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귀령 "'잔다르크' 화제? 계엄 안 일어나면 더 좋았을 것"
  • 김시형 기자
  • 입력: 2025.02.21 00:00 / 수정: 2025.02.21 00:00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인터뷰
"특정 성별 아닌 2030 청년 전체의 정책 고민"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계엄 사태로 크게 주목 받았지만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그 일(계엄)이 없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변인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팩트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참석해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계엄 사태로 크게 주목 받았지만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그 일(계엄)이 없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변인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팩트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참석해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비정규직 프리랜서'로 고용 불안정 속에서 6년간 일했다. 처우 개선과 차별 철폐에 목소리를 내며 정치에 뛰어들었다.

정치 입문 2년도 안 돼 '잔다르크', '철의 여인' 별명을 얻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계엄군의 총구 앞을 가로막은 용감한 모습은 영국 BBC가 선정한 올해 가장 인상적인 사진에 올랐다.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계엄 사태로 크게 주목 받았지만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그 일(계엄)이 없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계엄군 총구를 막지 못하면 그 다음은 없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고 했다.

계엄 국면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는 사회의 양극화를 꼽았다. 2030 청년을 위한 정책은 특정 성별이 아니라 세대 전체를 아우를 수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팩트>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안 대변인에게 계엄 사태를 둘러싼 현안과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안 대변인과의 일문일답.

안 대변인은 계엄 당시 계엄군의 총구를 잡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계엄 사태를 겪으며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아직 완성된 게 아니라는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배정한 기자
안 대변인은 계엄 당시 계엄군의 총구를 잡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계엄 사태를 겪으며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아직 완성된 게 아니라는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배정한 기자

-계엄군 총구 앞에 섰던 순간 무섭지 않았나.

저도 사람인지라 무섭고 두려웠지만 이를 막지 못하면 그 다음은 없다는 생각이 더 강했던 것 같다. 당에서 계속 계엄이 있을 수 있다는 예고를 해왔던 만큼 계엄 선포 직후 곧바로 국회로 달려왔고, 계엄을 막을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인 만큼 어떻게든 진입하는 계엄군을 막아야 했다. 몸싸움 과정에서 총구를 잡고 밀치고 밀려 넘어지기도 했다.

-'잔다르크' 별명에 대한 무게감은.

그 사진으로 많이 주목받긴 했는데 유쾌한 일은 아니지 않나. 결과적으로 제가 알려지지 않았어도 그 일(계엄)이 없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또 당시 현장에는 맨몸으로 장갑차를 제지했던 분도 있었고 저보다 더 용감한 분들이 많았기에 송구스럽기도 하다.

그를 계기로 외신들과도 인터뷰를 굉장히 많이 했는데 받았던 질문의 대부분이 '한국은 시민들의 힘으로 민주화를 일으킨 나라인데 다시 독재 정권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냐'였다. 이에 계엄 사태를 겪으며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아직 완성된 게 아니라는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됐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로 인한 소득이 딱 한 가지 있다면 바로 국민의힘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났다고 안 대변인은 평가했다. /배정한 기자
"윤석열의 계엄 선포로 인한 소득이 딱 한 가지 있다면 바로 국민의힘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났다"고 안 대변인은 평가했다. /배정한 기자

-아직 계엄 국면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가장 시급한 정치 현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내란 종식과 함께 그 이후 양극화된 사회를 수습하는 게 최우선으로 해야 할 고민이라고 본다. 일례로 당내 선거만 치러도 선거 후 갈라진 세력들을 하나로 모으는 데 힘을 쏟지 않나. 현재 시국은 나라 전반이 갈라져 있는 상태인 만큼 수습책이 더 절실하다.

또 계엄 선포로 인해 정치·사회·경제·문화·외교·안보 거의 모든 영역에서 퇴행이 발생했다.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선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옹호 이어 사법부 때리기까지 비판 수위 높이고 있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로 인한 소득이 딱 한 가지 있다면 바로 국민의힘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집권여당으로서 책임감을 던져버리고 내란 세력을 옹호하는 걸 넘어 헌법재판소까지 흔들고 있는데, 법조인 출신 의원들도 많은 정당이 그런 행태를 하는 걸 보며 세가 다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코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총선에 도봉갑서 맞붙었던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탄핵소추안 1차 표결에 불참했다.

김 의원에겐 항상 '새로운 보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던 만큼 저도 다른 국민의힘의원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그러나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모습을 보며 많은 지역 주민들의 실망이 컸다. 그렇지만 2차 표결을 앞두고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의사를 밝혔던 건 진영 논리를 떠나 용기를 낸 행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아직 내란이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극우 세력과 손을 잡고 내란을 선동하는 행태를 보이는 국민의힘을 다 지켜보고 있다. 국민들의 심판에 김 의원도 예외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비정규직 프리랜서로 일했다. 안 대변인은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사례를 언급하며 비정규직도 근로자로 인정돼 법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배정한 기자
그는 비정규직 프리랜서로 일했다. 안 대변인은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사례를 언급하며 "비정규직도 근로자로 인정돼 법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배정한 기자

-보도전문채널 앵커로 활약하다 정치권에 입문한 결정적 계기는.

여성 아나운서라고 하면 화려해 보이지만 비정규직 프리랜서로 오랜 생활을 하며 6년 동안 쓴 휴가가 나흘에 불과했다. 열심히 하면 누군가는 알아주고 처우도 개선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차별과 편가르기 등 벽을 직면했다.

