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김세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년 전의 나'와 맞대결을 펼쳤다. "중도보수 정당"이라는 말에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는데 9년 전 성남시장 시절에는 "중도 코스프레 안 한다"며 애매한 중도 확장을 비판한 적이 있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해당 글을 공유하며 '팩트 폭격'을 가했다. 과거의 나에게 강력한 한 방을 얻어맞은 셈. 와중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으로부터도 예상치 못한 일격을 당했다. 허은아 전 대표가 제기한 이준석 의원과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유착 의혹에 잠시 동참했다가 이 의원으로부터 '유동규' '김부선' 공세를 받았다. 그러나 '우클릭'으로 자신을 비판했던 국민의힘을 향해선 "바보", "초딩들도 이러진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유효타를 기록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책이 예약판매 시작과 동시에 서점가를 강타했다. 책 한 권으로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스타성은 여전하다. 그런데 저자 소개에서 '20년 검사 이력'이 사라졌다? 검사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웠을까. 뒷말이 무성하다. 한 전 대표의 '검사 선배' 윤석열 대통령 역시 화제였다. '직무 복귀' 의지 드러낸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변호사가 수습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편 우크라이나에서 생포된 북한군 포로가 "한국에 가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치권도, 국제사회도 이슈 과부하 상태다.
◆9년 전엔 "중도 코스프레 안 한다"더니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라는 발언이 정치권에서 큰 화제였어. 지난 18일 유튜브 '새날'에 출연한 이 대표는 "앞으로 대한민국은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권,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며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실제 갖고 있고, 진보 진영은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라고 말했지. 중도층을 겨냥한 전략이기도 하지만 당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더라고.
-당 강령에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라고 돼 있으니 충격이 컸나 봐.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주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비판했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 아니다"라며 "설익은 주장은 분란만 만들 뿐"이라고 반박했지.
-당내 갈등이 상당해 보이는데. 이런 와중에 주목받는 이 대표의 과거 글이 있다지?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6년 11월 27일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더라고. 제목은 '중도 프레임에 속지 말아요. 이재명은 중도 코스프레 안 합니다' 였어. 글에서 이 대표는 "노동자, 서민, 중산층 등 국민 다수에 유리한 정책을 밀어붙이면 과격한 진보이고, 그래서 재벌기업, 부패 기득권을 반쯤 편드는 게 중도보수표 얻는 중도확장 전략인가"라고 묻더라고.
-이어 이 대표는 "정치편향 없이 이익에 민감한 중도층은 실적과 증거로 유능함을 증명한다면 진보를 선택하지, 부패하지만 유능하다는 보수를 선택할 리 없다"며 "중도 이동한다며 정체성 잃고 애매모호하게 왔다 갔다 하면 오히려 의심받는다"라고 했더라. 그러면서 "강남벨트 분당이 '과격한 진보' 이재명을 배척은커녕 '공약 이행률 96%, 모라토리엄 극복, 증세 없는 복지 확대'를 보고 높은 지지를 보내는 것이 증명한다"라고 했지.
-또 "똑똑한 중도층을 믿고 소수 기득권자가 아닌 다수 국민에 이익되는 정책과 포지션을 버리지 않겠다"라고도 했어. '정체성을 잃고' , '애매모호하게 왔다 갔다 하면', '과격한 진보 이재명' 등의 표현이 눈길이 가네. 지금 발언과는 다른 것 같기도 하니까.
-이 대표와 지난 총선 인천 계양을에서 맞붙었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대표의 해당 글 전문을 별다른 언급 없이 자신의 SNS에 공유만 해놨더라. 이 대표가 과거에는 이런 주장을 했다고 비꼰 걸로 보여.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9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는 반응이 많더라고.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듯한데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어떻게 흘러갈지 참 궁금해.
◆"하도 답답해서"…'우클릭' 비판에 발끈한 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른바 '우클릭' 정책 행보를 비판한 국민의힘을 겨냥해 "바보", "초딩들도 이러지 않는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데.
-이 대표는 지난 17일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정된 모두발언을 마치고 약 10여 분을 더 할애해 추가 발언을 하며 여당의 비판에 조목조목 반박했어.
