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법원의 가처분 판결 기각으로 개혁신당 대표직을 상실한 허은아 전 대표가 연일 폭주하고 있다. 이준석 의원을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무차별적인 폭로까지 이어가면서 공세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조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 의원을 겨냥한 허 전 대표의 공격이 지속되면서 중도층 표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허 전 대표는 이 의원에게 1:1 토론을 제안한 데 이어 대선 후보 검증 플랫폼 '엑스(X)'를 개설했다. 엑스에는 이 의원의 정치 스타일을 '비하', '여성혐오', '갈라치기' 등으로 분류하며 그의 정치 방식을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허 전 대표는 "이 의원뿐만 아니라 다른 대선 주자들에 대한 공익 제보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 의원과 언론의 유착 의혹 관련도 제기했다. 허 전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의원의 부정부패 의혹을 전수 조사하는 과정에서 과거에도 유사한 언론 유착 의심 정황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언론 유착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김현정이 출연하는 '김현정의 뉴스쇼'를 송출 중인 CBS는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의혹을 부인했다. CBS는 "심각한 당내 갈등 상황은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그것이 근거 없는 추측이나 무리한 비방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며 "공정성과 제작진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촉구했다.
허 전 대표의 일방적인 공격이 거세지면서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된 천하람 원내대표의 입장도 난처한 듯 하다. 천 원내대표는 1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정치적으로 잘 해결하고 싶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이 의원과) 허 전 대표와의 관계가 개선됐으면 좋겠지만 지금 홈페이지까지 만들고 하는 걸 보니 간단치는 않은 것 같다. 그래도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허 전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는 "국민들께서 평가하실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천 원내대표는 "이게 정말 근거 있는 비판인지, 마구잡이 식 의혹 제기인지 아니면 감정이 실린 정치적 공격인지는 국민들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전 대표의 공격 수위가 높아진 시점은 법원이 당원소환 투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이후부터다. 판결 이전에도 이 의원을 비난했지만 당시에는 "이 의원은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언급하는 등 일정 수준 균형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당 대표직을 상실한 이후 더 이상 이를 조절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비난 수위가 한층 높아진 모습이다. 개혁신당 역시 허 전 대표의 폭주를 제어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황을 지켜보던 개혁신당은 허 전 대표의 폭로를 '허위 비방 공작'으로 규정하며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개혁신당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허 전 대표가 반성은 커녕 유치한 복수심에서 나오는 '묻지마 테러'만 거듭하고 있다"며 "개혁신당은 더 이상 당 구성원들을 향한 허 전 대표의 행패를 방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도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 의원을 향한 흠집 내기, 발목 잡기에 불과하다"며 "포용하려고 했으나 저쪽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공격을 하고 있어 무관용 원칙에 따라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 전 대표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준석 뿐만 아니라 다른 대선 주자들에 대해서도 진행될 것이다. 폭로를 이어가는 것도 결국 후보 검증 차원에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며 "이 의원은 본인이 퍼스트 펭귄이라며 대선에 나가겠다고 공언한 상태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이 예고한 법적 대응에 대해서도 지지자 결속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거짓인지에 대한 알멩이가 없다. 이는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라며 "법적 조치 예고는 내부 결속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허 전 대표의 계속된 폭로가 중도층 민심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도층 확보가 중요한 이 의원에게 연일 이어지는 당내 갈등은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허 전 대표의 폭로를 속수무책으로 방치하면 조기 대선을 선택한 이 의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그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며 "이 의원의 정치적 자산을 고려할 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박 평론가는 "국민들은 우선 개혁신당 내부의 싸움을 잘 모르고 법원의 가처분 신청 결과에 별로 관심이 없다. 국회의원도 아니고 잃을 게 없는 허 전 대표가 일방적으로 싸움을 거는 상황"이라며 "당 밖의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정치적인 음모나 공세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당 내부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 조그마한 정당에서 허은아를 포용하지 못한 이 의원의 리더십에 대해 국민들이 우려를 제기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허 전 대표의 폭로가 이 의원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정치인에게는 좋은 관심이든 나쁜 관심이든 주목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의원의 지지율이 미미한 상황이기 때문에 큰 영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