제에 순응을 잘한다는 이야기가 있고 그걸 약점으로들 지적하는데 지난 1년간 가장 용기 있게 대통령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했던 사람이 저였다"라며 "계엄과 탄핵 국면에서도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좌고우면하거나 타협하지 않고 오직 원칙에 따라 결정했다"라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개헌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계엄 사태를 겪으며 현행 헌법상 대통령제를 바꿀 때가 됐다는 것도 실감했다"라며 대통령 5년 단임제를 겨냥해 "목표를 잃은 대통령이 이판사판 정치를 할 수 있게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오늘날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에서 보듯 비대해진 의회 권한에도 견제가 필요하다"라며 "사생결단식 전쟁이 벌어지는 소선거구제의 맹점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su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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