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안기'에도 싸늘한 비명계…"李, 화학적 결합 힘써야"
  • 김시형 기자
  • 입력: 2025.02.22 00:00 / 수정: 2025.02.22 00:00
김경수 이어 박용진 만난 李
"단순 만남 넘어서 '실질적 결합' 고민해야"
친명계 '중도보수' 결합 제안도 "섣부른 확장론" 우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박용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박용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비명계' 대표 인사로 꼽히는 박용진 전 의원을 만나며 당내 통합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같은 '끌어안기' 행보에도 비명계의 비판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어 이 대표가 실질적인 '화학적 결합'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명계가 띄운 '중도보수' 세력과의 결합을 두고도 섣부른 확장 시도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대표는 박 전 의원과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겸한 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4·10 총선 이후 처음이다.

박 전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당내 경선에서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에 속한 것으로 알려지며 이른바 '비명횡사' 공천의 희생양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 대한 사과와 함께 박 전 의원의 '역할론'을 띄웠다.

이 대표는 박 전 의원에게 "제가 당 일을 하다 보니 내홍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더 힘들다"며 "박 의원이 가슴 아프다는 사실을 알지만 지금 정말 엄중한 국면인 만큼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이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속에서 박 전 의원의 역할이 있을 거고 그 역할을 하셔야 한다"며 "앞으로 더 큰 역할을 같이 만들어나가면 좋겠다"고 했다.

박 전 의원은 "이 대표의 사과에 저는 지난 일이고 그 문제로 얘기하는 건 아니라고 답했고 민주주의의 승리를 위해서는 사적인 감정과 지난 날에 얽매이는 자세에 빠지면 안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표님이 할 일이 제일 많을 것이다. 그 다음에 당이 힘을 합치고 통합해야 국민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민주당도 손 잡고 승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에 박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의 공과 승계 △당내 통합과 국민 통합 △당내 여러 의견 경청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로남불·위선·586 정치' 등 청산도 강조했다. 박 전 의원은 회동을 마치고 "민주당이 입으로 하는 것과 행동이 다를 때가 있어 정치적, 도덕적으로 내로남불 사례가 많이 쌓여 있다"며 "이런 낡은 정치에 대한 세대교체가 필요하고 586 정치의 청산이 필요하다. 정책이나 사람을 등용하는 데 있어서 많이 달라져야 한다는 게 제 소신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박 전 의원에 이어 오는 24일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27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28일 김동연 경기도지사와의 회동이 예정돼 있다. 박 전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남윤호 기자(현장풀)
이 대표는 박 전 의원에 이어 오는 24일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27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28일 김동연 경기도지사와의 회동이 예정돼 있다. 박 전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남윤호 기자(현장풀)

이 대표는 박 전 의원에 이어 오는 24일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27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28일 김동연 경기도지사와의 회동이 예정돼 있다. 지난 13일에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만나 90여 분간 차담을 나눴다.

그러나 이같은 '끌어안기' 행보에도 비명계의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있다. 특히 이 대표의 '중도 보수' 발언을 겨냥해 공세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오전 SNS를 통해 "민주당은 중도 보수 정당이 아니다. 이를 용인하면 앞으로 숱한 의제에서 물러서야 할지 모른다"며 "이는 실용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고 대표가 함부로 바꿀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설익은 주장은 진보 진영과의 연대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총리도 당내 동의 없이 당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건 월권이라며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고 꼬집었다. 김 전 지사 역시 "당의 정체성이나 노선을 바꿀 수 있는 관련 정책은 민주적인 토론과 숙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며 "민주당은 늘 경제적·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정당"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김두관 전 의원도 이날 SNS를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과 민주화를 위해 민주당이 걸어온 투쟁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중도보수 표를 얻어야 한다고 해서 대통령이 되고픈 욕심에 자신의 근본 뿌리마저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일침했다.

이 대표의 일극 체제를 비판해온 고민정 의원은 "'진보 진영은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는 발언이 진심이라면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대표가 비명계와 '만남'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화학적 결합'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에 "통합이란 건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라며 "이 대표가 통합과 원팀에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려면 만남을 넘어 조기 대선 시 비명계의 공간을 열어주는 역할 분담 등 선제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친명계를 중심으로는 중도 보수를 아우르는 '대연정'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중도 확장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전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합리적인 보수 또는 중도 보수 분들까지 같이 해야만 국민 통합을 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중도 보수 연대를 추진할 뜻을 밝혔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을 거론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을 위해 DJP연합도 하고 굉장히 보수적인 분들과도 함께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꿨던 대연정을 실현하면 좋겠다는 게 제 개인적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 평론가는 "대선을 위해서는 중도도 중요하지만 당의 지지기반에 더해져 중도 확장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당내와 지지층부터 제대로 다진 후 중도까지 모색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조언했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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