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강조하며 개헌 제안…尹의 자기모순
  • 이헌일 기자
  • 입력: 2025.02.26 14:24 / 수정: 2025.02.26 14:24
탄핵심판 최종진술서 임기단축·책임총리제 제안
동시에 '대통령' 55번 언급…지위·역할 강조
野 "진정성 전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진술을 하고 있다. /헌번재판소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진술을 하고 있다. /헌번재판소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최종진술에서 임기 단축과 책임총리제를 포함한 개헌을 제안했다. 그러나 동시에 대통령의 지위와 역할을 강조하는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결국 여론전을 위한 발언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야당도 철저히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에서 직접 최종진술에 나서 약 69분 간 스스로를 변호했다.

특히 진술 막바지에 직무 복귀를 전제로 개헌을 제안해 주목을 끌었다. 임기 단축과 책임총리제라는 구체적인 그림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먼저 '87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의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려고 한다"며 "잔여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해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직을 시작할 때부터 임기 중반 이후에는 개헌과 선거제 등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며 "현직 대통령의 희생과 결단 없이는 헌법 개정과 정치개혁을 할 수 없으니 내가 이를 해내자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정업무에 대해서는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을 감안해 대통령은 대외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넘길 생각"이라며 "역대 가장 강력한 한미동맹을 구축하고 한미일 협력을 이끌어냈던 경험으로 대외관계에서 국익을 지키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변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최종진술 때 개헌을 제안할 수 있다는 예상이 정치권에서 나왔는데 실제로 언급한 것이다. 정국 수습 및 국민 여론 통합 방안으로 임기단축 개헌을 제시해 탄핵 기각의 명분을 만들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이런 예상이 나왔을 당시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누군가 자신이 생각하는 하나의 방안을 이야기한 것으로 대통령의 뜻과는 다르다. 탄핵을 면하기 위해 조건부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은 대통령의 방식이 아니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진술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헌번재판소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진술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헌번재판소

그런데 윤 대통령은 최종진술에서 '대통령'도 55번이나 언급했다. 주로 대통령의 지위와 역할을 강조하면서 국가적 비상사태라는 판단 아래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정당성을 주장하는 맥락이었다. 대통령의 권한을 덜어내는 개헌을 제시한 것이 탄핵심판에서 유리한 결론을 이끌기 위한 전략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례로 그는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당장은 괜찮아 보여도 얼마 뒤면 큰 위기로 닥칠 일들이 대통령의 시야에는 들어온다", "실질적으로는 전시·사변 못지않은 국가 위기상황이라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 선거 가운데 대통령 선거가 기간도 가장 길고 국민적 관심도 가장 크다. 그만큼 직선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은 다른 선출직 공직자에 비해 그 무게가 다르다"고도 했다.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 인터뷰에서 "최종변론 나오기 전에 여당 주변에서 '임기 단축 개헌 얘기하면서 좀 시간을 끌어보자' 그런 얘기들이 많이 돌았다"며 "(윤 대통령은) 진정성뿐만 아니라 그럴 생각이 없다고 본다"고 잘라말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도 KBS1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임기 단축 개헌을 얘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본인이 그나마 국민들과 헌법재판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에 한 것"이라며 "진정성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평가절하했다.

반면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개헌 제안은) 옳은 말이라 생각한다"며 "본인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진정성을 갖고 얘기했다고 평가한다"고 옹호했다.

대통령실도 대변인실을 통해 "대통령의 개헌 의지가 실현돼 우리 정치가 과거의 질곡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열기를 희망한다"며 "직원들은 각자 위치에서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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