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여야 간 국민연금 개혁안 논의가 막바지에 이르렀으나 '자동조정장치 수용 여부'를 놓고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오는 26일 여야가 다시 모여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논의할 예정이지만 단기간 내 극적인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적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여야는 국민연금 개혁안 논의를 위한 실무협의 단계 회동을 여러 차례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지난 20일에 진행된 국정협의체에서 여당이 제시한 '조건부 자동조정장치안'에 대해 야당이 수용하면서 극적 합의할 것처럼 보였지만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이 시민사회와 노동계의 반발이 심하다며 입장을 바꿔 결국 합의가 불발됐다.
자동조정장치는 인구 구조나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보험료율과 연금 수령액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장치다. 이는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연금 가입자가 줄거나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추이를 고려하자는 취지에서 제안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지도부 차원에서 2030 청년들과 연금개혁 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에 자동조정장치 수용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대표는 지난주 목요일 국정협의회에서 연금개혁안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관련해 명확한 수용 의지 밝혔다"며 "미래세대를 위해 자동조정장치까지 포함한 개혁 논의를 전향적으로 추진해 주시길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연금개혁과 같이 미래세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논의할 땐 어떤 경우 막론하고 여야가 합의해서 최대한의 공약수를 표출해야 한다"며 "단순한 모수개혁만 아니라 구조개혁까지 포함해서 해야 한다는 기본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현행 40%인 소득대체율 인상 논의도 원점으로 돌아갔다. 애초 정부와 여당이 제시한 안과 야당의 안이 거의 접점을 찾은 듯했지만, 결국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재정건전성 등을 이유로 42~43%를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노후 보장성과 노동·시민계 반대를 이유로 소득대체율을 44%까지 높이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여야 협의가 어려울 경우 2월 중 연금개혁을 '단독 처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동조정장치는 구조개혁의 일환이고, 또 '연금 자동삭감 장치'라고 불릴 만큼 연금액을 줄이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시간을 갖고 논의하자고 제안해서 (아직은) 타결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전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도 "반드시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구조개혁을 해야 하지만 우선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게 모수개혁인데 소득대체율 1%P 차이로 도무지 진전이 안 된다. 그 정도 차이라면 단독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44~45% 수준으로 소득대체율이 결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오래 끌어온 문제이기 때문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다. 2월 국회 처리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더팩트>에 "전 세계와 전 계층이 관심 있는 연금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하려고 하는 것은 대단히 오만하고 위험한 시도"라며 "이번 주 안으로 한 번 더 협의해서 합의점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전날(24일) 여야 정책위의장과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간사, 정부 등은 비공개 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김대식 원내대변인도 "국가와 국민, 미래세대를 위한다면 법안을 단독 처리하는 등 다수당이 가진 힘으로 밀어붙일 게 아니라 정부·여당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통과시켜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주 국정협의체에서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통상 위기와 민생 문제를 극복하는 데 힘을 모아 나가기로 뜻을 함께했다"며 "여야 국회의 초당적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