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與 소극적" 추경 꺼내든 野…'대선 의식' 정국 주도권 고삐
  • 김시형 기자
  • 입력: 2025.02.14 10:00 / 수정: 2025.02.14 10:00
與 '말바꾸기' 비판에 "이재명 역점사업이라 반대"
"더 좋은 여당안 있다면 얼마든지 수용하겠다"
더불어민주당이 13일 민생 회복과 경제 성장을 투트랙으로 하는 35조 원 규모의 자체 추경안을 정부여당에 선제안했다. 야당의 추경안을 제안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사실상 조기 대선을 의식해 정국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박헌우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3일 민생 회복과 경제 성장을 투트랙으로 하는 35조 원 규모의 자체 추경안을 정부여당에 선제안했다. 야당의 추경안을 제안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사실상 조기 대선을 의식해 정국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3일 민생 회복과 경제 성장을 투트랙으로 하는 35조 원 규모의 자체 추경안을 정부여당에 먼저 제안했다. 추경 편성 권한도 없고, 여당보다 합의 주도권도 약한 야당이 정부여당을 향해 "소극적"이라며 추경안을 제안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사실상 조기 대선을 의식해 정국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추경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상계엄 이후 계속되는 정국 불안으로 환율 인상과 소비 위축, 주가 하락, 수입물가 상승 등 그야말로 '풍전등화'인 우리 경제와 민생 회복을 위해 추경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민주당은 민생 회복 예산 약 13조원을 전 국민 5122만명에게 1인당 25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민생 회복 소비쿠폰'을 위해 할애했다.

이를 두고 이재명 대표가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던 민생회복지원금 예산의 이름만 바꿔 사실상 되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추경 편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민생회복지원금을 요구사항에 포함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여당은 즉각 "민주당의 말바꾸기"라고 반발했다.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국가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이재명 대표 말의 무게는 깃털만도 못하다"며 "표를 노리고 우클릭했다가 별 반응이 없으니 다시 좌클릭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 의장은 "민생 회복을 위해 더 좋고 효과적인 사업을 (여당이) 제안하면 포기하겠다는 뜻이었는데 아직까지 아무 얘기가 없지 않느냐"며 "아무런 조처가 없는데 민생을 위한 핵심 사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허영(왼쪽) 민주당 민생경제회복단장은 지역화폐를 이미 검증된 정책이자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규정하며 지역화폐는 거의 모든 지자체와 광역단체가 발행하고 지역 내 모든 곳에서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위축된 내수를 살리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허영(왼쪽) 민주당 민생경제회복단장은 지역화폐를 "이미 검증된 정책이자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규정하며 "지역화폐는 거의 모든 지자체와 광역단체가 발행하고 지역 내 모든 곳에서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위축된 내수를 살리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지역화폐 발행액 20조원 규모에 대해 10% 할인 비용을 지원하는 '지역화폐 할인지원'을 위한 2조원도 예산안에 담겼다. 허영 민주당 민생경제회복단장은 지역화폐를 "이미 검증된 정책이자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규정하며 "지역화폐는 거의 모든 지자체와 광역단체가 발행하고 지역 내 모든 곳에서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위축된 내수를 살리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월별로 백화점·대형마트·온라인 쇼핑몰·유흥업소 등을 제외한 개인 카드지출액 합계가 전년 동기 대비 3% 이상 증가한 소비액에 대해 10% 캐시백을 지급하는 '상생 소비 캐시백' 2조4000억 원, 숙박·관광·공연·영화·전시·체육·외식·농수산물 등 8대 분야에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8대 분야 소비바우처' 사업을 위한 5000억 원 등도 편성했다.

아울러 AI·반도체·R&D 예산 5조 원을 포함해 '경제 성장' 명목으로 11조2000억 원도 편성했다. 농어업 지원에 1조3000억 원, 서민금융 확대와 장애인 예산 등 취약계층 지원에 5000억 원, 고교 무상교육·5세 무상보육 등에 1조2000억 원, 계엄 이후 군 사기진작과 장병 처우개선 및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등 국민 안전 지원 9000억 원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예산안에 담겼다.

진 의장은 "원래 정부가 추경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하는 게 원칙이지만 정부여당이 여전히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어 야당이지만 어떤 추경이 필요한지 구체적인 내역을 선제적으로 제안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왼쪽)은 쿠폰이 됐든 바우처가 됐든 기존 시행됐던 정책들보다 더 좋은 정책이 있다면 얼마든지 열어놓고 수용하겠다며 저희 제안을 포기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왼쪽)은 "쿠폰이 됐든 바우처가 됐든 기존 시행됐던 정책들보다 더 좋은 정책이 있다면 얼마든지 열어놓고 수용하겠다"며 "저희 제안을 포기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추경 편성 권한도 없고, 여당보다 합의 주도권도 약한 야당이 정부여당을 향해 "소극적"이라며 추경안을 선제안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사실상 조기 대선을 의식해 정국 주도권 잡기에 고삐를 조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 대표가 민생경제를 강조하고 실용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민주당이 추경 문제에 선제적으로 나서 중도층을 겨냥한 정국 주도권 잡기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여당은 지역화폐가 포함된 추경안을 반대하고 있어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여당으로서도 중도 확장을 위해 추경안에 무작정 반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채 교수는 "여도 야도 조기 대선을 앞두고 중도 확장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양측이 타협의 여지가 있다"며 "민주당이 예산을 삭감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여야가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합의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의 합의 가능성은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진 의장은 민생 회복 소비쿠폰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을 두고 "쿠폰이 됐든 바우처가 됐든 기존 시행됐던 정책들보다 더 좋은 정책이 있다면 얼마든지 열어놓고 수용하겠다"며 "저희 제안을 포기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허 단장도 "1인당 25만원으로 제안했지만 국민의힘과 정부가 만약 금액 축소를 요청하면 충분히 합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민생회복단 관계자는 <더팩트>에 "여당이 띄우는 온누리상품권과 달리 지역화폐는 지역 내에서 사용처도 훨씬 많고 사용 기한도 정해져 있어 대부분 다 쓸 수 있고, 저장할 수 있는 현금으로 주는 것보다 사용량도 높을 수 밖에 없다"며 "여당이 이 대표의 역점사업이라는 이유로 (지역화폐를) 반대하지 말고 다른 좋은 안이 있다면 이름을 바꿔서라도 꼭 (추경)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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