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진보정당 아냐"…이재명 발언에 정치권 '갑론을박'
  • 김세정 기자
  • 입력: 2025.02.19 13:30 / 수정: 2025.02.19 13:30
유튜브서 "민주당, 중도보수 정당…진보진영 새로 구축해야"
야권서도 "정체성 반하는 충격적 발언" 비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 발언이 정치권에 파장을 불러온 모양새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중도층 공략을 위한 전략으로 보이나 반응은 엇갈린다. /배정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 발언이 정치권에 파장을 불러온 모양새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중도층 공략을 위한 전략으로 보이나 반응은 엇갈린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 발언이 정치권에 파장을 불러온 모양새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중도층 공략을 위한 전략으로 보이나 반응은 엇갈린다. 실용주의를 강조한 현실적 접근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당의 정체성을 대표가 일방적으로 규정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앞으로 대한민국은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권,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 우리는 진보정권이 아니다"라며 "실제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갖고 있고, 진보진영은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 이 사람들은 보수 집단이 아니다. 보수는 질서를 지키는 집단인데 자기 스스로 파괴하고 있지 않나"라며 "결론은 우리가 예외적으로 집권하는 게 아니라 제자리를 찾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우클릭 비판에 대해서도 '프레임'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의 발언에 정치권에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한 마디로 양두구육"이라며 "말 바꾸기 증상이 더 심해졌다"라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야권 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은 개혁 성향이 강하기도 한데 '중도보수'라는 표현을 못 박으면서 이들을 소외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다. 특히 노동계와 시민사회 단체 등 민주당과 정책적으로 연대해 온 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우려된다는 시선도 있었다.

이 대표는 새날에 출연해 앞으로 대한민국은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권,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 우리는 진보정권이 아니다라며 실제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갖고 있고, 진보진영은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 새날 갈무리
이 대표는 '새날'에 출연해 "앞으로 대한민국은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권,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 우리는 진보정권이 아니다"라며 "실제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갖고 있고, 진보진영은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 '새날' 갈무리

야당의 한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는 말은 했어도 중도보수라고 대외적으로 선포하는 건 본 적이 없다"며 "계엄과 탄핵 과정에서 촛불을 들고 광장을 찾은 민심과 동떨어진 내용이 아닌가, 과연 그분들이 이런 말을 원할까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전했다.

한 전직 의원은 "민주당은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이고, 중도와 진보를 아우르는 역할을 해오지 않았나"라며 "정체성에 반하는 충격적인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의원도 "아쉬운 발언이긴 하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도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이 대표는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라며 "국민의힘이 극우보수 또는 거의 범죄정당이 돼가고 있어 제자리를 찾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원래 진보 정당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조기 대선을 겨냥해 중도층 공략을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급진적인 개혁 이미지보다는 실용주의 중도 정당을 표방해 현실적으로 집권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을 겨냥해 '보수 집단이 아니다'라고 평가한 것도 이와 맥락이 닿아 있다. 국민의힘이 극우화로 가는 상황에서 갈 곳을 잃은 기존 국민의힘 지지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기도 하다.

정치학적 관점에서 보면 민주당의 노선이 진보라고 보긴 어렵기 때문에 이 대표의 발언에 동의한다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옛날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실용노선 주의를 걸어왔고, 또 보수라는 개념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우리 당은 중도보수가 맞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극우로 많이 가 있는 상황이라서 당이 조금 우측으로 이동하는 것도 맞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조기 대선을 겨냥해 중도층 공략을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급진적인 개혁 이미지보다는 실용주의 중도 정당을 표방해 현실적으로 집권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배정한 기자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조기 대선을 겨냥해 중도층 공략을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급진적인 개혁 이미지보다는 실용주의 중도 정당을 표방해 현실적으로 집권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배정한 기자

또 다른 의원은 "대한민국이 워낙 우측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에 유럽에 비해 우리 정당들이 진보정당이라고 하기엔 많이 보수적"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원칙적인 입장을 말씀하신 거라 본다"라고 짚었다.

다만 이 대표의 발언이 당내에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오는 것과 동시에 일극체제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학술적으로 보면 국민의힘은 강경 보수고, 민주당이 중도보수가 맞긴 하다. 그러나 팩트를 떠나 이 대표는 (이 발언을 하면서) 민주당이 가진 기존의 진보적 가치를 스스로 버렸다"며 "중산층을 대변하던 전통적 가치가 이 대표에 의해 하루 만에 훼손되고 말았다"라고 평가했다.

박 평론가는 "내달 공직선거법 사건의 항소심이 나오기 때문에 지금 중도층을 잡지 않으면 안 된다 싶은 판단 때문으로 보이는데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당의 정체성까지 좌지우지하고, 기존의 정체성을 짓밟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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