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마이크를 들고 무대를 누비던 가수가 이제는 법안을 들고 국회를 누빈다. 한국 최초의 여성가수 출신 국회의원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의 이야기다.
가수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김 의원의 '인생 2막'은 여전히 당당했다. 산악계 전설로 불리는 아버지 덕에 비상계엄 사태 때도 겁 없이 담을 넘었던 김 의원은 지난 20일 <더팩트>와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신념과 소신을 거침 없이 전했다.
김 의원은 무대에서의 경험이 정치 활동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대화가 된다'라는 걸 자신의 강점으로 꼽은 김 의원은 "소통은 결국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며 "노래로 할 수도 있고 이야기로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국 전 대표의 구속 당시 북받친 감정에 눈물을 쏟았던 김 의원은 "정치적 방향에 대해 더 깊이 소통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당 색깔을 명확히 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당을 알릴 필요가 있다"며 혁신당의 미래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전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가수 활동하다가 정치권에 입문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었나.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손바닥 '왕(王)'자를 보고 '이건 아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윤 대통령이 토론을 피하고 어려운 질문을 하면 화를 내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았다. 윤 정부 시기에 있었던 이태원 참사나 사건 사고들을 보면서 대통령이나 정부의 대응 방식에 실망해 현 정치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지속적으로 집회에 참여했다. 대학 강의를 하려고 했으나 정치적 이유로 기회가 막히며 생계가 어려워졌고 대형견 전용 미용숍을 차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정치에 입문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던 중 조국혁신당 창당 소식을 접했다. 반찬으로 먹을 버섯을 볶고 있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조국 전 대표였다. 이전까지 교류는 전혀 없었다. 나에게 '전문가'로서 입당을 제안했다. 입당을 결심한 뒤 연설문을 준비하고 집 근처 쇼핑몰에 들려 파란색 정장을 샀다. 이후 서류 작업과 경선을 거쳐 정치권에 정식으로 들어오게 됐다. 정말 운이 좋았다.
-비례 순번 투표 결과를 예상했나.
결과 발표를 앞두고 어머니가 응급실에 입원하셨다. 동생과 번갈아 병간호를 하느라 투표 독려도 제대로 못 했다. 결국 발표 당일 저녁쯤에야 집에 잠시 들러서 강아지들이랑 놀아주다가 유튜브로 결과를 확인했다. 현실감 없이 정신없이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이후 곧바로 유세에 돌입해 서울을 비롯한 여러 지역을 바쁘게 다녔다. 당선의 기쁨보다는 부담감과 막막함이 컸고 정치권에서 내가 역할을 잘할 수 있을가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특히 가수 출신 여성 정치인이 없었기에 책임감도 강하게 느꼈다.
-창당 1주년을 앞둔 혁신당의 활동을 평가한다면.
1년이 너무 분주하고 일이 많아 저 자신을 제대로 찾지 못한 느낌이다. 조국 전 대표님이 예상치 못하게 떠나신 것도 큰 충격이었고 '3년은 너무 길다'라는 목표를 달성한 순간에 조 전 대표님이 구속되면서 영광의 순간에 가장 바닥으로 떨어진 기분이었다.
이제는 당 색깔을 명확히 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당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의원들의 역량도 더 조명받아야 한다고 본다. 현재 혁신당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였지만, 외부에서는 그 사실을 많이 모르는 것 같아 각자의 분야에 대한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각 분야의 전문가 및 관계자들을 만나 당의 영향력을 넓히는 게 효과적이라고 본다.
-조국 전 대표의 구속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감정이었는지, 눈물의 의미는?
그런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더욱 충격이 컸다. 일부러 그런 생각을 피한 면도 있었겠지만. 그렇게까지 나쁜 결과가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동안 당이 정신없이 흘러갔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재보궐 유세도 해야 했고, 계엄 문제도 터졌고,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계속 사건이 벌어지는 와중에 조 전 대표의 일이 터졌다.
대표와 더 깊이 대화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정치적 방향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소통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정신없이 흘러간 당의 상황 속에서 제 의견을 제대로 표현할 기회가 없었다. 인간적으로 다양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여러 생각이 몰려왔다. 막연한 걱정과 억울함이 뒤섞인 상태였다.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쏟았다.
-가수 경험이 정치 활동에 도움된다고 보나.
크게 도움 된다. 산업 전반을 직접 경험했기에 유통 구조나 창작자의 현실을 잘 알고 있다. 업계와의 소통도 원활하다. 단순히 글로 배운 것이 아니라 몸으로 겪은 것이기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이 고민하는 지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곤 한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도 속 시원해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권에서 문화예술계가 오랫동안 거리감을 두었던 만큼 부담감도 크다. 예술가들이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면 비판받는 현실이나 '딴따라'라는 낙인 같은 오래된 편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단순한 주장보다 실현 가능한 방식으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 그런 고민이 쌓이면서 스스로를 갉아먹는 듯한 피로감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다.
-국회의원으로서의 가장 큰 장점은?
저는 대화가 되는 사람이다. 창작자 문제와 같이 여당에서 나온 안이 합리적이라면 당파를 초월해서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쪽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대화의 장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제 정체성이 불분명하다고 생각될 수 있겠지만 저는 현장의 편이자 창작자의 편일뿐이다.
-한국이 문화 강국이 되기 위한 조건과 현재 직면한 한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예산 확보와 민간기업의 창작 활성화가 필요하다. 현재 예산 투자가 부족하고 기업들은 자금 부족으로 창작을 활성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민간 부문에서도 창작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지만 대기업의 훈련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40~50대가 주도할 수 있는 문화 활동의 무대가 부족하다. 그들을 위한 창작 육성 시스템을 국가 차원에서 제공해야 한다. 행정도 현장 경험을 가진 인력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하며, 문화 분야의 인재들이 행정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 대항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 문화적 역량을 결집해 국제적인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최근 극우 유튜브에 대한 말이 많다. 이들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나.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구글이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한국 내에서 불법 행위에 대한 대응이 어려운 점이 문제라고 보고 있다. 우리는 정당한 주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눈치를 보며 행동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생각하고 있다.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서 콘텐츠 제작자들이 자신의 인적 사항을 등록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가짜 뉴스와 선동적인 콘텐츠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법적인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문화적인 측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법적으로 판단하기 힘든 요소들이 많으며, 사회 전반에 걸쳐 문화와 도덕적 기준이 필요하다.
최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한국 내에 구글 법인 사무소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국내에서 운영되는 유튜브 채널에 대한 등록 사항을 법인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 유튜브 내에서 범죄가 발생하더라도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를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어떤 국회의원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눈물 한 방울이라도 닦아 줄 수 있는 의원으로 기억되고 싶다. 또 문화체육 분야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고 인정받기를 바란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 처음에 당선됐을 때는 "뭐지?"라는 생각이 컸고 그 책임감과 무게감을 많이 느꼈다. 나는 국민들의 눈물을 한 방울이라도 닦아줄 수 있는 의원이 되고 싶다. 그 다짐을 실현하기 위해 더 많이 움직여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고, 국민들과 소통하고 서로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누구?
데뷔 29년 차 가수이자 정치인. '리아'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다. 네팔과 인도 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김 의원은 중학교 시절 가수의 꿈을 갖게 됐다. 1997년 1집 '다이어리'로 정식 데뷔했다. 국내 카레이싱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지난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의 공식 선거 유세 등장곡을 불렀다. 지난 22대 총선 당시 혁신당 비례대표 7번을 배정받은 김 의원은, 비례대표 12번까지 당선된 선거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가수 출신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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