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누구냐 넌'…"박지원 치매냐" 막말 던진 與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5.02.15 00:00 / 수정: 2025.02.15 00:00
이재명, 중소 수출기업 '40억 재고 현실' 목격
트럼프, 불도저식 '직진'에 북미 대화 가능성도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여야 간 막말과 고성이 오갔다. 사진은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영무·남윤호 기자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여야 간 막말과 고성이 오갔다. 사진은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영무·남윤호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우리 정치권은 한결같다. 좋은 의미로 한결같으면 좋으련만, 과거나 현재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이번 주중,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정부를 상대로 국정 전반에 관해 물음을 던지는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여야 간 막말과 고성이 오갔다. 대정부질문 때마다 벌어지는 일이라 놀랄 일도 아니다. 여야는 서로 '네 탓'을 외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민생·산업 관련 법안의 미진한 처리에 대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오로지 상대만 탓한다. 정작 자기반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중소기업은 수출에 어려움을 겪으며 경영난을 우려하는 상황인데도 여야는 정쟁에만 혈안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종반부로 향하면서 헌법재판소에 대한 압박도 강해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당들은 '민생 정당'을 외치고 있다. 촌극도 이런 촌극이 없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정치권의 최근 일을 되짚어 본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박지원 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듣던 중 미소를 짓는 모습. /박헌우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박지원 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듣던 중 미소를 짓는 모습. /박헌우 기자

◆"별명이 짱구" "치매냐"…설전 오간 대정부질문

-13일 국회 본회의장이 더욱 시끄러웠다고 하던데 무슨 일이야?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이에 설전이 오갔더라고.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최 대행을 상대로 박 의원이 질의에 나섰지.

-두 사람은 김대중 정부 시절에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고 해. 박 의원은 "제가 비서실장 할 때 청와대 계셨죠"라고 묻자 최 대행은 "제 기억이 맞다면 공보수석 할 때"라고 답했어. 이어 박 의원이 "설렁탕집에서 밥값도 한번 내줬죠"라고 말하자 의원들 사이에선 웃음이 터져 나오더라고. 최 대행도 웃으면서 "감사드린다"라고 했어. 처음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

-이어 박 의원은 "학교 다닐 때 그렇게 공부를 잘했더라. 22세에 행정고시를 합격해서 지금까지 잘 나가고 있다"며 "학교 때 별명이 뭐였나"라고 묻더라고. 최 대행의 별명은 '짱구'였다고 해. 박 의원은 "천재 짱구가 대한민국을 위해 짱구 노릇을 해야지 내란수괴 윤석열을 위해 짱구 노릇을 해선 되겠는가"라고 했고, 최 대행은 "저는 국민과 민생의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어.

박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최 권한대행에게 학교 다닐 때 별명이 뭐였냐?며 짱구 아니냐, 천재 짱구가 대한민국을 위해서 짱구 노릇을 해야지 내란수괴 윤석열을 위해서 짱구 노릇을 해서 되겠는가?라고 질의했다. /남윤호 기자
박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최 권한대행에게 "학교 다닐 때 별명이 뭐였냐?"며 "짱구 아니냐, 천재 짱구가 대한민국을 위해서 짱구 노릇을 해야지 내란수괴 윤석열을 위해서 짱구 노릇을 해서 되겠는가?"라고 질의했다. /남윤호 기자

-분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박 의원은 최 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것을 따져 묻더라. 박 의원은 "합법적 절차에 의해서 민주적 과정 거쳐 통과되면 그것이 여야 합의"라며 "같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됐는데 어떻게 마 후보자는 임명하지 않음으로써 오늘날 큰 혼란이 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따졌어.

-최 대행이 답변하자 박 의원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더라고. 박 의원은 "최 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니라 거부권 권한대행"이라며 "윤석열의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 그대로 승계한다"라고 직격했지. 마 재판관 문제에 최 대행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안 났기 때문에 가정에 의해 답변드리기 어렵다"라고 답하자 박 의원은 "그건 천재들이 하는 답변인가, 짱구들이 하는 곤조냐 그러면 안 된다. 저도 대행은 못 해봤어도 높은 거 다 해봤다"라고 받아쳤지.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야유가 계속 터져 나오자 박 의원은 조용히 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더라고. 박 의원이 '당신'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항의도 했고, 일부는 1942년생으로 최고령인 박 의원에게 "치매냐"라는 말까지 꺼내더라고. 누군지는 특정되지 않았어.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의원을 여러 차례 해봤는데 지금처럼 과한 적이 없다"며 "대선배한테 치매 소리도 과한 소리"라고 중재를 시키더라고.

-민주당은 "치매냐"를 외친 국민의힘 의원을 찾아내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어.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14일 "국민의힘은 당장 해당 망언을 한 의원이 누군지 밝혀 윤리위에 회부해 엄중 징계하라"고 촉구했어. 다만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할지는 미지수야.

