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조기 대선 언급을 금기시해 온 국민의힘도 사실상 조기 대선 모드다. 당정협의회와 현장 간담회를 통해 집권여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각종 세미나와 토론회를 열어 자연스럽게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여권 차기 대선주자들도 하나둘씩 여의도로 모여들면서 대선 분위기에 불을 지피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여전히 조기 대선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조정훈 전략기획특별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이 준비하는 건 탄핵 기각 시나리오"라며 조기 대선 준비 필요성을 일축했다. 조 위원장은 "더 혼란과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집권 여당으로서 어떻게 국민에게 안정감과 신뢰를 드릴 수 있을지가 당의 숙제"라고 부연했다.
당의 공식적인 입장과 별개로 여권에서는 '조기 대선'이라는 단어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전략기획특위가 이날 주최한 '국민의힘, 어디로 가야 하는가' 2차 세미나에서는 '조기 대선'이 언급됐다. 이날 세미나의 발제자로 나선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기 대선에 대비한 국민의힘의 플랜B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강성 지지층을 고려해 '조기 대선'이 금기시되는 여권의 상황을 겨냥한 것이다.
신 교수는 탄핵을 반대해 온 국민의힘 이미지를 바꿔 중도층 공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당이나 정치인의 이미지는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다"라며 "그 이미지는 시간 축적의 결과물이라 축적된 시간만큼 시간을 들여야만 이미지가 서서히 바뀔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만약 탄핵이 인용돼 두달 동안 대선을 준비하면서 이미지를 확 바꿀 수 있겠나. 전 그렇게 생각 안 한다"고 짚었다.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으로서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부각하는 데 힘쓰고 있다. 반도체특별법, 경제분야 민생 대책 점검, 비경제분야 민생대책 점검, K-방산 수출지원, 학교 안전 강화, AI 경쟁력 강화 등 당정협의회를 열고 정부와 현안을 논의했다.
21일에는 국민안전 점검 당정협의회를 연다. 또 주 52시간제 예외 규정이 포함된 반도체특별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반도체 업계와의 간담회를 가지면서 민생 관련 정책을 살피는 모습을 보였다.
여권 차기 대선주자들의 움직임도 국회를 향하고 있다. 보수진영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19일 노동개혁 토론회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했는데,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포함해 여당 의원 58명이 참석해 눈도장을 찍었다. 김 장관은 당정협의회, 토론회 등 국무위원으로서 국회에 올 때마다 기자들과 만나 백브리핑을 가지고 정치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 다른 유력 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2일 주최한 개헌 토론회에도 의원 48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권 잠룡 홍준표 시장도 최근 여의도를 찾아 국회 출입 기자들과 오찬을 하며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을 전제로 하는 '조기 대선'을 언급할 수 없는 여당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그들만의 대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에 "결국 정책 정당으로서 민생을 챙기고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며 "민생의 각 영역이 회복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거기서 지지를 받는 큰 힘이 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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