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상속세 완화' 속도…중도확장 속 정책 일관성 지적도
  • 김시형 기자
  • 입력: 2025.02.18 00:00 / 수정: 2025.02.18 00:00
'수도권 거주 중산층' 겨냥 중도 확장 모색
與 진정성 의심에도 "세상 바뀌었는데 안 변하면 바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수도권 중산층'을 겨냥해 최대 18억 원까지 공제 한도를 높이는 상속세 완화 추진에 연일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조기 대선을 겨냥한 중도층 공략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정책 일관성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와 민주당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을 통해 상속세 일괄공제액을 현행 5억 원에서 8억 원으로, 배우자 공제액을 현행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이에 배우자 주택 상속 시 최대 18억 원까지 상속세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28년 전에 만든 상속세 일괄 공제액과 배우자 공제액이 그대로인데 그 사이 물가는 오르고 서민들의 세금이 늘어났다"며 상속세 완화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벌과 초부자들의 세금은 깎아주는데 월급쟁이들은 과표구간이 그대로 유지되니 증세를 당하고 있다"며 "이를 실질적으로 공평하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표의 상속세 완화 제안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중산층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자신의 SNS를 통해 "다수의 국민이 혜택볼 수 있도록, 세금때문에 집 팔고 떠나지 않고 가족의 정이 서린 그 집에 머물러 살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세제 혜택 대상을 '중산층과 서민'으로 못박았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오후 민주당 고위전략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최고세율을 낮추자는 여당안은 누가 봐도 초부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민주당 안은) 배우자 사망으로 상속세를 내야 해 살던 곳을 떠나는 일을 만들지 말자는 취지이고 중산층과 서민들을 위해 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최고상속세율을 인하하는 내용이 담긴 여당안을 놓고는 "소수 초부자들을 위한 특권 감세"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최고세율 인하를 고집하는 국민의힘 안은 수십 수백 수천억 대 소수의 자산가만 이익을 받는다"며 "법과 권력은 소수의 특권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안그래도 극심해지는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감세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최고세율 인하를 제외한 이 대표의 개편안에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최고세율 인하 내용이 담긴 세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야당 주도로 부결된 점을 언급하며 이 대표의 진정성도 의심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우리 개정안은 기업들에게 가업 상속 공제를 적용하는 내용 등도 포함돼 있는데 이 대표는 우리가 최고세율 인하만 고집하는 것처럼 주장한다"며 "국민은 지난해 12월 10일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부결시킨 것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왼쪽)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28년 전에 만든 상속세 일괄 공제액과 배우자 공제액이 그대로인데 그 사이 물가는 오르고 서민들의 세금이 늘어났다며 상속세 완화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배정한 기자

이재명 대표(왼쪽)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28년 전에 만든 상속세 일괄 공제액과 배우자 공제액이 그대로인데 그 사이 물가는 오르고 서민들의 세금이 늘어났다"며 상속세 완화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배정한 기자

이 대표의 정책 일관성도 비판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거짓말을 모국어처럼 쓰는 '거짓말 네이티브 스피커'의 말을 믿는 국민이 누가 있겠나"라며 "이 대표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화려한 주장이나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최소한의 신뢰성 회복"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상속세 개편한다고 말하니 진짜 개편하는 줄 알더라', '믿을 수가 있어야지', '내일은 또 뭐라고 말을 바꾸려나' 등 이 대표의 상속세 개편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소개하며 "이게 이 대표의 얘기에 대한 국민의 실시간 반응"이라고 지적했다.

주52시간제 예외와 기본사회 후퇴 등 이 대표의 최근 정책 노선을 두고도 "오락가락"이라고 비판 전선을 확대했다. 신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는 그동안 '흑묘백묘론'을 내세워 주 52시간제 예외 수용, 전국민 25만원 지원금 철회, 기본사회 위원장직 사퇴 등을 시사했지만 실제로는 현실화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는 비판을 받았다"며 "이 대표의 우클릭은 우클릭이 아니라 '가짜클릭'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같은 여당의 비판에도 "세상이 바뀌고 상황이 바뀌었는데 변하지 않는 건 바보라고 한다"며 실용주의 행보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우클릭' 행보 비판에도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얼마나 나쁘냐"며 "지금 상황이 매우 어려우니 경제성장에 좀더 방점을 찍고 있는거지 그냥 복지 분배 다 버리고 오로지 성장으로 (정책을) 바꾼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경제 문제에 관한 한 국민의힘보단 민주당이 낫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며 "시장 안정과 한반도 대화를 통해 민주당이 집권하면 특별한 변화 없이도 코스피 3000대를 찍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 대표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조기 대선을 염두한 중도 확장에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정책 노선의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최근 중도 확장을 위해 '실용주의'라는 일종의 '부캐릭터'를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말바꾸기'에 대한 피로도가 누적돼 있는 상황"이라며 "지지층과 충돌하지 않는 범위에서 중도 확장 승부수를 던지며 정책 일관성을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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