-DJ의 '대중경제론'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한 '한미FTA', 문재인 전 대통령의 '신남방정책'을 언급하며 "민주당은 언제나 우리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 경제발전과 성장을 추구해 왔다. 민주당은 원래 경제 중심 정당"이라고 강조했어.
-그러면서 "경제와 성장을 신경쓰지 않는 것은 오히려 국민의힘"이라며 "그러니까 1%대로 성장률이 추락을 해도 계엄하고 내란을 일으켜서 영구집권할 생각이나 하고 그러지 않느냐"고 반문했어.
-자신이 제안한 상속세 개편안에 대해 국민의힘이 "가짜 우클릭"이라고 비판한 것을 놓고는 "세상이 바뀌고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변하지 않으면 바보라고 한다"며 "요즘 보수라고도 할 수 없는 '파쇼 범죄정당'이 된 여당이 서민의 삶과 민생, 공정함을 도외시하니 민주당이 성장의 결과를 공평하게 나눠 모두가 함께 더 잘 사는 세상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어.
-'북한 퍼주기' 비판에 대해서도 "당장 인터넷을 켜 '챗GPT'에 한 번 물어보라. 대북 지원 금액은 보수정권 때 훨씬 많다"며 "요즘 국민의힘은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한다. 자리에서 한 이야기조차 왜곡해 거짓말을 만들면 정치가 되겠나. 나라 살림을 형식적으로 책임지고 있으면 최소한의 양식을 갖춰야 한다"고 질타했어.
-이에 "초딩들도 반장을 시켜놓으면 책임감을 가지고 일 한다. 어떻게 5200만 국민들 운명을 책임지는 국가를 권력을 맡고 있으면서 이렇게 무책임하게 발목이나 잡고 거짓말이나 하고 이러면 되겠나. 하도 답답해서 말이 길었다. 정신을 차리기 바란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어.
-이 대표는 또 "경제 문제도 민주당이고, 안보도 민주당이다. 아무리 부족하고 못나도 국민의힘보다는 민주당이 낫다"며 "민주당이 집권하면 특별한 변화 없이도 코스피 3000원대를 찍을 것"이라고 장담하며 조기 대선을 겨냥한 '수권 정당'으로서의 면모도 부각했는데, 우클릭 비판을 넘어 이 대표의 실용주의 행보가 잘 안착될 수 있을지 주목돼.
◆'이준석 저격수' 자처 허은아…불똥은 이재명에?
-허은아 개혁신당 전 대표가 이준석 의원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며?
-맞아. 허 전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의원의 언론 유착 의혹에 대해'라는 제목과 함께 카카오톡 채팅방을 캡처해 공개했어. 해당 채팅방에서 이 의원은 한 여론조사 기관이 2023년 10월 21일~22일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를 올리며 "이거 돌리자. 윤석열 신당보다 세다고"라고 말했지. 당일 방송에서 김현정 앵커는 해당 결과를 공유했다지. 한편 개혁신당은 허 전 대표의 폭로를 '허위 비방 공작'이라며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예고했어.
-이재명 대표도 이 의원의 언론 유착 공세에 동참했다지?
-앞서 이 대표는 자신의 SNS에 '뉴스쇼'를 저격하는 글을 올렸지. 이 대표는 "이런 악의적 프레임이 다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군요. 김현정 뉴스쇼가 대체 민주당과 이재명에게 왜 이렇게 심하게 하나 했더니"라는 글을 남겼는데 한 시간 만에 삭제됐어. 같은 날 오후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허 전 대표가 말(언론 유착 의혹) 한 게 팩트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
-그러자 이 의원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어. 이 대표를 향해 "김부선 씨나 유동규 씨(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증언에 대해 명쾌한 반박을 못 하고 있는 이 대표가 팩트를 논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평가했지.
-CBS의 입장은 어때?
-김현정의 뉴스쇼 제작진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당내 심각한 갈등 상황은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그것이 근거 없는 추측이나 무리한 비방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며 허 전 대표가 제기한 의혹을 부인했지. 이 대표를 향해선 강한 비판을 쏟아냈어. CBS PD들은 성명서를 내고 "언론의 쓴소리를 수용한 권력과 그렇지 않은 권력은 그 말로를 보면 극적으로 대비된다"고 지적했지. 허 전 대표가 쏘아 올린 의혹이 이 대표한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됐네.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동현 인턴 기자, 이하린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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