특히 프리랜서 여성 아나운서의 경우 출산 휴가와 육아휴직이 보장돼 있지 않아 임신을 하면 곧 해고로 이어지는 것을 보며 이것이 나의 미래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같은 현실을 누군가 목소리를 내 바꿔야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박차고 나와 정치권에 뛰어들게 됐다. 지금도 당시 그만뒀을 때의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비정규직 청년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복안은.

최근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사례에서도 고용노동부가 관련 진상조사 당시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부터 예비조사를 시작했다. 거기서부터가 걸림돌이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대응 자체가 어렵고 다른 피해를 입어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대책을 찾기 힘들다.

비정규직도 근로자로 인정돼 법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하는 게 시급하다. 또 최근 노동 형태가 굉장히 다양해진 만큼 모든 노동이 존중받을 수 있게 안정과 복지에 힘을 써야 한다는 고민을 갖고 있다.

안 대변인은 이 대표를 향한 비명계의 비판에 대해 민주당은 다른 목소리를 낸다고 배척하고 내쫓는 정당이 아니다. 이 대표가 충분히 통합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정한 기자
안 대변인은 이 대표를 향한 비명계의 비판에 대해 "민주당은 다른 목소리를 낸다고 배척하고 내쫓는 정당이 아니다. 이 대표가 충분히 통합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정한 기자

-총선 후 "민심 매서움 뼈에 새기겠다" 다짐하기도. 도봉구 지역 기반 어떻게 다지고 있나.

바닥을 기는 심정으로 지역구 곳곳을 다니고 있다. 최근에는 도봉구 축협 시무식에 다녀오는 등 주민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원외 지역위원장은 합법적으로 지역사무소 운영을 할 수 없어 파라솔에 현수막을 달고 '찾아가는 민주당'을 운영하며 당원들과의 만남도 이어가고 있다. 토요 집회에도 열심히 참석하고 있다.

설 연휴때 시장을 다녀왔는데 시민들이 민주당에 거는 기대가 상당히 크다고 느꼈다. 상인들의 경우 가게를 많이 내놓기도 하고 지역 경제가 어렵다고 말씀하셨는데, 지역화폐 효과가 컸다는 말씀도 많이들 하더라.

-이재명 대표는 최근 당내 통합에 힘쓰고 있지만 비명계를 중심으로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것이야말로 당이 건강하다는 것이고 당내에 다양성과 민주성이 존재한다는 반증이 아닌가 싶다. 민주당은 다른 목소리를 낸다고 배척하고 내쫓는 정당이 아니다. 이 대표가 충분히 통합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비명계에) 조금 아쉬운 점은 아직 내란이 끝나지 않은 만큼 내란 종식에 좀 더 힘을 보태야 하지 않겠나. 당원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대표직을 연임한 이 대표 체제를 두고 독주나 일극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부적절한 것 같다.

남녀를 떠나서 지금 청년들의 삶이 굉장히 힘들지 않나. 취업 문제와 주거 문제 등 청년 세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정책이 시급하다. 출구도 보이지 않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을 자꾸 성별로 가르고 갈등을 부추기는 행태는 부적절하다는 게 안 대변인의 생각이다. /배정한 기자
"남녀를 떠나서 지금 청년들의 삶이 굉장히 힘들지 않나. 취업 문제와 주거 문제 등 청년 세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정책이 시급하다. 출구도 보이지 않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을 자꾸 성별로 가르고 갈등을 부추기는 행태는 부적절하다"는 게 안 대변인의 생각이다. /배정한 기자

-'민주당은 중도 보수'라는 이 대표의 발언에 공감하는지.

민주당은 국민을 위해, 잘 먹고 잘 사는 문제를 논의할 때는 좌든 우든 가리지 않고 손을 잡아 왔다. 국민의힘이 제대로 된 건전한 보수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사실상 민주당이 집권여당의 몫까지 하고 있는 게 아니겠나. 이 대표의 발언은 민주당이 이를 수습하려면 전 국민을 바라보고 가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이 대표의 실용주의 행보를 두고 '우클릭' 비판도 거세다.

경제 성장에 방점을 둔 민주당의 행보에 대해 일부 언론과 국민의힘에서 우클릭이라고 폄훼하고 있는데 다 함께 잘 살아보자고 고민하는 건 우클릭도 아니고 좌클릭도 아니다. 성장과 분배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함께 가야 하는 문제라고 본다.

-2030 청년들이 양 진영으로 나뉘어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조기 대선 시 민주당이 청년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남녀를 떠나서 지금 청년들의 삶이 굉장히 힘들지 않나. 취업 문제와 주거 문제 등 청년 세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정책이 시급하다. 출구도 보이지 않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을 자꾸 성별로 가르고 갈등을 부추기는 행태는 부적절하다.

지난 토요일 집회에 갔더니 한 20대 남성이 '2030 남성을 묶어서 다 극우다. 윤석열을 옹호한다고 하는데 저 여기에 와 있다'며 '저희도 목소리를 내고 참여하고 있다'고 하더라.

민주당은 특정 성별이 아닌 청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을 고민 중이다. 2030 여성과 남성을 나눠서 정책이나 공약을 내는 건 부적절하다고 본다. 또 청년세대가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내란 사태를 겪으며 청년들이 집회에 굉장히 많이 나온 만큼 내란 종식 이후에는 실질적인 정치 참여도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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