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때리기' 집중 與, '중도층 이탈' 막기엔 역부족
  • 김수민 기자
  • 입력: 2025.02.25 10:00 / 수정: 2025.02.25 10:00
"인생 자체가 사기…여의도까지 사기판 만들어"
조기대선 언급 못 하는 상황서 '최선 전략'
당내서 '안일 대응' 비판
국민의힘 내부에선 보수 정당 정체성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스스로 중도·보수을 자처하고 정책 아젠다를 선점하는 와중에 국민의힘은 이를 방어하는 데만 급급하면서다. /국회=박헌우 기자
국민의힘 내부에선 '보수 정당' 정체성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스스로 '중도·보수'을 자처하고 정책 아젠다를 선점하는 와중에 국민의힘은 이를 방어하는 데만 급급하면서다. /국회=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 내부에선 '보수 정당' 정체성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중도·보수'를 자처하 정책 아젠다를 선점하는 와중에 국민의힘은 이를 방어하는 데만 급급하면서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비판하는 데 집중하는 대응만으로는 '중도층 이탈' 움직임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연일 이 대표의 정책 방향을 비판하고 있다. 조기대선을 겨냥한 이 대표의 정책 방향이 일관성 없을뿐더러 국민의힘의 정책을 베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의 경제 관련 발언과 태도를 보면 국가 경제에 대한 무지와 정책 철학의 빈곤이 그대로 드러난다"라며 "기업들 앞에서는 '친기업 보수정치인 코스프레'를 하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만나면 '반격 극좌 정치인의 본색'을 드러낸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존의 민주당이 역주행 수준이었다면 이재명 대표는 역주행에 난폭운전에 음주운전까지 더해서 도로를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라며 "남의 답안지 훔쳐보며 자기 마음에 드는 부분만 골라 베끼면 오히려 정답에서 더욱 벗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 대표가 보수를 '사칭'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원회의에서 "현재 이 대표는 대북송금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주적인 북한에게 송금을 한 사건의 주범이 중도니, 보수니 하며 자기 정체성까지 사칭하고 있다"라며 "변호사 시절에는 검사를 사칭했고, 결혼한 사람이 총각을 사칭했다는 의혹도 있었다"고 과거를 들췄다.

반도체특별법, 추가경정예산(추경), 상속세 등 현안과 관련해서도 "뭐 하나 제대로 된 입장 정리가 없다. 정치인이 자기 소신이 없으면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다"라며 "그저 기회주의자의 사기 행각일 뿐이다. 인생 자체가 사기인 사람이 여의도까지 사기판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에 대한 당 지도부의 강도 높은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인용을 기정사실화하는 조기 대선에 공식적으로 대비할 수 없는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때리기'에 초점을 맞춰 강성 지지층뿐만 아니라 중도층까지 설득해내겠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 한 관계자는 <더팩트>에 "이 대표의 오락가락 행보에 대해 많이들 알고 있지 않나"라고 짚었다. 당의 중도층 겨냥 행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중도층이 돌아섰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비판하는 데 집중하는 대응만으로는 중도층 이탈 움직임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헌우 기자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비판하는 데 집중하는 대응만으로는 '중도층 이탈' 움직임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헌우 기자

이같은 전략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중도층을 공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 중도층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에 뒤처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0~2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이 42.7%, 민주당이 41.1%로 조사됐다. 하지만 중도층에서는 국민의힘 35.3%, 민주당 45.6%로 10%포인트 가까이 격차가 벌어졌다.(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 21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22%에 그친 반면 민주당은 42%를 기록했다. 한 주 앞선 조사에서 국민의힘 32%, 민주당 37%였던 점을 감안했을 때 격차가 5%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크게 벌어진 것이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당 내부에서는 지도부의 안일한 대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초선 의원은 "중도층을 가져오지 못하면 우리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라며 "지도부도 다 알고 있지만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현재 당이 극우화되고 있고,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는 분위기로 가기 때문에 최근 여론조사에서 계속 우리 당 지지율이 빠지고 있는 거라고 지금 분석되고 있지 않나"라며 "아마도 그렇게 간다면 우리 당은 매우 어려운 그런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su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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