-온라인상에서도 최 대행과 박 의원의 설전이 화제더라고. 박 의원의 '내란수괴 짱구' 발언도 그렇지만 치매를 언급한 여당 의원들의 태도가 지나치다는 의견이 많더라. 우 의장의 말대로 국민들이 보기 부끄러운 일 같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아비만엔지니어링에서 열린 경영악화 수출기업 애로 청취 현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뉴시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아비만엔지니어링에서 열린 '경영악화 수출기업 애로 청취 현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뉴시스

◆"40억원어치나?" 수출기업 공장서 재고 발견한 이재명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최근 경영이 악화된 중소 수출기업에 방문해 40억 원어치의 재고를 발견했다고?

-이 대표는 내수 부진과 환율·관세 문제 등 국내외 상황으로 경영 악화를 호소하는 중소 수출기업들의 고충을 들으러 지난 11일 경기 화성시에 방문했어. 이 대표가 찾은 곳은 미국 자동차 제조사인 포드의 1차 파트너사로 자동화 설비를 납품하는 아비만엔지니어링인데, 내부 공장엔 포드사의 경영자금 문제로 납품이 취소돼 밀린 재고가 쌓여 있는 상황이었어.

-이 대표는 '40억 원 어치나 쌓였다고요?'라고 묻자, 강성만 대표는 미국 정부의 규제가 심하고 전기차 수요도 줄어들어 이런 타격을 받았다며 내달 출고돼야 할 물량 중 미출고된 물량이 100여 개나 된다고 설명했어. 이 대표는 "이렇게 피해를 보는 업체가 한두 곳이 아닐 것 같다"며 보상 방안을 묻거나 납품 보증제를 언급하는 등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어. 가공된 틀에 액체 형태의 플라스틱 재료를 주입하는 기계인 '사출기'도 직접 사용해 본 경험을 말하는 등 제조시설에도 관심을 보였어.

-이 대표는 공장 시찰 후 이뤄진 현장 간담회에서도 다양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어. 발주량이 하나도 없다고 호소하는 화성시 관내 기업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고, 대규모 긴급안정자금을 요청하는 강성만 대표의 제안엔 메모지를 꺼내 적으며 경청하기도 했어. 고환율과 미국 관세 문제까지 겹치면서 수출 강국인 우리나라가 매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야. 정치권이 제 역할을 다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곳곳이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자지구 점령, 관세폭탄, 러우 전쟁 종전 등을 줄줄이 발표했다. 북미 대화 재개 역시 단순한 가능성으로 치부하기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곳곳이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자지구 점령, 관세폭탄, 러우 전쟁 종전 등을 줄줄이 발표했다. 북미 대화 재개 역시 단순한 가능성으로 치부하기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AP. 뉴시스

◆가자지구, 관세 폭탄, 러우 종전...트럼프, 내친김에 북한과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에 세계 곳곳이 들썩이고 있다고?

-맞아.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서야 취임 한 달을 앞두고 있는데 그 파급력은 어지러울 지경이야. 대뜸 가자지구를 점령(take over)해 소유(own)할 것이라고 밝히질 않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에 이어 상호관세까지 발표한 상황이지.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접수에 꽤 진지한 모양새야. 그는 최근 백악관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회담을 가졌는데, 가자지구를 무슨 권한으로 가지겠다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미국의 권한(US authority)'이라고 답했거든.

-트럼프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 폭탄은 세계 각국에 떨어질 전망이야. 한국 역시 이를 피할 수 없을 것 같아. 우선 철강·알루미늄 25% 관세는 내달 12일부터 한국 등에 일률적으로 적용돼. 상호관세도 수순으로 보여.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비관세 장벽'을 상호관세의 고려 요소로 삼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거든. 결국 FTA도 소용없을 수 있다는 의미야.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 북미 대화 실무진들을 2기 행정부에서 기용했다. 최근에는 1기 북미 협상에 관여했던 앨리슨 후커 전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선임국장이 미 국무부 3인자로 발탁됐다. 사진은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 악수하는 모습. /노동신문.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 북미 대화 실무진들을 2기 행정부에서 기용했다. 최근에는 1기 북미 협상에 관여했던 앨리슨 후커 전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선임국장이 미 국무부 3인자로 발탁됐다. 사진은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 악수하는 모습. /노동신문.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선포하기도 했지?

-응.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연쇄 통화를 했다고 밝혔어. 그러면서 러우 전쟁을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지.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직접 만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어. 또 회동 성사 이후에는 푸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거나, 자신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등 후속 조치도 있을 것이라고까지 말했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무쌍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어. 내뱉었던 말은 웬만하면 시행에 옮긴다는 거야.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감치 관세 전쟁을 예고한 바 있고, 러우 전쟁을 매듭짓겠다는 의지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거든.

-그래서인지 북미 대화의 가능성도 생각보다 이른 시일 내에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시절 북미 대화 실무진들을 2기 들어 기용한 바 있어. 며칠 전에는 1기 북미 협상에 관여했던 앨리슨 후커 전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선임국장을 미 국무부 3인자로 발탁하기도 했다지.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동현 인턴 기자, 이하린 인턴 기자

☞<하>편에 이어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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