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밝힌 것을 두고 당내 비명계를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비명계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는 19일 입장문을 통해 "당대표가 당내의 민주적 토론과 숙의 과정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민주당을 중도보수정당이라고 말했다는 게 참 놀랍다"며 "이재명의 민주당이 중도보수이면 유승민이나 안철수하고 통합하면 딱 맞겠다"라고 밝혔다.
초일회는 "진보진영은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는 말이 진보세력은 나가라는 말인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지금까지는 민주당은 온건진보와 리버럴을 중심으로 중도보수까지 포괄하는 정당이었다. 당의 정체성은 시대정신과 지도자에 따라 약간의 변화를 수반하면서도 큰 흐름은 오랜 정당의 역사를 거쳐 정립돼 왔다"라고 했다.
이들은 이 대표가 나서서 당의 이념을 '중도보수'라고 밝힌 것은 '사당화 현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초일회는 "중도층을 확보하겠다고 중도보수를 이념으로 바꾸겠다는 것은 어떤 토론도 없이 정체성을 바꾸는 당의 비민주성과 사당화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고 정당의 전통과 역사, 규범을 무시하는 몰역사성을 뜻한다"라고 강조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SNS를 통해 "이 엄중한 시기에 왜 진보-보수 논쟁을 끌어들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주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밝혔다.
김 전 총리는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며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입니다. 70년 자랑스러운 전통을 가진 정당"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김 전 총리는 "민주당은 강령에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고 명시한다. 강령은 당의 역사이자 정신"이라며 "충분한 토론과 동의를 거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보의 가치를 존중하며 민주당을 이끌고 지지해 온 우리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마음은 어떻겠나"라고 물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SNS에 "민주당의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는 글을 올리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김 전 지사는 "우리 민주당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중도개혁정당이라고 했다. 우리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유능한 민주개혁 정당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강령에도 '정의로운 나라',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극복하는 통합 국가'를 지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전 지사는 윤 대통령의 탄핵 심리가 진행되고 있고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이념논쟁을 촉발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민주당은 오랜 시간 일관되게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정체성을 지켜왔고, 그 기반 위에서 성장과 혁신을 통해 더 많은 국민들이 중산층으로 걱정없이 살 수 있게 만들고자 노력해 왔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전 지사는 "탄핵 이후 민주당이 만들어 나갈 대한민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당내외의 폭넓은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한 번의 선언으로 민주당의 정체성을 바꿀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초일회의 양기대 전 의원도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해온 민주당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발언이어서 제 귀를 의심하기도 했다"며 "제가 아는 민주당은 적어도 중도를 아우르는 진보개혁정당"이라고 비판했다.
양 전 의원은 "이 대표가 당의 정체성을 무시한 채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고, 필요할 때마다 정당의 가치를 뒤집는다면 어느 국민이 그 정당을 신뢰하겠나"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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