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이재명 대표의 '중도보수 정당' 표현에 논란이 이어지자 더불어민주당과 친명계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까지 소개하며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비명계를 중심으로는 비판이 쏟아져 노선 갈등이 불붙은 모습이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0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중도보수라는 말은 처음 등장한 게 아니다"라며 김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소환했다. 1997년 11월 방송3사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때 "우리 당은 중도우파 정당이다.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기 때문에 우파이고,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중도"라는 김 전 대통령의 답변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문 전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을 이끌던 2015년 8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특수한 지형에서 새누리당과 대비해서 진보라는 소리를 약간 듣지만 당의 정체성으로는 그냥 보수 정당"이라고 밝힌 것도 거론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보수 중도우파 혹은 중도보수라는 얘기는 민주당 전통에서 없었던 것이 아니다"라며 "실질적으로 극우 정당화된 국민의힘의 보수세가 약화되고, 자기 스스로 보수라고 자인하는 많은 분들이 지지 정당에서 유보적 태도를 취함에 따라 중도로, 보수로 나아가야 하는 확장성 태도 보여줘서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역사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김 전 대통령께서 대선 출마하기 전에 우리 당은 중도우파 정당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며 "자유시장경제를 우리가 지지하고 옹호하기 때문에 우파이고, 서민을 위한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기 때문에 중도정당이라고 얘기했다. 그 입장이 지금까지 오고 있다"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 대표가 민주당의 정체성을 얘기한 게 아니라 본인이 생각하는 민주당의 현재 위치가 어떤 것인지, 민주당의 정책과 노선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밝힌 것으로 저는 개인적으로 이 대표와 비슷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현 의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진보적 가치를 버리는 일을 한 적은 없다"며 "오른쪽이 비어 있어서 건전한 보수, 합리적 보수도 우리의 몫이다, 상황이 바뀌었는데 입장과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그게 더 큰 문제 아니냐 이렇게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체 국민을 아우르는 정당으로 가야 되는 것 아니냐, 실용주의 노선을 보다 구체화된 것이라고 해석한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비명계를 중심으로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두관 전 의원은 이날 SNS에 글을 올리고 "물론 내란 세력을 심판하고 민주정권을 세우기 위해서는 중도 보수의 표도 얻어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이 되고픈 욕심에 자신의 근본 뿌리마저 망각해서는 안 된다"라고 이 대표를 겨냥했다. 이 대표가 실언이라고 인정하고 지지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고민정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대표 발언의) 마음은 뭔지 알겠다. 우리가 진보 정당이냐는 것에 대한 비판적 해석이신 건데 거기에도 저도 어느 정도 동의한다"면서도 "중도개혁 정도까지는 받아들여지는데 우리가 보수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한다는 부분은 사실은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비명계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당대표가 당내의 민주적 토론과 숙의 과정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민주당을 중도보수정당이라고 말했다는 게 참 놀랍다"며 "중도층을 확보하겠다고 중도보수를 이념으로 바꾸겠다는 것은 어떤 토론도 없이 정체성을 바꾸는 당의 비민주성과 사당화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고 정당의 전통과 역사, 규범을 무시하는 몰역사성을 뜻한다"라고 비판했다.
지난 18일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한 이 대표는 "앞으로 대한민국은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권,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며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실제로 갖고 있고, 진보 진영은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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