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주목되는 '명태균 입'…조기 대선 변수 될까
  • 김수민 기자
  • 입력: 2025.02.14 00:00 / 수정: 2025.02.14 00:00
명태균, 오세훈·홍준표 직격…원희룡도 언급
"특검 시작되면 다 이야기하겠다"
여권 판세에 불리하게 작용 우려
국민의힘에 또다시 명태균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야당 뿐 아니라 명태균씨 본인까지 여당을 상대로 명태균 특검법 압박에 나섰다. /장윤석 기자
국민의힘에 또다시 '명태균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야당 뿐 아니라 명태균씨 본인까지 여당을 상대로 '명태균 특검법' 압박에 나섰다. /장윤석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에 또다시 '명태균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야당 뿐 아니라 명태균 씨 본인까지 여당을 상대로 '명태균 특검법' 압박에 나섰다. 특히 명 씨가 홍준표 대구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 여권 유력 대선주자들을 겨냥한 발언을 이어가면서 가시화하는 조기 대선의 변수로 떠올랐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안 그래도 불리한 싸움을 해야 하는 여당 입장에서 '명태균 게이트'까지 발목을 잡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명 씨 측은 야당 주도로 발의한 '명태균 특검법'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만으로는 의혹을 밝히는 데 부실하다는 것이다. 명 씨의 법률 대리인인 남상권 변호사는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특검과 관련해 명 씨의 입장에 대해 "특검법이 통과돼 특검이 시작되면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명 씨 발언의 신빙성을 부정하고 있는 홍 시장과 오 시장을 겨냥해 "지금 명 씨가 하는 말이 다 거짓말이라는 취지 아닌가. 그렇다면 특검을 피해야 할 이유가 없다"라며 '홍 시장, 오 시장과 관련해 불법을 입증할 증거가 있느냐'는 질의엔 "증거가 많이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오 시장에 대해 "처음에는 명 씨를 한두 번밖에 만나지 않았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관계가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홍 시장에 대해선 "여론조사 비용 문제와 당원 명부 유출 문제와 관련해 특검이 굉장히 필요하다"라며 "홍준표 캠프에서 당원 명부 56~57만 건이 유출됐으며, 명 씨는 이를 홍준표 씨 측 최용희 씨로부터 받았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홍 시장과 오 시장 모두 여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로 꼽힌다. 명 씨는 자신이 여론조사를 활용해 이들의 당선을 도운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들 모두 허위사실이라며 명 씨와의 관계성을 부인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해 12월 명 씨에 대한 고소·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 참여해 "일개 범죄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정국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놔두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에 빠른 수사를 촉구하며 "명태균 수사가 지연돼서 여러 가지 바람직스럽지 않은 말들이 정치권의 질서를 흔들게 되면 그건 검찰의 책임"이라고도 했다. 특검법 반대 여부에는 즉답을 회피했다.

홍 시장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내가 명태균 같은 사기꾼 여론조작범이 제 멋대로 지껄이는 것에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날 끼워넣어 명태균 특검법을 통과시키든 말든 니들 마음대로 해라"라고 밝혔다.

특히 명씨가 홍준표 대구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 여권 유력 대선주자들을 겨냥한 발언을 이어가면서 가시화하는 조기대선의 변수로 떠올랐다. /남윤호 기자
특히 명씨가 홍준표 대구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 여권 유력 대선주자들을 겨냥한 발언을 이어가면서 가시화하는 조기대선의 변수로 떠올랐다. /남윤호 기자

또 다른 여권 잠룡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명 씨 관련 의혹에 거론됐다. 명 씨가 원 전 장관의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발탁 배경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공개한 명 씨와 지인 간의 대화 녹음파일에 따르면 명 씨로 추정되는 인물은 "원희룡이는 고맙다고 해야 되는데. 다 사연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때는 명 씨의 원 전 장관 추천이 불발됐지만 인수위 인선에서는 명 씨 추천이 관철됐다는 내용의 대화 녹음이라는 게 민주당 측 설명이다.

원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헌재의 위법, 곽종근과 민주당의 기획 공작을 지적했더니 명태균 얘기로 또 택도 없는 기획 공작을 한다"라며 "원희룡이 두렵긴 두려운가 보다"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명태균 특검법을 야당의 '정치 공세'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더팩트>에 "국민의힘을 갈라치기 해보겠다는 전형적인 행태"라면서도 "일단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수사 범위와 대상을 무제한으로 넓혀서 여권 전체를 초토화시키겠다는 정략적 음모"라며 "여당의 목숨줄을 노리는 '자객 특검'"이라고 비판했다. 또 "만에 하나 조기 대선 국면이 오면, 명태균 특검으로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여당을 공격하고 무력화시키겠다는 불순한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그라들었던 명 씨 관련 의혹이 또다시 여권 전체를 집어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만에 하나 조기대선 국면에 들어가서도 명태균 리스크가 지속된다면 여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에 "기본적인 수사가 거의 다 끝난 상황에서 특검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라면서도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의혹 관련 당사자들이 직접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su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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